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카이스트준 수학학원 김기현 교무부장
지난 주 수업시간에 한 학생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냥 공무원이요. 엄마가 그게 좋대요.”
“...”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처럼, 시계추처럼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는 많은 학생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꿈이 없는 사람과 꿈을 잃은 사람 중 누가 더 불쌍할까?’
한 아이의 머릿속에선 농구를 좋아하지만 키 때문에 포기하고, 변호사가 되고 싶지만 성적과 말주변 탓에 포기하고, 가수가 되고 싶지만 친구들보다 오히려 춤과 노래를 잘하지 못해 포기하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의 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 꿈들의 변천사는 ‘하고 싶다’와 ‘할 수 없다’ 사이의 투쟁이다. 그 투쟁은 아이들 스스로의 고민과 도전의 과정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농구는 힘들면서 돈이 안 되는 운동이라 안하는 게 낫고, 투자한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에 비해 예전만 못한 대접을 받으니 변호사보다는 의사가 되는 것이 더 낫고, 확률적 희박함을 이유로 연예인의 꿈을 포기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실의 한계와 갖은 변명거리로 제한되어버린 어른의 잣대로 내 아이의 미래를 미리 설정해 줄 권리는 없다.
남들보다 높이 뛰지 못한다고 해서 심장까지 뛰지 않는 것은 아니고, 성적이 조금 낮고, 말하는 방법이 서투르다고 해서 생각까지 어리석진 않으며, 화려하게 춤추고 멋지게 노래하지 못한다고 그들의 흥과 열정까지 심심하고 지루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은 꿈을 꾸면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접어가면서 철이 든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해야 오히려 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끓어오르는 열정과 그를 담보로 한 무모함으로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찾고 그 목표를 향해 열정을 품고 꿈을 향해 달려가도록 해야 한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넘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잘못된 선택이라 비난 하거나, 무모한 도전이 허황되었음을 이유로 야단맞진 말아야 한다. 그저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손내밀어주고, 때론 같이 누워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주는 배려가 필요할 뿐이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에 나와 더 유명해진 바람의 딸 한비야 씨를 보면서, 내 여덟 살짜리 딸내미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면서 의미 있는 멋진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화려하게 꿈꾸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 주길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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