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봉사, 진정성 있어야 한다

지역내일 2012-07-30

# 최근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봉사활동을 입시를 위한 필수 비교과 스펙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봉사활동은 대학 입시에서 꼭 필요한 평가요소가 아니다. 사실 수시전형 이전의 세대에서는 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 거의 없었다. 봉사활동이 의미가 있는 것은 학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환경오염으로 손상되어가는 자연에 관심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평소보다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되는데, 사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봉사활동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 졸업한 선배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조언을 구해 바람직한 봉사활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정리해 보았다. 

# 봉사활동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다. 학생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관심분야와 연관된 곳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해보는 것이 좋다. 타의에 의해 관심도 없는 분야에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봉사를 하는 것은 결국 무의미한 활동으로 끝나기 쉽다. 학교에서 연간활동으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은 시간 때우기 식 수동적 봉사의 대표적 예라고 생각한다. 1년에 10시간미만으로 학교봉사에만 참여한 경우 봉사 의식이 없는 학생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생이라면 봉사활동 또한 자신이 해보고 싶은 활동을 스스로 찾아 행할 줄 알아야 한다.

# 진정성 역시 봉사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한 학생이 노인요양소에서 150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했으면서도 그곳에서의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제대로 언급하지 못한다면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봉사활동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봉사를 하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을 자기소개서에 1,000자 이내로 표현하라고 하면 진정성을 갖고 참여한 학생은 본인이 겪은 일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봉사활동에 담긴 이야기들이 많아 1,000자 이내로 줄여서 쓰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 형식적으로 1~2회 참여하고 시간만 많이 받아온 학생의 경우에는 요양시설의 설립연도, 규모, 위치 등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는 정보만으로 나열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이왕 봉사활동을 할 바에야 질적으로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본인의 진로나 관심분야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라면 육체적으로 힘이 들거나, 다소 고생스러운 봉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선배들은 권한다.
A 학생은 학교에서 폐휴지 담당, 학생회 활동 등으로 35시간 활동을 했고 B 학생은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배식과 설거지 등으로 35시간 활동했다면, 두 학생은 질적인 면에서 다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이 학생의 대입 수시전형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좌우한다고 볼 수는 없다.

# 입시에서 봉사활동의 양 자체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간혹 한 학년 동안에만 봉사활동을 300시간 넘게 한 학생도 있다. 1년에 300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면 사실상 주말마다 학업에 들인 시간보다 봉사활동에 들인 시간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이 학생이 만약 300시간 동안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했다면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의 본업인 교과 공부를 소홀히 한 채 봉사에만 전념하는 것이 어떻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봉사활동은 양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므로 진정성 없이 시간만 많이 채웠다면 평가에서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의 봉사활동 관련 입학사정관 전형을 살펴보면 3년간 봉사시간이 200시간에 못 미치는 학생들도 합격한 경우가 많다.

# 결론적으로 봉사활동을 대학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은 대학 입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인성을 중시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 봉사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간 쌓기 식의 의미 없는 봉사를 펼친다면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봉사는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학생의 내면과 인성이 키워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러한 봉사를 통해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자기소개서에 투영되어 나타난다면 입시에도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입시에서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선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다만 비슷한 성적의 두 학생이 있을 때 어느 한 쪽의 봉사활동 내용이 충실하다면 대학은 그 학생을 선발하려고 할 것이다. 학생이라면 봉사보다는 학업이 우선이다. 봉사활동을 잘 했으니 학업능력이 부족해도 선발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영동고등학교 2학년 홍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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