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노인복지센터 <노노특기나눔>

악기 연주하며 행복 두 배, 희망 나누며 기쁨 두 배

지역내일 2012-07-30 (수정 2012-07-30 오후 12:28:38)
압구정 노인복지센터는 강남구 내에서도 어르신들의 다양한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남성 어르신 요리 강좌의 풍물패 <울력>, 밴드 사랑 동아리, 댄스 동아리 등 각종 소규모 모임과 프로그램들이 1년 내내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압구정 노인복지센터의 열혈 회원 대열에 동참하게 된 분들이 있다. 바로 <노노특기나눔> 어르신들. 여러 가지 악기를 배우고 익히며 나아가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소박한 공연을 펼치며 기쁨을 선물한다. 음악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고, 듣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는 <노노특기나눔> 어르신들을 만나보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
<노노특기나눔>의 정식 명칭은 ‘(데이케어센터를 중심으로 한)老-老파견 특기교육활동’,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첫 시행되었다. 특기를 갖고 있는 어르신들이 데이케어센터를 방문하여 교육 및 공연활동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압구정 노인복지센터 내에 있는 시설 중의 하나로 초기 치매 등 요양 등급을 받은 분들을 돌봐드리는 곳이다. 아침에 센터에 왔다가 다시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쉽게 ‘어르신 유치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노노특기나눔>팀은 일주일에 2회 모여 하루는 연습을 하고, 하루는 파견을 나가 공연을 펼친다. 주 공연장은 데이케어센터. 연습실은 지하1층, 센터는 2층에 있으니 파견 공연을 다니는 것이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는다. 1일 4~5시간씩 주 2회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만근 시 20만 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하지만 음악이 좋아서 뭉친 만큼 <노노특기나눔>의 어르신들은 급여와 상관없이 음악을 즐기며 복지센터가 문을 닫는 시간까지 악기 연주에 심취한다.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음악에 빠져 살 수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너무 좋지. 전에 알고 있던 악기는 다시 연주할 수 있어서 좋고, 모르던 악기는 새롭게 배우니까 좋지. 여기 오는 날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전소영(66) 씨의 말이다.

누가 뭐랄 것 없는 어르신들만의 음악 공간
정원 20명으로 출발한 <노노특기나눔>팀은 현재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월요일 팀부터 금요일 팀까지 매 요일 다른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악기 구성이나 인적 구성 또한 일률적이지 않다. 관악기, 드럼, 기타, 아코디언, 오카리나, 트럼펫,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고, 동요부터 성인가요, 흘러간 팝송이나 옛 가요 등 노래의 장르 또한 다양하다. 연주해서 즐겁고, 듣는 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노래라면 어떤 곡이든지 연주한다.
3조 목요일 팀의 경우는 조장을 맡고 있는 김충진(73)씨가 40년간 봉사기관에 근무하며 음악을 했던 경험 덕분에 편곡까지 가능했다. 노래마다 맛을 달리하여 다양한 악기들로 연주하니 흥이 절로 난다.
“3조인 게 정말 행복해. 여기서 함께 어우러져 연주를 하다보면 모든 잡념이 다 사라지고 행복감만 남는다니까. 내가 집에 있으면 어디에서 드럼을 연주하겠어요. 이거 한번 두들기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가 뻥 하고 뚫리는데 집에서는 그게 안 되잖아. 조장님이 드럼도 넣어서 편곡을 해주고 옆에서 트럼펫 연주를 함께 해주고 하니 흥이 절로 나지.” 황경자(66)씨의 말이다. 옆에서 김봉호(69)씨도 인터뷰를 거든다. “난 아직 색소폰 잘 못 불어요. 연습이 많이 필요해. 누가 이런 나에게 공연 자리를 선뜻 내주겠어요. 무대는 보통 프로들의 것이잖아. 우리끼리 연습할 때도 난 옆방에 가서 따로 해. 그런데 나 못한다고 구박하는 사람이 있나, 연습 더하라고 괴롭히는 사람이 있나. 내가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하다가는 거예요. 참 좋은 활동이지. 전에는 왜 이런 기회가 없었는지 몰라.”
단소를 손에 든 손익선씨(71)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주일 내내 나오고 싶어요. 여기 나오면 가정의 우울함이나 시름은 다 잊어요. 연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우리 3조 조장님이 좋아서 그래. 새로운 악기도 많이 가르쳐 주고, 우리가 배운 걸 연습할 수 있도록 편곡도 해주고, 너무 좋지 너무 좋아. 마음이 좋아지니까 몸까지 건강해지더라고. 규칙적으로 와서 사람만나고 연습하고, 공연하고. 그게 우리 몸을 참 건강하게 만드네” 

좋아하는 치매환자들 모습에서 오히려 치유 경험
치매 환자들 앞에서 연주를 하며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는 <노노특기나눔> 어르신들.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확인이 또 다른 치유가 되어 <노노특기나눔> 어르신들을 건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몸을 못 쓰던 사람이 아는 노래가 나오면 몸을 막 움직여요. 박수를 치려고요. 그 감동은 이루 말로 다 못합니다. 말을 못하던 분들은 아는 노래가 나오면 서툴게나마 따라 부르기도 해요. 기억이 나는 거지요. 그렇게 한 번 두 번 반복하면서 조금씩 증세가 호전되는 걸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죠. 그분들을 통해 우리가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겁니다.” 조장을 맡고 있는 김충진(73)씨의 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열정적인 모습은 자손들에게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강선옥(64)씨는 <노노나눔특기>활동을 하다 보니 가족 간의 정도 훨씬 더 끈끈해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손자가 피아노를 곧잘 치거든요. 제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둘이 같이 합주를 자주 해요. 손자와 공감대도 생기고, 함께 연주하니 즐겁고,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 참다운 행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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