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양극화 심화로 '소통' '공감' '정의' '경제민주화'에 쏠림
박근혜 '국민행복', 문재인 '정권 및 시대교체', 손학규 '민생·통합'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주요 서점가를 휩쓴 책은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였다.
또 '부자아빠'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고, '여왕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의 남녀노소가 부와 성장을 갈망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530만표의 큰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국민의 열망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온갖 도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제쳤고, 본선에서 일부 야권 지지층까지 흡수하며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경제성장과 부에 대한 당시 국민의 욕구가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이른바 '경제성장' 또는 '부에 대한 갈망'이었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그 시대 국민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바, 또는 꼭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의미한다.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정의한 것처럼 '역사를 움직이는 힘'일 수도 있다.
5년마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시대정신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장(場)이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이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에 열광한다.
◆역대 대선은 시대정신의 승리 =시대정신이 과연 선거를 결정짓는 변수인가? 선거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선거의 승패를 가를 요소로 민심, 정당구도, 후보구도 등을 꼽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민심"이라며 "시대정신이란 바로 그 시대의 민심"이라고 정의했다. 시대정신이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역대 대선은 시대정신의 승리로 볼 수 있다.
199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군사정권의 종언'이었다. 당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 모두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였지만, 군부정권에서 민간정부로 연착륙을 시킬 적임자로 유권자들은 YS를 선택했다.
199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외환위기 탈출'과 '정권교체'였다. 민심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과거정권에 넌더리를 냈고, 김대중 후보는 '준비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찌든 살림에 지친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2002년 대선은 '권위주의 시대의 종언'과 '개혁'으로 정리된다.
3김까지를 포함한 구시대청산의 열망을 딛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노 후보는 예선에서는 이인제대세론을, 본선에서는 이회창대세론을 깨면서 시대정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경제성장'과 '부에 대한 갈망'이 시대정신이었다. 국민은 이명박 후보에게서 그 모델을 봤고, 이 후보는 도덕성 시비 등 잡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표차의 승리를 일궈냈다.
◆"시대정신 구현할 적임자는 나" = 그렇다면 2012년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그 단서를 다시 베스트셀러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주요 서점 집계에 따르면 최근 베스트셀러 1위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2위는 '엄마수업' (법륜스님)이다.
2007년의 '20대 재테크'와 '부자아빠' 광풍과는 대조적이다.
또 최근 2년여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샐던)다.
지금 우리 국민은 소통과 치유, 공감과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양극화심화가 이런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들도 본격적으로 '시대정신'을 언급하고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 키워드와 일맥상통한다.
14일 출마선언을 한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늘 시대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왔다"며 '민생' '통합'을 2012년의 시대정신으로 꼽았다.
문재인 고문은 "정권교체와 시대교체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사람은 나"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를 밀고 있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번 선거의 가장 예리한 전선은 정의라는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아직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측도 시대의 과제로 '경제민주화' '복지' '국민행복'을 내세우고 있다.
◆"거대한 흐름이 나를 밀고 갔다" = 이처럼 여야 후보군이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는 것은 대략 비슷하다.
때문에 전문가들 중에는 올해 대선에서는 시대정신이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소 여론조사센터 부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경제이슈이겠지만 그것이 쟁점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들의 의제가 비슷해서 차별화가 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선이 본격화되면 시대정신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부근 소장은 "민심은 결국 자신의 요구를 가장 잘 해결할 인물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능력'을 보든, '이에 부합하는 삶의 궤적'을 보든, 국민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인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2002년 5% 미만의 지지율로 시작해 결국 여당의 후보가 됐던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춘천경선 후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거대한 흐름이 나를 밀고 나갔다. 나는 다만 그 앞에 있었을 뿐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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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민행복', 문재인 '정권 및 시대교체', 손학규 '민생·통합'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주요 서점가를 휩쓴 책은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였다.
또 '부자아빠'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고, '여왕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국의 남녀노소가 부와 성장을 갈망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530만표의 큰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국민의 열망에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온갖 도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예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제쳤고, 본선에서 일부 야권 지지층까지 흡수하며 당선됐다.
선거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경제성장과 부에 대한 당시 국민의 욕구가 투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이른바 '경제성장' 또는 '부에 대한 갈망'이었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그 시대 국민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바, 또는 꼭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의미한다.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정의한 것처럼 '역사를 움직이는 힘'일 수도 있다.
5년마다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시대정신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장(場)이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이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에 열광한다.
◆역대 대선은 시대정신의 승리 =시대정신이 과연 선거를 결정짓는 변수인가? 선거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선거의 승패를 가를 요소로 민심, 정당구도, 후보구도 등을 꼽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민심"이라며 "시대정신이란 바로 그 시대의 민심"이라고 정의했다. 시대정신이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역대 대선은 시대정신의 승리로 볼 수 있다.
199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군사정권의 종언'이었다. 당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 모두 민주화를 이끈 지도자였지만, 군부정권에서 민간정부로 연착륙을 시킬 적임자로 유권자들은 YS를 선택했다.
199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외환위기 탈출'과 '정권교체'였다. 민심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과거정권에 넌더리를 냈고, 김대중 후보는 '준비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찌든 살림에 지친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2002년 대선은 '권위주의 시대의 종언'과 '개혁'으로 정리된다.
3김까지를 포함한 구시대청산의 열망을 딛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노 후보는 예선에서는 이인제대세론을, 본선에서는 이회창대세론을 깨면서 시대정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경제성장'과 '부에 대한 갈망'이 시대정신이었다. 국민은 이명박 후보에게서 그 모델을 봤고, 이 후보는 도덕성 시비 등 잡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표차의 승리를 일궈냈다.
◆"시대정신 구현할 적임자는 나" = 그렇다면 2012년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그 단서를 다시 베스트셀러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주요 서점 집계에 따르면 최근 베스트셀러 1위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2위는 '엄마수업' (법륜스님)이다.
2007년의 '20대 재테크'와 '부자아빠' 광풍과는 대조적이다.
또 최근 2년여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놓치지 않은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샐던)다.
지금 우리 국민은 소통과 치유, 공감과 정의에 목말라하고 있다. 경제위기와 양극화심화가 이런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들도 본격적으로 '시대정신'을 언급하고 있다.
역시 베스트셀러 키워드와 일맥상통한다.
14일 출마선언을 한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늘 시대정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왔다"며 '민생' '통합'을 2012년의 시대정신으로 꼽았다.
문재인 고문은 "정권교체와 시대교체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사람은 나"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를 밀고 있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번 선거의 가장 예리한 전선은 정의라는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은 아직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측도 시대의 과제로 '경제민주화' '복지' '국민행복'을 내세우고 있다.
◆"거대한 흐름이 나를 밀고 갔다" = 이처럼 여야 후보군이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는 것은 대략 비슷하다.
때문에 전문가들 중에는 올해 대선에서는 시대정신이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소 여론조사센터 부소장은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경제이슈이겠지만 그것이 쟁점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들의 의제가 비슷해서 차별화가 안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선이 본격화되면 시대정신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부근 소장은 "민심은 결국 자신의 요구를 가장 잘 해결할 인물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정신을 가장 잘 실현할 능력'을 보든, '이에 부합하는 삶의 궤적'을 보든, 국민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인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2002년 5% 미만의 지지율로 시작해 결국 여당의 후보가 됐던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춘천경선 후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거대한 흐름이 나를 밀고 나갔다. 나는 다만 그 앞에 있었을 뿐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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