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와 뺑소니

지역내일 2012-08-16

 


전에 법원에 재직할 때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한 뺑소니 사건을 담당했던 적이 있다. 무면허 음주상태에서 시골길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피해자가 사망하였다. 가해자는 겁을 먹고 도망을 갔다. 사망자의 장례식이 치러질 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였다.


경찰에서는 사고 장소에 가해 차량의 일부가 부서져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인근의 자동차 정비업소, 카센터에 대한 탐문수사를 벌였다. 얼마 후 범인이 검거되었다. 범인은 그 마을에 사는 사람이었다. 범인은 인근 마을에 사는 사람이었고 사망한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서 조의를 표하고 가기도 했다. 사람이 근본적으로 악한 것인지, 선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자신이 교통사고를 내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타날 수 있을까?


전에 변호사로 담당했던 살인 사건에서는 피해자를 죽인 후 피해자의 부모를 찾아가서 자신이 죽은 딸을 대신하겠다는 말을 한 범인도 있었다. 그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목에 상처를 입었는데 부모를 찾아갔을 때 붕대를 목에 감고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뻔뻔한지 모르지만 자신의 잘못과 범죄를 감추려는 노력은 가상하기만 하다. 위 도주차량 사건에서 무엇이 가장 나쁜 것일까? 만약 사고가 나자마자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했다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장을 버리고 도망감으로써 피해자가 살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린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가?


무면허, 음주 사고로 사람이 사망하였음에도 도주를 하게 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나중에 범인임이 밝혀지고 피해자에게 뒤늦게 사죄하고 피해보상을 해주더라도 엄청난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위 뺑소니 사건에서는 뒤늦게 범인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상당히 큰 금액을 배상하고 합의하였지만 중한 처벌을 면할 수는 없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특히 음주 또는 무면허일 때 사람들은 당황하게 된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일단 사고 장소를 벗어나서 도망가려고 한다. 사고가 난 순간 피해자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119에 연락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그것만이 나중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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