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더 레이디(The Lady)’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민주주의의 꽃

지역내일 2012-09-17 (수정 2012-09-17 오전 9:49:42)

군부에 의해 짓밟힌 조국 미얀마(버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아웅 산 수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더 레이디’는 잔잔하면서도 충분한 감동을 전한다. 그녀의 싸움에는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고, 진정한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오랜 인내와 희생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15년의 가택 연금을 이겨낸 ‘철의 난초’

영국에서 유학,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생활하던 아웅 산 수치(양자경)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병간호를 위해 조국인 미얀마로 귀국한다. 그런데 조국에서 그녀는 8888항쟁(1988년 8월 8일 아침 8시에 있었던 반군부 민주항쟁)의 끔찍한 현장과 맞닥뜨린다.
군부 독재와 시민의 희생, 그리고 아웅 산 장군의 딸인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조국의 희망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민족민주동맹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2년 후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은 의석 80%를 장악하며 승리하지만 선거는 무효화되고 군부의 탄압은 강화된다. 이후 15년간 가족과의 만남도 차단된 채 외롭고 지루한 고립 투쟁은 지속되고, 결국 조국을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그녀는 남편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한다.

섬세하게 연출된 감동의 명장면들
수치 여사의 투쟁 스토리는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상태라 영화가 그녀의 조국에 대한 애정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어떻게 잘 표현했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뤽 베송 감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영화 ‘레옹’의 섬세함을 ‘더 레이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올해 초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철의 여인’이 메릴 스트립의 연기 외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면, 영화 ‘더 레이디’는 배우 양자경의 명품 연기에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고뇌하는 수치 여사의 감정선(感情線)을 잘 표현해냈다.
 


군부와 시위대의 대립과 시민에게 총을 발포하는 학살 장면, 붙잡혀간 시위대에 대한 인권유린 장면, 총을 겨누고 있는 군인들 사이를 지나는 수치 여사의 모습 등은 1980년대 민주화 항쟁을 경험한 우리에게 공감과 회상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가족이 대신 수상하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에 울려 퍼지는 캐논변주곡을 수치 여사가 라디오로 들으며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은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을 하나로 연결하며 감동을 안겨준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조국 중에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말하며 출국을 종용하는 군부 앞에서 “가족과 조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자유인가”로 반문하며 분노를 삭이는 장면 또한 부드럽지만 강한 수치 여사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암 선고를 받은 남편과의 재회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결국 사망소식이 전해졌을 때 절제된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 또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폭압정권에 저항하는 놀라운 용기와 의지에 갈채를
군부 폭압정권과 싸우며 보여주는 수치 여사의 용기와 의지는 인간적인 갈등과 고뇌를 담고 있어서 더욱 아름답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조국에 대한 강한 애국심과 사명감만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연민과 사랑이 녹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냘픈 손짓 하나가 수많은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연약한 난초와 같은 몸으로 조국의 민주화 희망을 뿜어낸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희망이 폭압 앞에서 꺾이지 않도록 지지했던 가족들에게 응원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갈채를 보내고 싶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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