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니, 성공은 따라오더라”

<인터뷰> 로고나코리아 이진민 대표

지역내일 2012-06-18

로고나코리아 이진민 대표

“좋아하는 일을 하니, 성공은 따라오더라”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CEO들에겐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자기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로고나코리아의 이진민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 최초 런던국제광고제 금사자상 수상, 제일기획 최연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선영아 사랑해’라는 유명 티저 광고를 만든 주인공, 여성 전문 포털 마이클럽 부사장…. 

‘미다스의 손’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력을 갖추기까지 그녀 특유의 ‘농민적 근면성’이 있었다.
여기에 평생 ‘여성’을 위해 일하겠다는 진심이 더해지니 승승장구할 수밖에. 

무가치한 성공의 허상에서 탈피한 지 오래인, 그녀는 아직도 누구보다 순수하고 뜨거웠다. 

취재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사진 김재윤


 


‘농민적 근면성’으로 가치 있는 성공을 수확하다 

“단순히 돈을 좇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착한 돈’을 벌어야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신이 나고,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더라고요. 아직 저에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까지 잘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거 같아요.”

‘한국 지형에 강하다, 애니콜’ ‘나는 나 톰보이’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문안들로 유명한 이진민(49) 대표. 사회적인 잣대로만 볼 때는 성공 CEO라는 호칭이 부적절하지만, ‘인간 이진민’으로서 성공은 이룬 거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남들은 저보고 성공했다지만, 사실 저는 부족한 게 많아요. 오죽하면 ‘난 머리가 나쁘니까 남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트라우마처럼 자리 잡았겠어요. 일할 때는 항상 ‘남들이 한 개를 할 때 나는 최소한 두 개를 해야 살아남는다’는 농민적 근면성을 토대로 정말 열심히 했죠.” 

아시아 최초로 런던국제광고제 금사자상을 수상한 애니콜의 광고 문안을 만들 때도 이런 성실함이 있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만 해도 요즘처럼 국내 휴대폰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 당시엔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던 상황. 하지만 ‘한국 지형에 강하다, 애니콜’이라는 광고 문안은 이러한 판도를 확 뒤집으며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13%에 불과하던 애니콜의 시장점유율을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애니콜 측에선 ‘언제, 어디서나 고감도’라는 콘셉트를 강조하고 싶어했지만, 제가 보기엔 임팩트가 부족했죠.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더라고요. 발이 닳도록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녔죠. 시장조사를 해보니, 고감도는 결국 통화 성공률의 문제였어요.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우리나라엔 산이 많다는 점이 떠올랐죠. 산에서는 통화가 자주 끊겼거든요. 70% 이상 산으로 둘러싸인 한국 지형에 맞춰 설계된 제품이라는 걸 강조, 높은 통화 성공률을 내세웠죠. 다행히 시장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단순히 ‘국산 휴대폰을 써달라’는 민족주의에 기댔다면 100% 실패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성과를 거둬 뿌듯했다는 이진민 대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국가 위상도 높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단다.


선영아, 사랑해! ‘여성’을 위해 일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부터 업계에서 인정받은 건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예로 1980년대만 해도 결혼한 여직원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발령 내는 회사들이 많았단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리 이상 승진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그만큼 여성 차별이 많던 시절. 이진민 대표는 여성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필요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불과 몇십 년전만 해도 ‘나’가 아닌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한 거 같아요. 제가 잘해야 여자 후배들의 길도 넓어지잖아요. 나중에 딸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고요. 당시 회사에선 정규직이던 미혼 여직원이 결혼하면 비정규직 발령을 내는 게 관습처럼 여겨졌죠. 결혼 전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 최초의 정규직 기혼 여직원이 됐어요. 힘들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안 되잖아요.” 

거창하게 페미니즘 운운하지 않더라도 여자의 입장에서 함께 웃고 울며 살고 싶다는 이 대표. ‘선영아 사랑해’로 대박 성공 신화를 이룬 것도 이런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이클럽은 사이트 오픈 4개월 만에 회원 75만 명을 확보하고, 한 여성 사이트 인지도 조사에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업주부, 워킹맘 등 어떤 식으로든 여자를 나누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소가 다를 뿐 모두 일을 하잖아요. 삶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느냐가 다른 거죠. 집에서 일하는 여자와 밖에서 일하는 여자가 있을 뿐이에요. 자기네들이 안 해봐서 그렇지,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전업주부, 워킹맘 등의 타이틀을 벗어버리고, 모든 여성들이 행복하고 따듯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그게 바로 마이클럽이죠.” 


