가족과 함께 떠난 안동 여행

번잡한 도시를 떠나 시간이 멈춰선 고택에서의 멋진 하룻밤

지역내일 2012-08-28

아이들이 아직 어린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휴가 때면 별다른 고민 없이 워터파크를 찾거나 혹은 편안한 콘도나 리조트만 찾았다. 하지만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번 여름에는 예년과 달리 보다 뜻 깊은 여행의 추억을 남겨 주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안동.
유네스코에 등재된 하회마을도 들러보고, 또 아이들에게 운치 있는 고택 체험과 옛 선비들이 공부한 도산서원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 학교에 들어갔으니 우리 아들도 공부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엄마의 작은 욕심도 안동 여행에 한 몫 했을 터. 짧았지만 마음은 한층 여유로워졌던 안동에서의 가족 여행을 소개해 본다.



아쉬움이 남았던 물놀이
남편이나 나는 안동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 이번 여행이 처음이다. 그래서 가는 길부터 기본 정보는 인터넷과 블로그에서 간단하게 확인하고 대략의 일정을 짰다. 안동에서 어디를 들러볼지, 무엇을 먹을지 등을 꼼꼼하게 챙겨 놓았지만 휴가라고 하면 당연히 물놀이를 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여행이 될 듯싶었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 안동 가는 길목에 있는 단양을 들렀다.
단양 대명 리조트 안에 있는 ‘아쿠아 월드’ 물놀이 장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아쿠아 월드는 단양 IC에서 15분 정도 거리로 가깝고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 딱 적당한 크기의 워터 파크이다. 휴가철이면 물 반 사람반인 여느 워터파크와 달리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북적임과 또 모자랄 것 없는 여러 시설들이 있어 우리 가족들이 아주 만족해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위한 유아 풀과 가족 아로마 온천탕, 2인용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슬라이드와 아이들 물 미끄럼틀 등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만족스럽게 즐겼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반나절 동안 물놀이를 하고 안동으로 출발, 단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려 드디어 안동 농암종택에 도착했다. 사방을 둘러싼 높은 산들과 깎아 놓은 듯한 바위 절벽을 병풍 삼아 그린 듯 서있는 고택은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았다.
고택 앞에는 멀리서도 바닥이 훤히 다 보이는 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튜브를 타며 물놀이를 하거나 고기 잡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이곳으로 왔으면 물놀이를 좀 더 여유롭게 했을 테고 필요 없는 지출을 하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가득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최상의 워터파크를 눈앞에 두고 다른 곳에 들러 왔다는 아쉬움 때문에 속이 상했지만 그림 같은 자연 풍경에 성난 마음도 금세 그들처럼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입 짧은 아이들까지 반한 농암종택의 아침밥
농암종택은 안동 고택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곳이라 시간적 여유를 두고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잡기가 어렵다. 우리 가족도 한 달 이상 여유를 두고 예약했던 터. 우리가 도착한 날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농암종택은 조선시대 ‘어부가’로 알려진 학자 이현보의 종택으로 원래는 도산서원 근처에 있었지만 안동댐 건설로 이곳으로 이전해 왔다고 한다.
잘 지어진 옛 양반의 집, 소박하면서도 단정하고, 간결하면서도 멋 부린 듯한 고택은 일단은 낯설지 않고 친숙한 데다 고택 앞을 유유히 굽어 흘러가는 낙동강과 풍광 좋은 산책길(예던길)은 그야말로 그림 속에 들어온 듯 여유로워 보였다. 숙소로 배정 받은 방도 넓지는 않았지만 정갈하고 한지를 바른 문과 창은 한옥 특유의 분위기가 풍겼다.
고택이지만 샤워실과 세면장이 잘 갖추어져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아이들은 댓돌에 신발을 벗어놓는 것이나 마루에 올라 방으로 들어가는 것 하나 하나가 낯설지만 신기해했다. 방에 들어서면서 “엄마 텔레비전은 없어?” 고택과 TV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다만, 모기는 많은 지 전자 모기약과 모기장이 갖추어져 있었다. 딸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한 곳은 주인이 거처하고 있는 본채 옆에 마련된 커다란 장독대. 일렬로 줄지어 있는 장독대도 예뻐 보였다.
산 속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그 어둠은 길도 강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다. 게다가 TV도 없어서 우리 가족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에 고택 주인장 할아버지(농암 17대손)께서 종을 울리면서 “아침 드이소!”하신다. 주인장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직접 준비하신 아침 식사는 뷔페식으로 자신이 먹을 만큼의 반찬과 밥을 받아 방에서 식사하게 되어 있었다. 어른은 7천 원, 아이는 3천 원으로 그닥 비싸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음식이 깨끗하고 맛있었다. ‘돔배기’라고 상어를 양념장에 찐 음식은 아주 담백하고 맛있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우리 아이들도 배가 든든하게 찰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
처음에는 하회마을 역시 민속촌처럼 가짜로 꾸며 놓은 전시관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은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풍산 류씨가 600여 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같은 성을 가진 마을로 초가와 와가(기와집)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곳이다. 하회라고 이름 진 것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마을 초입에는 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탈만들기 체험장과 마을 전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이륜 바이크 등을 빌릴 수 있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실제 옛날 한복 차림으로 짚으로 돗자리를 짜는 할아버지,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시는 할머니 등 마치 사극 드라마 촬영장 같은 장면들을 만날 수도 있다.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중간 중간 부채 만들기, 도예 등 체험관과 미숫가루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초가나 와가형태여서 이색적이었다.


