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치명상 … 끝없는 충격

중소 협력업체 줄 도산, 근로자 생계 막막

지역내일 2000-11-05 (수정 2000-11-06 오전 11:22:14)
재계는 11.3기업퇴출초치로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실물경기에 적지않는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삼성자동차 퇴출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며 담담한 표정이고 현
대건설은 정부의 사실상 유예조치로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채권단의 극단조치에 불안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가급적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돌아섰다.
그 동안 현대건설은 채권단의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사태수급 입장에서 어제부터 다소 능동적
태도로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만 SK와 LG등 30대그룹은 증권가에 떠도는 부채 높은 계열사에 대한 처리루머에 내심 고심을 했지만 채
권단이 충격을 감안해 일단 유예하는 쪽으로 통보를 해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그룹들은 퇴출 직격탄을 정면에서 맞지는 않았지만 제3, 제4 퇴출조치가 기
다리고 특히 이번 퇴출이 시장에 주고 있는 충격을 감안하면 경기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내
실위주의 경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제단체 요구=전경련은 “많은 수의 부실기업을 일시에 퇴출시킨 이번 조치로 인해 실물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전제하고 부실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나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으로 이
어질 가능성과, 기업금융시장이 더욱 경색되어 선의의 기업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을 우
려했다.
또 전경련은 이러한 피해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한시적인 특별금융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무엇보다 또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원활하고도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제
반 보완대책도 아울러 신속히 강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기업퇴출조치는 상시퇴출제도를 정립하여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판단과 시장경제원리에 따
라 수시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도 주문했다. 대한상의 역시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실업증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요청했다.
특히 상의는 대출금 만기연장 신규자금 지원 등이 선행되어야 기업들이 유동성에 휘말리지 않는다며 대책을
강구했다. 기업중앙회는 퇴출조치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지만 중소협력업체의 충격이 매우 클 것
을 우려했다.
이의 해소 일환으로 정부의 특례보증한도 확대, 한국은행의 총액한도대출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 등을 촉구
하기도 했다.
◇대기업전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들은 채무상황이 좋지 못한 계열사에 대한 퇴출을 우려했으나
이미 시장에서 거명됐고 이로 인해 기업이미지 실추나 주가추락 등 악재가 모두 시장에 반영된 만큼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다며 이달 말과 다음달, 그리고 내년 1~3월로 이어지는 만기도래 부채상환을 어떻게 해결하
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재계는 채권단이 추가 자금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실정이어서 자금마련을 위해 해외전환사채 발행이나 부동
산 및 계열사 매각 등으로 위기탈출을 구상중이다.
현대그룹을 제외하고 대다수 그룹은 계열사간 부채비율이 높은 위기기업을 놓고 문제해결 작업에 총력을 기
울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며칠전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컬러필터 라인을 3600억원에 매수하는 등 사실상
상호 유동성 지원전략 차원에서 이같은 경영으로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유동성 극복과 부채비율 축소에 그룹의 경영지표로 삼고 이를 집중시키고 있다. SK그룹도 SK텔레
콤이 IMT-2000(차세대이동통신)사업권 획득과 사업착수를 위해 투여되는 자금확보를 위해선 자체 그룹자
금 동원보다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을 조달, 닥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차단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LG전
선 등 부채비율이 비교적 높은 계열사에 대해 계열 종합상사나 금융사들이 앞장서 수출시장 개척 또는 자금
확보 등 문제해소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산 및 법정관리기업=미주실업 양영제지 등 청산기업들은 이미 법원의 법정관리 거절등 사실상 이미 청
산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어서 충격이 없었다. 다만 우성건설은 상황이 딴 판이다. 400여개의
협력기업체를 보유하고 수주물량도 적지 않는 여건에서 당장 협력 중소기업체 200여개가 큰 피해를 보게됐
다.
서광도 사정은 비슷하다. 간판 섬유업체로 패션산업에 크게 기여했으나 결국 청산으로 이어져 당장 수백 개
의 봉제 및 원부자재 업체들의 자금결제에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줄 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
다.
이와 관련, 퇴출기업 협력사 상당수가 지난 토요일부터 사무실의 현관 문을 걸어 잠그거나 회사대표가 출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다.
◇멈추지 않는 충격=파장문제는 임직원의 생계문제다. 우성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한 기술자는 “건설업
계의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재취업도 힘겨운 실정이다”며 앞으로 “살아 갈 길이 막막하다”고 울먹였
다.
또 영세 중소기업들의 당면현안을 누가 해결해주고 보장해주느냐가 최대의 관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퇴출기
업체 수가 적다하더라도 충격은 겉잡을 수 없이 파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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