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고, 때로는 보통의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인다. 남들보다 더 착하고 어른들 말도 잘 듣고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늘 밝은 얼굴로 반응한다. 그래서 아무 의심 없이 부모들의 술 문제에도 불구하고 잘 자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남들에게 절대 얘기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것은 아버지나 혹은 어머니의 술 문제, 이에 따른 집안의 문제이다.
청소년기 때까지는 모범생이라든가 조숙하다는 소리를 듣던 자녀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인지적 감정적 행동적 문제에다가 종국에는 부모처럼 술 문제로 또는 다른 중독적 행동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하여 퍽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는 수도 흔하다. 부모의 술 문제가 자신 때문에 또는 자신이 잘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여긴 탓이다.
술 문제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평생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수가 흔하다. 이런 집안의 아이들은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당황해 하고, 쉽게 타인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또 스스로를 소외시키기도 하여, 친구를 집에 잘 데리고 오지 않으려 한다. 커가는 동안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를 겪기 쉽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비행이나 여러 일탈 행동을 저지르는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과음 문제나 다른 중독적 행동으로 발전하는 수도 흔하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들이 처음 겪는 것들이라 혼란스러운 수가 많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돌봐주는 어른이 자주 동감으로 승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술 문제가 있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혼돈스럽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부모를 대신하여 친지나 선생님 같은 믿고 의지할만한 어른들과 편하게 지내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부모를 배반하고 집안을 창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무시 받고 소외당하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혼돈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부모의 술 문제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단지 솔직하게 가정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기회는 알코올의존자들의 자녀 모임에서 잘 이루어진다. 그 자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경험을 한 동료들 앞이라 말하기가 훨씬 더 수월하다. 집단의 동료들이 마치 한 가족들 같아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고, 비슷한 또래들이라 더 쉽게 이해받는다. 부모의 술 문제를 비롯한 이 모든 문제들이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앞으로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고, 그래서 희망을 얻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이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