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연합 입시 설명회 - 일찌감치 와서 설명회 후에 마련된 개별상담 번호표를 받았지만 마음이 도통 편치가 않다.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아이의 현재 실력으로는 지원하기가 다소 버거운 대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입시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엄마의 욕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지만 과연 내 아이의 12년 공부의 결정체인 대학 이름에 욕심을 내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부진했던 6월 모의고사 성적을 애써 외면하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만 하면 성적이 더 오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상위권 대학의 입시 자료집부터 챙긴다. 내 아이가 과연 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될지를 점쳐보며.
# 대치동 유명 강사의 대입 설명회 - 기말고사 기간이라 평소보다 덜 몰릴 거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 2시간 일찍 도착했는데도 벌써 강의실이 꽉 찼다. 여유 있게 자리를 잡은 고수 엄마들은 자리에 앉은 채 준비해온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한다. 이대로 두어 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또 2시간 이상 연속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니까. 뒤늦게 도착한 엄마들이 통로 바닥에도 자리를 깔고 앉는 바람에 끝날 때까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강의실 바닥에라도 자리를 잡은 엄마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더 늦게 온 엄마들은 급기야 학원 출입구 바닥에까지 쪼그리고 앉는다. 강사의 얼굴은 구경도 못한 채 자료집을 들고 강의실 밖으로 새어나오는 목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인다. 학원 입구에서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있는 엄마들은 그마저도 부럽기만 하다. 자료집이 바닥나 입구에 선 채로 메모를 해가며 듣는 부모들까지, 정말 해외토픽 감이 따로 없을 정도다. 조금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결코 참지 못하는 엄마들이지만 덥고 불편해도 항의를 하기는커녕 내 자식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라도 놓칠새라 애를 쓴다. 아이들이 이 정도 열정으로 공부에 매달린다면 스카이대에 합격하고도 남을 텐데.
수험생 부모나 예비 수험생 부모들은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에 이렇게 열심히 입시와 관련된 설명회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입시 정보를 얻어도 내 아이만을 위한 소신을 세우기가 참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올해 입시부터는 수시 지원 횟수 6회 제한이라는 큰 변수가 걸려있어 지원자들이 어디로 몰릴지, 어디가 의외로 낮은 지원율을 보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다가올수록 부모들은 과연 이 6장의 카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그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재수생 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성적에 비해 부모가 ‘원서질’을 잘못하는 바람에 억울해서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올해는 수시 6회 제한, 각 대학별 전형의 간소화 등 변화가 커 지난해 입시결과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가늠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수험생 부모들은 변화된 입시 전형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원전략을 세우느라 부담만 더 커진 셈이다. 대학마다 일부 전형을 통폐합 해 전형을 간소화했다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에 최대한 더 많은 수시 지원 카드를 던질 수 있도록 마련한 전형 앞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아이가 공부는 곧잘 했는데 수시, 정시 지원 전략이 미흡해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에 합격하면 괜히 부모가 아이한테 무슨 죄라도 지은 양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럴 경우 아이들이 반수를 하겠다고 나서기 십상이다. 부모가 안정적으로 하향지원을 해서 ‘대학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결과를 낳으면 ‘원서질’을 잘못했다는 후회가 남는다. 그렇다고 부모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좋은 대학의 문을 닫고 들어가는’ 그런 환상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수시 6회 지원이나 정시 지원에서 그 누구도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결론을 내려줄 수 없다. 자고로 ‘입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하지 않던가.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니 아무리 입시 컨설팅 전문가라고 해도 예측에 따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 결국 최종 선택은 부모의 몫이다. 입시 설명회에서 한 강사는 ‘마지막 지원을 할 때 엄마의 직관을 이용해서 찍는 수밖에 없다’라는 말로 씁쓸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에 수시 하향지원을 했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합격할까봐 가슴을 졸이는 엄마들을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자녀의 입시를 한 번쯤 치러본 엄마들이라야 지원과정과 최종발표가 날 때까지의 그 엄청난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다. 오죽하면 아이 둘을 재수 한 번 없이 연달아 스카이대에 보낸 엄마를 ‘전생에 나라를 구한’ 정도의 덕을 쌓은 엄마라고 부르겠는가.
누구는 당장 논술 준비를 시작하라고 하고, 또 누구는 그래도 역시 수능이 가장 중요하니 수능 공부에 전념하라고 한다. 듣는 정보는 많은데 아무도 내 아이에게 꼭 맞는 길을 콕 집어 주지 않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특히 첫 아이의 입시일 경우 부모가 소신을 세우기도 어렵고 욕심을 내려놓기도 쉽지 않다. 이미 큰 아이의 입시를 한 번 치러본 엄마들이라고 해도 문과, 이과에 따라 입시전략이 다를 수 있고 매년 입시전형의 변화도 심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부모가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부지런히 참석해 입시의 흐름을 잡고, 교사와 선배 엄마들의 조언까지 종합해서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비중이 확대돼 무시할 수도 없고, 내신 경쟁력이 약해 논술 중심 전형이 유리할 것도 같고, 정시모집이나 대부분의 논술전형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능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고, 결국 모든 걸 다 잡고 가려니 버거울 수밖에 없다. 입시는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입시에서 아이나 부모 모두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되 내 아이의 실력이나 스펙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 및 전형을 어떤 방법으로든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 주어지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고교 3년간 아이가 샛길로 빠지지 않게 끊임없이 감시하랴, 부족한 과목 제때 메워주랴 게다가 힘든 공부한답시고 대놓고 부리는 짜증과 스트레스까지 다 받아주면서 최종 입시 지원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요즘 부모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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