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아내 신드롬(battered wife syndrome)’은 남편의 폭행과 욕설, 학대를 받으면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경험한 경우는 반대였다. 매 맞는 남편 신드롬이다. 남편은 매출도 수십억원에 이른 회사의 오너였다. 평소에 운동도 좋아하여 태권도, 유도, 합기도 유단자였고, 보유하고 있는 격투기 단수도 18단 이상이었다.
그런 사람이 처에게는 꼼짝도 못했다. 처가 모든 경제권을 움켜쥐고 있었다. 남편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천 원짜리 때문에 처로부터 욕을 듣고 폭행을 당한 얘기를 했다. 지갑에 처가 넣어주는 용돈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처가 지갑을 검사한다. 사용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당장 처의 욕설과 고함을 들어야 했다. 천 원짜리라도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면 “어느 년 ××에 처박았냐”고 윽박을 질렀다. 거래처 사장들과 골프장에 가면 개인적으로 사용할 돈이 없어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사용하곤 했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져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했다.
처가 힘이 세고 덩치가 크냐고 물어보았다. 처는 50kg도 되지 않게 마르고 키가 작다고 했다. 처음에는 처가 소리 지르고 대들면 한 대 쥐어박기도 했는데 바로 쓰러져 거품을 물고 죽는 시늉을 해서 폭행을 포기했다고 했다. 처가 소리를 치고 욕을 하면 그냥 참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받아주었는데 이제는 처가 물건을 던지고 몽둥이를 휘둘러도 저항을 포기하게 되었다고 했다.
매 맞는 여자나 남자가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된 이유는 경제력을 상실해 헤어지면 갈 곳도 없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복에 대한 두려움, 장래 가해자가 선하게 변할 거라는 미련한 집착 때문이다.
가해자의 언어폭력과 폭행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폭행을 중단하고 행복한 결혼생활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희망을 갖는 이유는 폭행 후 사과, 약속, 친절함, 사죄하는 선물들을 주며 회유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의 증폭되는 폭력과 잔인한 구타를 경험하면서 가해자가 전능하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 사람은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에 얘기도 하지 않고 소를 취하하고 처에게 자신의 재산을 모두 넘겨주고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처의 따뜻한 사과와 약속을 믿었던 것이다. 내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그 사람은 다시 집에서 알몸으로 쫓겨나왔다는 얘기가 들렸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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