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전용건물이 신축되는 것을 보고 1층 상가 분양권을 전매로 취득한 사람이 있었다. 1층에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분양권을 넘겨받았는데 분양계약 당시 분양회사는 “병원 3개 입점을 약속하고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하기로 한다는 특약도 기재해 주었고 분양권 양도인도 이에 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하였다.
양수인은 그 후 병원 입점이 제대로 되지 않자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고 분양회사와 양도인에게 내용증명을 다음과 같이 발송하였다.
“프리미엄을 주고 상가 분양권을 인수한 것은 약국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는데 아직까지 병원이 한 군데도 계약되지 않아 불안하여 중도금, 잔금을 지급할 수 없다.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계약금을 반환하거나 병원 입점에 대한 특약을 불이행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물을 제공하라. 그러면 즉시 중도금, 잔금을 주겠다”
그러나 분양회사는 중도금 지급기일이 경과되었음에도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을 했으니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통보를 하였다.
병원 입점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불안의 항변권이다. 이 사건에서 이러한 항변을 할 수 있을까?
불안의 항변권이란 내가 먼저 선이행할 의무가 있지만 상대방이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의 악화로 인하여 반대급부를 이행 받을 수 없는 사정변경이 생겼을 때 인정된다. 도급인이 기성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고 재산상태가 악화된 경우 수급인이 공사를 완공하더라도 공사비를 받기 곤란한 사정이 있으므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공사의 완공을 거절할 수 있다. 목재를 계속 가공해 주었는데 이미 연체된 가공료는 주지 않으면서 추가가공을 요구할 때에는 변제를 보장할 수단을 확보할 때까지 자신의 임가공 의무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한 판례도 있다.
위 병원의 입점을 약속한 분양계약의 경우에는 고등법원에서는 불안의 항변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병원 3개 이상을 입점시키기로 하는 약속은 입점을 보장한다는 취지만 있을 뿐 약속의 이행기한을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이라고 할 수 없고, 상가 신축공사의 공정율이 10% 정도에 불과하여 중도금 지급 당시에 3개의 병원 입점 계약이 시기상조였기 때문에 중도금 지급이후 약국을 개설할 때까지 병원이 입점할 가능성도 많았기 때문에 미리 불안의 항변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