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정확히는 동생네에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친정식구들과 휴가를 함께 가는 게 연중행사처럼 되었다. 할머니는 잠깐씩 봐서 늘 아쉽던 손자손녀들과 며칠 함께 할 수 있고, 엄마아빠들은 여럿이 함께 있으면서 번갈아 아이도 보면서 쉴 수 있고, 또 아이들은 사촌끼리 어울려 놀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작년에 막내 조카가 태어나면서 돌이 채 안된 아가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가진 대가족이 함께 하는 여름휴가이다. 여행의 테마는 ‘푸르름’.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보낸 시끌벅적 3대 가족의 푸른 여행 속으로 풍덩 들어가 보자.
천년의 숲, 월정사 전나무숲길
숙소를 정하고 주변에 둘러볼 곳을 찾아보며 일정 짜는 몫을 맡은 리포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숙소인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 들어가기 전에 들를 만한 곳으로 월정사가 눈에 들어왔다. 친정엄마께서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한 번 가보고 싶단 얘기를 몇 번 하신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많은 가족이 함께 걷기를? 4살 조카가 잘 걸을 수 있을까?’ 조금 고민도 했지만 또 이렇게 다 함께 걸으며 숲의 푸르름을 느껴보는 것도 추억이 되겠기에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전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월정사 전나무 숲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길을 따라 이어진다. 월정사와 역사를 함께 해 ‘천년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들어서면 향긋한 전나무 냄새에 휩싸이게 되는데,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전나무가 자그마치 1700여 그루나 된다고 한다.
월정사와 팔각구층석탑을 먼저 둘러보고 전나무 숲길 산책에 나섰다.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바늘잎에서는 상큼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식물성 살균물질인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숲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무성한 나무 잎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고, 빛과 함께 소음까지도 흡수하는지 숲길에 꽤 많은 산책객들이 있었음에도 새소리가 또렷이 들릴 만큼 조용하다. 어른들은 시원하고 싸한 공기에 취하고, 아이들은 숲 속의 작은 생물들을 좇느라 바쁘다. 숲길 옆으로는 오대천 상류 계곡이 흐르는데 곳곳에 발을 담그고 이곳의 시원함을 두 배로 만끽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숲길 중간에 2006년 10월에 불어온 태풍에 쓰러졌다는 전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40m가 넘는 몸체가 꺾이고 남은 나무 밑동은 어른 두 명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거대하다. 나이 500년이 넘은 최고령 나무였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신기한 볼거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다람쥐가 따로 없다.
사찰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 중 첫 번째 문인 일주문 안쪽으로 숲이 있기 때문에 전나무 숲은 월정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월정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고 온 자장율사가 643년 지금의 오대산에 초막을 짓고 수행을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하던 이곳이 전나무 숲이 된 데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산신령이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했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이곳은 전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실제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월정사를 지킨 셈이 되었다.
전나무 숲길은 왕복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걱정한 것보다 훨씬 씩씩하고 재미있게 숲길 산책을 마친 아이들. 숲이 주는 푸르름과 신비함 속에서 보낸 행복한 시간이었다.
푸른 초원에 펼쳐진 양떼목장
리조트 내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도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경기장과 시설들도 돌아보며 2박 3일의 알찬 시간을 보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2018년이면 우리 아이들은 몇 살이 되나, 어른들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곳은 어떤 열띤 현장이 벌어질까…. 6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며 대관령으로 발길을 옮겼다.
대관령 지역에는 양떼 목장이 여러 개 있다. ‘삼양목장(www.samyangranch.co.kr)’은 해발 천 미터에 펼쳐진 광대한 목장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리포터 가족은 3 년 전 가보았는데, 600만 평의 광활한 초원인 이곳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다. 산 정상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간 뒤 초원을 둘러보며 하이킹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장소에 내려 주위를 산책하기도 한다. 목장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곳이 적격이겠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리한 일정일 듯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대관령 양떼목장(www.yangtte.co.kr)’.