줄서서 먹는 안동찜닭과 콘텐츠 박물관
여기저기 둘러보고 여행 전부터 꼭 먹어보자고 벼렸던 안동 찜닭을 먹기로 하고 유명한 ‘안동찜닭골목’을 찾아갔다. 남문동 구시장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온통 찜닭 가게들로 줄지어 있었다. 찾아간 시간이 2시 30분.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어느 가게 할 것 없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특히 인기 방송프로그램인 ‘1박 2일’의 촬영지였던 가게는 다른 곳보다 줄이 배 이상 길어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적당히 줄이 덜 서있는 곳을 찾아 맵지 않은 찜닭을 주문했다. 중(中)자라고는 하지만 네 식구가 먹고 남을 정도로 컸다. 또한, 매운 정도는 주문할 때 미리 조절할 수 있었다. 가격은 2만 7천 원. 찜닭 속에 들어간 치즈 떡과 감자, 당근, 당면뿐만 아니라 속까지 충분히 익은 폭신한 닭고기까지 맛있었다.
배를 채우고 찾은 곳은 콘텐츠박물관. 다른 박물관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 찾았다. 입장하면 출입카드를 주고 출입카드를 등록하면 여러 가지 체험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실제 탑 만들어 보기, 안동에 있는 다양한 고택과 문화재관련 퀴즈 풀기, 하회탈을 쓰고 탈춤배우기와 공연하기 등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또, 가족과 함께 안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전송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탈춤을 배우는 것은 USB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미디어와 체험을 접목시킨 점은 특색 있었다.


밤안개가 멋진 월영교와 도산서원
달이 비친다는 월영교는 야경이 더욱 예뻤다. 저녁시간 대였지만 가족과 연인들이 많았고, 밤안개가 풍경을 더욱 멋지게 만들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약간씩 흔들려서 더욱 재밌었다. 또 월영교는 서울의 반포대교처럼 분수가 시간에 맞춰 가동되어 여름밤을 시원하고 그림처럼 예쁜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월영교 분수는 10월 31일까지 토, 일요일에 12시 30분, 18시 30분, 20시 총 3회로 20분씩 가동된다. 미리 시간을 알고 가면 더 멋진 월영교를 볼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들른 곳은 퇴계 이황선생이 후학을 위해 세운 서원인 도산서원. 뒤로는 소나무 숲과 앞쪽에는 안동호가 펼쳐져 있어 멋진 풍광을 이루고 있었다. 공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만큼 제자들이 공부에 열중하기를 권장하는 뜻에서 한자의 ‘工’자 모양을 본떠 집을 짓도록 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 급제하고 입신양명하는 것이 큰일인 것은 지금과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느닷없이 아들과 딸을 그곳 마루에 앉혀 선비들의 공부 기운을 받으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서원 내의 광명실은 책을 보관한 서고로 퇴계 선생의 친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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