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학부모가 바라본 ‘수능·EBS 70% 연계’

공부 방법 획일화, 교재 많아 공부 부담 증가, 사교육 소수정예화

지역내일 2012-07-30 (수정 2012-07-30 오전 8:45:07)

지난해에 이어 2013학년도 수능에도 EBS 교재와 강의가 70% 연계된다. EBS 수능 연계는 2004년 2월에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EBS 수능 강의와 수능 시험과의 연계 강화가 언급되면서 시작되었다. 시행 초기에는 연계 비율이 높지 않아 EBS 공부는 필수라기보다 선택의 성격이 강했다. 지금처럼 EBS 수능 연계가 강화된 것은 2010년 3월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소외 계층의 수능 시험 준비 기회 확대를 위한 수능-EBS 연계 정책’이 발표되면서부터이다.
EBS 연계 비율이 높았던 지난 2년간의 수능에 대해 본래의 취지대로 사교육비 경감과 소외 계층에게 수험대비 기회를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획일적인 학습 유도, 수험생 학습 부담 증가, 일관성 없는 연계, 변별력 부족, 교재의 신뢰도 부족 등 부정적인 평가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강남의 수험생(고3 및 재수생) 학부모들을 만나 EBS 70% 연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봤다.


수능·EBS 연계란 무엇인가.
수험생이 EBS 수능 강의 및 교재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면 수능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EBS 수능 교재 및 강의를 활용하여 수능 문항을 출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계 대상은 당해 연도 고등학교 3학년 대상 EBS 수능 교재 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교재와 이를 이용하여 강의한 내용이다. 실제 EBS 수능 강의는 교재의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EBS 교재와 별개가 아니다.
EBS 70% 연계의 의미는 문항 수 기준으로 70%가 EBS 교재나 강의에서 본 친숙한 지문이나 자료, 개념이나 원리, 문항 등을 이용해 출제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30%의 문항은 EBS 교재 밖에서 지문이나 자료 등을 활용하지만 EBS 교재를 충실히 이해하면 맞힐 수 있도록 출제한다는 것이 평가원의 입장이다.
연계 방식은 EBS 교재의 문항과 동일한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며 영역별 특성에 따라 연계 유형 예시중 하나로 연계된다. 연계 유형 예시를 보면 첫째, 개념 및 원리 활용 유형으로 EBS 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 및 원리를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한다. 둘째, 지문 및 자료 활용 유형으로 동일한 지문 또는 자료를 활용하여 새로운 문항을 구성한다. 셋째, 핵심 제재나 논지 활용 유형으로 글의 제재나 논지가 유사한 지문을 활용하되 EBS 교재의 내용을 이해하였다면 수능 지문을 해결할 수 있는 문항으로 출제한다. 넷째,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 유형으로 EBS에서 나온 지문을 재구성하거나 보완하여 문제 유형을 EBS 지문 확대, 서로 다른 지문 결합, 지문내용 수정 등을 통해 다른 유형으로 출제한다. 마지막으로 단순 개념을 묻는 문항들을 융합 또는 재구성하여 출제하되 종합적인 사고력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항으로 출제한다.

EBS 연계의 대표적인 긍정적·부정적 측면은.
* 사교육 소외계층에 도움
: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주위에 좋은 학원이 없는 일부 지방의 학생들은 학원 선택의 폭이 좁다. 이런 학생들도 학원에 다니지 않고 EBS 교재와 강의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 수능 준비 자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 중·하위권의 희망 : EBS와 70% 연계됨으로써 중·하위권 학생들도 열심히만 하면 상승할 여지가 있다. 시험범위가 있는 셈이므로 최상위권으로의 도약은 아니더라도 상위권으로 도약할 희망이 생긴다. 뒤늦게 공부를 해보려고 마음먹은 아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 공부 방법 획일화 : 학생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수능공부에 접근하는 방향이 다른데 EBS 70% 연계는 공부 방법을 획일화시킨다. 즉,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아이들도 EBS에 맞춰 얕게 공부하게 된다.
* 수동적인 공부 : 자기 스스로 100% 공부하던 학생들도 30%만 자기 공부를 하게 된다. 그동안 알아서 공부할 수 있었던 상위권 학생들에게 EBS 연계는 발전적인 공부가 아니라 수동적인 공부를 하게 한다.