대관령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건초 먹이주기 체험장이 준비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양들을 접해볼 수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약 40여 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 코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딱 맞은 규모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목장 입구까지도 산언덕을 꽤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걷던 아이들이 슬슬 지쳐 보였다. 이 때 ‘앞으로 100걸음 가면 양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안내를 보고는 신이 나서 100걸음을 세는 아이들. 아이들 걸음으로 100걸음 조금 더 가니 산비탈을 가르며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만났다. 관광객들 손에 코를 킁킁 갖다 대며 반기는 양, 멀리서 관광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양, 관광객들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어슬렁어슬렁 풀을 뜯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양까지. 다양한 양들을 한꺼번에 만난 아이들은 완전히 신났다. 좀 전까지 더위에 힘들어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곳 양들을 한 번씩 다 안아줄 기세로 양들에게 달려간다.
한참을 양들과 보낸 아이들을 이끌고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목장 산책로. 이곳도 아이들 걸음으로 천천히 둘러보니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중간 중간 나무 그늘과 벤치가 놓여있어 산으로 소풍이라도 나온 듯 여유 있게 쉬엄쉬엄 둘러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산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면서 송송 맺힌 땀을 한 번에 날려준다. 정상에서 목장을 한 눈에 내려다보니 푸른 초원에 점점이 모여 있는 양들의 풍경은 마치 오래전 읽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산을 내려오면 건초먹이주기 체험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입장료를 대신해 건초를 구입하는 시스템인데, 한 사람당 한 바구니씩 건초바구니를 받아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어서 양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고픈 마음에 바구니 채 들고 양들에게 다가간 4살 꼬마. 기운 센 양이 조카의 바구니를 끌고 가더니 코를 박고 한꺼번에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고 깔깔깔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어른들은 해맑은 아이의 웃음에 또 한 번 활짝 웃고.
이곳 모든 양에게 다 먹이를 주고파서 손바닥에 건초를 조금씩 올려 골고루 먹여주는 아이, 앞자리에서 먹이를 많이 받아먹는 양에게 밀려 얼마 먹지 못한 양들을 찾아다니며 먹이를 주는 아이, 마음이 급해 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 정성껏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 외에도 ‘대관령 아기동물목장(033-336-3579)’이라는 곳도 인근에 있는데, 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위주의 목장이다. 규모가 작아 산책로가 있진 않지만 소, 말,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 등 여러 종류의 동물을 실컷 만나볼 수 있어서 동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산나물 정식과 대관령 한우도 맛보고
여행길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월정사 들어가는 길목에서 사찰 인근이니 왠지 나물 같은 음식이 어울릴 듯해서 선택한 산나물 정식.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산나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데 각종 나물과 밑반찬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는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종류가 다른 다양한 나물반찬. 나물 종류는 척척 아실 것 같은 할머니도 이름을 잘 모르겠다는 나물도 많다. 각자 나물의 맛과 향을 평가해가며, 아이들도 부지런히 먹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이름도, 색도, 맛도 다 다르지만 한 상에 어우러진 모습이 가족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 밥상과도 같다는 생각에 정겹게 느껴졌다.
대관령에 왔으니 빠뜨리면 서운한 것은 ‘한우’아니겠는가. 그래서 찾아간 곳이 ‘대관령한우타운(033-332-0001)’. 이곳은 맑고 깨끗한 강원도 평창, 영월, 정선 지역에서 사육되는 한우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한우를 맛볼 수 있다. 마트에서 원하는 만큼 고기를 골라 계산한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셀프’로도 먹을 수 있고, 아니면 숙소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먹어도 좋다. 우리가 갔을 때는 좀 이른 시간이라 여유 있게 고기를 고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고기 부위가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현지 고기를 실속 있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셀프 식당은 기본적인 세팅비(대인 4,000원, 소인 3,000원)를 내고 이용하는데, 세팅비에는 숯불과 야채, 기본 반찬이 포함되며 식사 등 추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이 셀프 식당은 인기가 많아서 조금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 한다. 셀프식당 외에도 단체나 예약손님을 위한 ‘다이닝’과 최고 품질인 A1++의 명품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노블’도 있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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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여름은 작년에 막내 조카가 태어나면서 돌이 채 안된 아가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가진 대가족이 함께 하는 여름휴가이다. 여행의 테마는 ‘푸르름’.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보낸 시끌벅적 3대 가족의 푸른 여행 속으로 풍덩 들어가 보자.