“나를 키운 건 8할이 대성(남편)이다”

‘마이클럽=내 인생의 우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대단하던 이진민 대표. 애정이 깊은 만큼 마이클럽을 그만둘 때 상실감도 대단했다. 

“포털 사이트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와 거리가 먼 일들이 벌어지더라고요. 진정성도 없이 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면 당장 돈을 벌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죠. 평소 꿈꾸던 여성들이 행복한 공간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 등의 문제로 고민하다 나왔어요. 그런데 그만두고 나니 딱 죽고 싶더라고요. 그때만큼 힘든 적도 없던 거 같아요.”

긍정 마인드로 똘똘 뭉친 이진민 대표도 심각한 슬럼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인생의 멘토인 남편과 주변 선배들이 없었다면 극복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나를 키운 건 8할이 대성(남편)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조금 일찍 고인이 된 남편은 이 대표의 둘도 없는 지지자였다. 힘들 때마다 남편은 ‘당신은 작지만 보석이다, 이미테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세상이 이 대표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빛이 나면, 언젠가 인정을 받는다는 것. 

“다행히 저는 인복이 많은 거 같아요. 마이클럽을 나온 뒤 대기업 임원 등 각종 제의가 쏟아졌지만 두려움에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그런데 한 선배님께서 ‘이 사장(이진민 대표)은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더라. 이제 남이 아닌 자기 일을 할 때가 됐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라는 조언인데, 참 감사하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이진민 대표의 레이더에 독일계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로고나’가 들어왔다. 독일 녹색당 출신의 환경주의자들이 만든 로고나는 1999년 남편이 들여온 브랜드. 2004년 그녀가 대표이사를 맡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걸 배제하고, 화학 성분을 0.01%도 쓰지 않는다는 로고나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죠. 제 피부가 민감하고 아파서 화장품을 쓰지 못했는데, 로고나 제품은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더군요. 단기간에 확 키울 수는 없지만, 저만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엄마는 너희가 내 자식이라 감사해”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이 대표. 하지만 그녀가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하는 타이틀은 ‘엄마’다. 스무 살인 맏딸 다원이와 중학생인 아들 범준이가 태어나면서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서른에 아이를 낳은 게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어쩌면 이렇게 귀한 존재들이 저에게 왔는지…. 이후에는 사람을 무시하지 못하겠더군요. 오히려 아이들이 저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르쳐줬죠.”

아이를 들쳐 업고 회사에 가야 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온 이 대표. 남들처럼 아이들에게 올인 하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아낌없는 사랑과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국내 천연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지만 당시엔 국내 기술이 부족해서 잠시 꿈을 접었어요. 꾸준히 노력한 끝에 순수 국내 브랜드 ‘아이소이’가 탄생했죠. 다원이는 한 번도 엄마에게 뭘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아이소이를 좀 늦게 하고 고등학교 2~3학년 기간을 자신과 함께 보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때 함께 해주지 못한 게 요즘도 후회가 돼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가는 길을 택하길 바라며 그런 결정을 했건만, 행여 아이에게 마이너스가 된 건 아닌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고. 아마 끝까지 아이에게 미안할 거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뜬 뒤 가족 상담을 받았어요. 다들 너무 충격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하루는 상담 시간에 다원이가 ‘절대로 엄마가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군요. 자기는 정말 괜찮다면서요. 저는 아이들에게 완벽한 엄마는 아니었죠. 하지만 우리 딸이 무슨 일이든 잘해낼 거라는 믿음은 있어요. 천천히 가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잖아요.” 

남들보다 빨리 가는 데 급급해 현재의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소리. 이진민 대표는 쳇바퀴 돌듯 똑같은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주역이 ‘자신’이라는 진리를 깨우친 지 오래다. 어떤 다재다능함보다 가치 있는 긍정과 성실함이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믿음. 이것이 바로 영역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이진민 표 성공 법칙이다. ?


 


이진민 대표는

이화여대 국문학과 졸업. 제일기획 최연소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으로, 아시아 최초로 런던국제광고제 금사자상을 수상한 실력파 카피라이터. 14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여성 전문 포털 ‘마이클럽’을 설립,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돈을 좇기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철학을 앞세워 로고나코리아를 설립했다. 로고나코리아는 독일계 천연,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최근에 순수 국내 천연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를 선보였다. 앞으로도 여성을 위해 일하고, 모든 여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그녀의 꿈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어 행복하다는 이 대표.

전업주부, 워킹맘 등 어떤 식으로든 여자를 나누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소가 다를 뿐 모두 일을 하잖아요.
삶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느냐가 다른 거죠. 집에서 일하는
여자와 밖에서 일하는 여자가 있을 뿐이에요.
안 해봐서 그렇지,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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