사교육 절감 효과는 있는가.
* EBS 적중 사교육 증가
: 교재 분량이 많고 연계율이 높다보니 나올 것만 찍어준다는 ‘EBS 적중’, ‘EBS 심층 분석’ 강좌를 내건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로 학생들이 몰린다. EBS를 위한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겨난 것이다. 사교육에서는 EBS 변형문제, 어휘집 등으로 EBS 연계 강좌를 개설하고 학생들은 그러한 강좌의 매력에 빠져든다.
* 고득점을 위한 사교육 여전 : EBS와 연계되지 않는 30%의 변별력 문제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EBS로 충분하지 않다.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은 고득점을 받기 위해 어려운 1~2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과외까지 하게 된다. 사교육에서도 변별력 있는 심화 문제를 다뤄주는 식으로 EBS와 차별화하고 있다.
* 대형 강의 감소, 소수정예 수업 증가 : EBS 70% 연계 이후 EBS 교재 공부가 많아 사교육을 받을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형 강의는 줄어든 반면 짧은 시간에 더 큰 학습 효과를 얻기 위한 소수 정예 수업이 늘었다.  소수 수업이다 보니 학원비는 어쩔 수 없이 고액화 된다. 일반 학원들도 인원이 적어지니 시수를 늘려 학원비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 기본적인 사교육은 감소 : 내신은 비교적 좋은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수능을 위한 사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학생들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었다. 그러나 EBS 연계로 기본적인 수능 사교육은 받지 않아도 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교육 절감 효과가 있다.

수험생의 공부 부담은 어떠한가.
* 최상위권 학생들 공부량 증가
: 최상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공부량이 늘었다. 쉬운 수능 체제에서 실수 하나로 대학이 갈리는 상황이므로 최상위권 학생들은 EBS 연계 교재를 2~3번씩 풀어서 완벽히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사실 2~3번씩 안 봐도 될 것 같은데 불안해서 반복 공부하게 된다. 아이의 지난 한 학기 학습을 돌이켜 보면 EBS 공부에 투자한 시간이 전체 공부시간의 80%~90%는 되는 것 같다
* 교과 선행 부담 : 3학년이 되면 20권이 넘는 EBS 교재를 모두 봐야 하기 때문에 1~2학년 때 교과과정을 마쳐야 하는 선행 부담을 갖게 된다. 3학년 때 교과 진도 공부를 하면서 EBS 교재를 모두 보기는 힘들다. 중간에 수시도 준비해야 하므로 2학년 때까지 주요과목 교과 진도는 모두 마쳐야 한다.
* 30%를 위한 공부도 부담 : EBS교재가 70% 연계되므로 나머지 30%를 위해 다른 문제집도 다루어야 한다. 수능 기출 문제집인 자이스토리, 수능다큐 등의 시중문제집을 풀고 있지만 EBS 공부량이 많아 다른 책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EBS 연계 후 고3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되나.
* EBS 교재 중심 수업
: 학교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주로 다룬다. 진도를 마친 과목은 EBS 교재를 중심으로 수업하고, 3학년 교육과정에 있는 탐구 선택 과목들은 진도를 나가면서 EBS 교재도 병행한다. EBS 교재의 내용이 많아서 학교 수업시간에 할 수밖에 없고, 내신 시험범위에도 포함된다. 학교에 따라서는 EBS 교재로 수업은 안하고 시험범위에만 포함시키기도 한다. 공립학교일수록 교육과정에 충실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수업 중에 많이 못한다.
* 외국어 영역 어려운 지문 위주로 수업 : 외국어 영역의 경우 EBS 교재가 다른 영역에 비해 더 중요하다. 그런데 교재는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실제 수업은 많은 학생이 틀리거나 내용이 어려운 지문 위주로 진행한다. 또는 수업에서는 다루지 않고 내신 시험범위에만 포함시키기도 한다.  
* 학생들 EBS 중심 수업에 불만 없음 : 학교 수업을 교과서보다 EBS 교재 중심으로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불만이 없다. 어차피 수업시간에 안 하면 따로 해야 하므로 학교에서 다뤄주면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한다.

