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꾸리찌바에서 수원의 미래를 본다

지역내일 2012-07-05

염태영/수원시장

6월 중순 브라질을 다녀왔다.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 세계총회와 유엔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Rio+20)에 참석했고, 수원시의 자매도시이면서 주민참여 및 환경도시로 잘 알려진 꾸리찌바시를 방문했다.

6월 20일 아침, 꾸리찌바의 '꽃의 거리'를 걸었다. 형형색색의 꽃들과 벤치, 길가의 각종 가게와 키 큰 나무들, 여기저기 펼쳐진 노천카페, 폐전차를 재활용해 만든 작은 도서관은 거리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총 1km 길이의 이 거리는 말 그대로 '보행의 천국'이다. 걷고 싶은 도시의 모델을 보는 듯했다.

걸어 다니는 것이 불편한 우리의 현실과는 차이가 많았다. 육교와 지하도는 찾아볼 수 없고, 차량들의 위협도 없다. 볼거리가 풍성하고, 쉼터마다 친절한 배려가 배어난다.

보행자의 천국 '꽃의 거리'

나른 나라들에 앞서 도심부의 상점가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든 과정도 흥미롭다. 지난 1973년 '꽃의 거리'가 탄생하기까지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당시 시장은 도심의 상점가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 것을 검토했는데 가게 주인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가게 앞으로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72시간 만에 화단을 설치하고 보행자 전용도로를 확보했다. 예상과 달리 '꽃의 거리' 조성사업 2개월 후 가게 매출은 예전보다 올랐고 주민들의 신뢰가 더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꾸리찌바의 대중교통도 체험했다. 페트병 모양을 본떠 만든 튜브 스테이션(원통형 버스정류장)에서 한번에 24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 굴절버스를 탔다. 지상의 지하철 같았다.

저렴한 요금에 완벽한 환승시스템, 실핏줄처럼 연결된 노선 등 시민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대중교통체계는 부럽기까지 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 약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도 눈에 띈다. 버스를 중심으로 한 꾸리찌바의 대중교통체계는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의 확충으로 한 단계 높은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꾸리찌바는 철저하게 '저비용 도시행정'을 추구해왔다. 그 중심에는 도시의 싱크탱크라 불리는 '도시계획연구소'가 있다. 현재 180여명의 도시설계사와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계획이 외부 연구용역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옛 가구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건물에 위치한 도시계획연구소는 최소의 재원으로 창조적 아이디어와 다목적 사업을 추진한다.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에 옮긴다. 꾸리찌바의 도시계획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의료 등 시가 계획하고 실천해야 할 모든 분야의 연구, 정책의 안정적인 집행에 대한 산파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연구소를 고스란히 수원으로 옮겨오고 싶을 정도였다.

사람중심의 도시계획과 행정서비스

꾸리찌바가 이렇게 세계적인 환경도시, 창조도시란 명성을 얻기까지 4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시장의 강력한 의지와 공직자들의 열정, 그리고 시민참여로 탄생한 다양한 정책들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꾸리찌바를 둘러보면서 사람중심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일회성 정책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원에는 꾸리찌바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들이 많다. 시민들의 열정과 세계문화유산 화성,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들, 최첨단 기업과 연구단지, 그리고 광교산과 칠보산 등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등이 그것이다. 수원시가 꾸리찌바에서 제대로 배우고 실천에 옮긴다면 수원은 꾸리찌바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반가운 도시, 휴먼시티'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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