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북어대가리>

내가 몸뚱이는 없고 머리만 남은 북어대가리라고?

지역내일 2012-09-11 (수정 2012-09-11 오전 10:24:05)

연극 <북어대가리>는 올해 여러 번에 걸쳐 국내 창작극 시리즈를 선보였던 극단 수의 작품으로 201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작이다. 고집스런 ‘성실주의’와 현실적인 ‘적당주의’ 사이의 대립, 그리고 떠나는 자와 남아있는 자를 ‘창고’라는 공간을 통해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1993년 초연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연극 <북어대가리>에는 같은 환경 속에서 대조적인 인생관을 지닌 두 인물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나생문> <심판> <고곤의 선물> 등에서 탄탄한 연출력과 감각을 선보여 주목을 받아온 연출가 구태환이 연극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그 기대를 배가시키고 있다.

<북어대가리>에 등장하는 창고는 현대 사회의 단면이다. 실제로 반듯반듯한 상자로 가득 쌓여있는 무대는 관객들을 숨 막힐 정도로 압도한다. 수십 년간 창고 밖의 삶은 생각해보지 못한 채 창고지기 일에 몰두하는 자앙과 창고지기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기임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빈껍데기만 남은 무능력한 현대인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결국 평생 동고동락 해왔던 기임이 창고를 떠나고 혼자 남은 자앙의 모습은 평생 믿어왔고 최선을 다했던 일들에 대한 의미와 머리만 덜렁 남은 심각한 표정의 북어대가리처럼 나약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으로 남겨진다. 

<북어대가리>에는 2010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 등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배우 박완규, <오이디푸스> <꿈속의 꿈>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김은석, 연륜이 느껴지는 배우 김종구 등 관록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밀도 있는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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