EBS 교재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나.
* 월간 계획에 따라 학습
: 교재가 많아 계획을 세워 공부하지 않으면 한 번도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교재가 서점에 나오자마자 바로 구매해 월간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 날짜별로 배분한 분량을 그날 소화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밀리기 때문에 철저히 계획에 따라 공부해야 한다.
* EBS 강의는 듣지 않음 : 인터넷 강의는 거의 듣지 않는다. 교재 보기도 바빠 강의를 들을 시간이 없다. 강의 시간이 길어 전체적인 강의는 듣지 않으며 궁금한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만 가끔 선택해서 속도를 높여 듣는다. 강의 들을 시간에 지문을 한 번 더 보는 것이 낫다. 탐구과목의 경우 개념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하는데, EBS 강의보다는 메가스터디나 마이맥 등 사설 인터넷 강의 업체의 강의 품질이 더 좋다.

EBS 연계와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 EBS 연계는 찬성
: EBS 연계나 연계율에 대해서 학생들은 만족하는 편이다. 사교육 없이 수능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은데 EBS 교재가 없으면 막막할 것 같다.
* 교재의 질에는 불만 : 교재의 오류가 많아 혼란스럽다. 답이 틀린 경우도 있고 틀지지 않더라도 너무 광범위하거나 지엽적인 답지가 많다. 애매한 문제도 있다. 공부를 덜 해서 애매한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애매하다. 언어 교재의 경우 한 분야의 지문이 연속으로 이어져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문장을 일부러 어렵게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문장이 길고 안 쓰는 어휘도 자주 등장한다. 문제집 출제위원들의 수준을 높이거나 평가원에서 제대로 감수해 교재의 완성도를 높여주면 좋겠다.
* 교재가 많아 부담 : 인문계열 학생은 최소 22권을 봐야 하고, 자연계열 학생들은 최소 26권을 봐야 한다. 고3 때는 내신도 관리하며 서류와 논술 준비도 해야 하는데 EBS 교재가 너무 많아 부담이 크다. 외국어 영역의 경우 선생님들이 몇 번씩 보라고 강조하는데, 이해가 안 되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한글 해석지문만이라도 쭉 읽어보라고 할 정도다. 이런 공부가 실력과 사고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 교재비도 만만치 않음 : 다른 시중 교재보다 권 당 책값은 저렴한 편이지만 각 영역별로 책이 여러 권으로 나뉘어져 있어 책값이 만만치 않다. EBS 홈페이지에 PDF파일로 제공해주고 있지만 인쇄비나 제본비 등을 생각하면 어차피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 파이널 교재도 부담 : 8월말에는 EBS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교재가 과목별로 나오는데, 연계 교재는 아니지만 안 보면 불안하다. 처음부터 없으면 안 보겠지만 출판되어 나오면 봐야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EBS와 평가원에 바란다.
* 교재 수 줄여주세요
: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경우 ‘수능특강’과 ‘수능완성’ 외에 ‘인터넷 수능’과 ‘고득점’ 등으로 각각 6권씩이다. 비용도 부담되고 공부할 분량도 너무 방대하다. 언어와 외국어는 범교과적인 소재로 출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문을 봐야하는 것은 맞지만 분량이 너무 많아 학습 속도가 빠른 상위권 학생이 아니라면 반복해서 보기는 힘들다.
수리 영역의 경우 인문 계열 학생은 4권이지만 자연 계열 학생은 8권이나 된다. 다른 영역의 교재 수는 동일한데 수리 영역만 4권이 많으니 언어와 외국어 교재를 공부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 교재의 신뢰도 높여주세요 : 교재를 보다보면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를 때가 있다. 그런 경우 EBS 교재보다는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의 강의가 더 신뢰가 간다. 공부하느라 예민한 수험생들은 교재 내용이나 답이 틀리면 혼란스럽고 불만이 쌓인다. 공부의 맥도 끊기고 의욕도 떨어진다. 의구심이 들 때는 EBS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할 때도 있다. 교정도 철저히 보고 내용 오류도 줄여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 불필요한 내용 줄여주세요 : EBS 교재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불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학업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킨다. 평가원에서 감수할 때 이런 내용은 제외시켰으면 한다. 수능 출제 기준이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출제하는 것이라면 굳이 EBS 연계 교재에 그 이상의 내용을 넣어 분량을 늘일 필요가 없다.
* 연계 방식 제대로 해 주세요 : 2012학년도 수능에서 EBS 연계는 제대로 되었다고 볼 수 없다. EBS를 열심히 봤어도 외국어 영역을 빼고는 도움이 안 되었다. 모의평가 수준으로 공부했다가 언어와 수리(가)는 연계율을 체감할 수 없어 낭패를 보았다. 일관성 있는 연계 방식이 필요하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2013학년도 수능 연계 대상 EBS 교재 목록>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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