천년의 숲, 월정사 전나무숲길
숙소를 정하고 주변에 둘러볼 곳을 찾아보며 일정 짜는 몫을 맡은 리포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숙소인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 들어가기 전에 들를 만한 곳으로 월정사가 눈에 들어왔다. 친정엄마께서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한 번 가보고 싶단 얘기를 몇 번 하신 게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많은 가족이 함께 걷기를? 4살 조카가 잘 걸을 수 있을까?’ 조금 고민도 했지만 또 이렇게 다 함께 걸으며 숲의 푸르름을 느껴보는 것도 추억이 되겠기에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전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월정사 전나무 숲은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길을 따라 이어진다. 월정사와 역사를 함께 해 ‘천년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들어서면 향긋한 전나무 냄새에 휩싸이게 되는데,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전나무가 자그마치 1700여 그루나 된다고 한다.
월정사와 팔각구층석탑을 먼저 둘러보고 전나무 숲길 산책에 나섰다.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바늘잎에서는 상큼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식물성 살균물질인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숲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무성한 나무 잎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고, 빛과 함께 소음까지도 흡수하는지 숲길에 꽤 많은 산책객들이 있었음에도 새소리가 또렷이 들릴 만큼 조용하다. 어른들은 시원하고 싸한 공기에 취하고, 아이들은 숲 속의 작은 생물들을 좇느라 바쁘다. 숲길 옆으로는 오대천 상류 계곡이 흐르는데 곳곳에 발을 담그고 이곳의 시원함을 두 배로 만끽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숲길 중간에 2006년 10월에 불어온 태풍에 쓰러졌다는 전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40m가 넘는 몸체가 꺾이고 남은 나무 밑동은 어른 두 명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거대하다. 나이 500년이 넘은 최고령 나무였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신기한 볼거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다람쥐가 따로 없다.
사찰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 중 첫 번째 문인 일주문 안쪽으로 숲이 있기 때문에 전나무 숲은 월정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월정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고 온 자장율사가 643년 지금의 오대산에 초막을 짓고 수행을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원래는 소나무가 울창하던 이곳이 전나무 숲이 된 데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고려 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산신령이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9그루에게 절을 지키게 했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이곳은 전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실제로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월정사를 지킨 셈이 되었다.
전나무 숲길은 왕복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걱정한 것보다 훨씬 씩씩하고 재미있게 숲길 산책을 마친 아이들. 숲이 주는 푸르름과 신비함 속에서 보낸 행복한 시간이었다.
푸른 초원에 펼쳐진 양떼목장
리조트 내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도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경기장과 시설들도 돌아보며 2박 3일의 알찬 시간을 보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2018년이면 우리 아이들은 몇 살이 되나, 어른들은 또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이곳은 어떤 열띤 현장이 벌어질까…. 6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며 대관령으로 발길을 옮겼다.
대관령 지역에는 양떼 목장이 여러 개 있다. ‘삼양목장(www.samyangranch.co.kr)’은 해발 천 미터에 펼쳐진 광대한 목장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리포터 가족은 3 년 전 가보았는데, 600만 평의 광활한 초원인 이곳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둘러볼 수 있다. 산 정상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간 뒤 초원을 둘러보며 하이킹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원하는 장소에 내려 주위를 산책하기도 한다. 목장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곳이 적격이겠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리한 일정일 듯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대관령 양떼목장(www.yangtte.co.kr)’.
