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세종연구소/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 북한 최고지도자가 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는 수령제 정치체제 하에서 계획된 과정을 통해 일사분란하게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오름으로써 권력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다.
그의 스타일은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에 가까운데, 이는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좋은 시절'이었던 김일성 시대를 상기케 하면서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김정은은 요새 어떤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나? 그 새로운 통치 스타일이 과연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질까? 우리 정부는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은 벌써 대내외 정책, 그리고 현지지도 행동 양태에서 점점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특징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의 표현처럼 '공개성'과 '투명성'이다.
우선 국내부문을 보면, 김정은은 특히 경제부문에서 '인민생활 향상'에 온 힘을 쏟으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알려진 바 올 1월 하순 그는 당 간부들에게 '자본주의적 방식의 도입을 포함한 경제개혁 논의를 촉구'하면서 터부가 없는 논의를 통해 '중국이든 러시아나 일본의 방법이든' 북한에 맞는 경제재건책을 찾아내도록 지시했다.
그는 경제부문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과 '함남의 불길'을 강조하면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나이를 40대로 낮추고, 평양 소재 시장에서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했으며, 농산물과 공산품 등 종류에 따라 시장세를 합리적으로 차등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각종 잡부금을 없앴다.
할아버지 김일성시대 떠올리게 해
한편, 4월 15일에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열병식에서 그는 무려 20여분이나 공개연설을 했다. 5월 9일 만경대유희장 현지지도에서는 관리부실을 신랄하게 지적했고 그것이 그대로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방영됐다. 이 모든 것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그리고 돼지농장 현지지도에서는 전시행정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또 병사들, 봉사원들과 함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열병식을 할 때 주석단에서 옆에 서 있는 간부들에서 말을 하면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더운 날씨에는 인민복 단추를 모두 풀고 현지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들도 모두 그대로 텔레비전에 영상으로 보도됐다.
대외부문은 어떠한가? 김정은은 미국과 2·29합의를 이룩했지만, 4월에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경축과 아버지 김정일의 유지 실행 차원에서 인공위성 로켓발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하자 '경축기간 중에는 실패를 숨기자'는 당 간부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바로 시인했다. 5월 초에는 북한을 방문한 일본기자에게 평양에서의 자유취재를 허용했다. 그리고 며칠 전 5월 22일에는 북한은 "우리가 2·29조미합의의 구속에서 벗어났지만 실지 행동은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수주일 전에 (미국에) 통지"한 바 있으며, "원래 우리는 처음부터 평화적인 과학기술위성 발사를 계획하였기 때문에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4월 중순 로켓발사 이후 북한의 핵실험 우려 증가 등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는데 이를 완화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미국도 이에 호응하여 대북정책특별대표 글린 데이비스 일행이 이번주에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하면서 한반도 긴장완화 방안을 협의했다.
'어린 후계자'에서 '능력있는 지도자'로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통치 스타일과 새로운 대내외 정책의 일단을 점점 또렷이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 김정은은 많은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그들은 김정은을 더 이상 '어리고 경험이 없는' 후계자가 아니라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로 그를 다시 보고 있다고 한다.
이제 현실적으로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을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가 개혁·개방과 대외협력을 통해 핵·미사일 등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도울 필요가 있다. 결국 그것이 현 상황에서 '윈-윈'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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