대관령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건초 먹이주기 체험장이 준비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양들을 접해볼 수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약 40여 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 코스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딱 맞은 규모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목장 입구까지도 산언덕을 꽤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작열하는 태양 아래 걷던 아이들이 슬슬 지쳐 보였다. 이 때 ‘앞으로 100걸음 가면 양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안내를 보고는 신이 나서 100걸음을 세는 아이들. 아이들 걸음으로 100걸음 조금 더 가니 산비탈을 가르며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만났다. 관광객들 손에 코를 킁킁 갖다 대며 반기는 양, 멀리서 관광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양, 관광객들에게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어슬렁어슬렁 풀을 뜯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진 양까지. 다양한 양들을 한꺼번에 만난 아이들은 완전히 신났다. 좀 전까지 더위에 힘들어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곳 양들을 한 번씩 다 안아줄 기세로 양들에게 달려간다.
한참을 양들과 보낸 아이들을 이끌고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목장 산책로. 이곳도 아이들 걸음으로 천천히 둘러보니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다. 중간 중간 나무 그늘과 벤치가 놓여있어 산으로 소풍이라도 나온 듯 여유 있게 쉬엄쉬엄 둘러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산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면서 송송 맺힌 땀을 한 번에 날려준다. 정상에서 목장을 한 눈에 내려다보니 푸른 초원에 점점이 모여 있는 양들의 풍경은 마치 오래전 읽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산을 내려오면 건초먹이주기 체험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입장료를 대신해 건초를 구입하는 시스템인데, 한 사람당 한 바구니씩 건초바구니를 받아 양들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다. 어서 양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고픈 마음에 바구니 채 들고 양들에게 다가간 4살 꼬마. 기운 센 양이 조카의 바구니를 끌고 가더니 코를 박고 한꺼번에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고 깔깔깔 숨이 넘어가게 웃는다. 어른들은 해맑은 아이의 웃음에 또 한 번 활짝 웃고.
이곳 모든 양에게 다 먹이를 주고파서 손바닥에 건초를 조금씩 올려 골고루 먹여주는 아이, 앞자리에서 먹이를 많이 받아먹는 양에게 밀려 얼마 먹지 못한 양들을 찾아다니며 먹이를 주는 아이, 마음이 급해 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 정성껏 먹이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 외에도 ‘대관령 아기동물목장(033-336-3579)’이라는 곳도 인근에 있는데, 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위주의 목장이다. 규모가 작아 산책로가 있진 않지만 소, 말,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 등 여러 종류의 동물을 실컷 만나볼 수 있어서 동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산나물 정식과 대관령 한우도 맛보고
여행길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월정사 들어가는 길목에서 사찰 인근이니 왠지 나물 같은 음식이 어울릴 듯해서 선택한 산나물 정식.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산나물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데 각종 나물과 밑반찬 종류만 스무 가지가 넘는다. 비슷비슷해 보여도 다 종류가 다른 다양한 나물반찬. 나물 종류는 척척 아실 것 같은 할머니도 이름을 잘 모르겠다는 나물도 많다. 각자 나물의 맛과 향을 평가해가며, 아이들도 부지런히 먹으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이름도, 색도, 맛도 다 다르지만 한 상에 어우러진 모습이 가족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 밥상과도 같다는 생각에 정겹게 느껴졌다.
대관령에 왔으니 빠뜨리면 서운한 것은 ‘한우’아니겠는가. 그래서 찾아간 곳이 ‘대관령한우타운(033-332-0001)’. 이곳은 맑고 깨끗한 강원도 평창, 영월, 정선 지역에서 사육되는 한우만을 취급하는 곳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한우를 맛볼 수 있다. 마트에서 원하는 만큼 고기를 골라 계산한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셀프’로도 먹을 수 있고, 아니면 숙소에 가져가서 가족들과 오붓하게 먹어도 좋다. 우리가 갔을 때는 좀 이른 시간이라 여유 있게 고기를 고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고기 부위가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현지 고기를 실속 있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셀프 식당은 기본적인 세팅비(대인 4,000원, 소인 3,000원)를 내고 이용하는데, 세팅비에는 숯불과 야채, 기본 반찬이 포함되며 식사 등 추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이 셀프 식당은 인기가 많아서 조금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 정도라 한다. 셀프식당 외에도 단체나 예약손님을 위한 ‘다이닝’과 최고 품질인 A1++의 명품 한우를 맛볼 수 있는 ‘노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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