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리회사, 건설사·시행사와 동반자 관계 될 수 있다

지역내일 2012-06-08

노병용/우리관리주식회사 대표이사

공동주택의 관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로 주택을 적절한 비용으로 오랫동안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이 전체 주거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보다 전문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두번째는 하나의 건축물을 다수가 공동소유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개개인의 권리와 프라이버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주민간 소모적인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재해나 재난을 예방하고 발생 시에는 신속한 대응으로 입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거나 안전상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상상해 본다면 안정된 주택 공급만큼 안정된 유지 관리도 주거복지에서 기본이다.

정책 수립 및 수행의 동반자로 인정해줘야

정부도 유지관리의 중요성은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사고나 조직이 건설과 공급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역시 주택시장에 관한한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기업이나 종사자들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입주민이다. 종래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내가 평생 살집이라는 의식보다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거나 언젠가는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등 거주지를 가꾸는 데 관심이 매우 낮았다.

재테크 수단으로서 아파트가 매력을 잃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유지관리 비용, 즉 관리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유지관리를 받다 보니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주택건설업계가 산업발전에 큰 축을 담당해왔고 거기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파트너십이 크게 작용해왔다. 이제는 주택관리업계를 중요한 분야로 인정하고 정부정책 수립 및 수행의 동반자로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정부가 기업보다 개인 자격의 아파트 관리소장(주택관리사 자격 소지자)을 먼저 파트너로 삼을 정도로 관리업계의 존재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 또 주택관리사를 포함한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이나 교육, 훈련, 복지, 처우개선, 관리감독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입주민들도 알아야 한다.

개인의 역량과 기업의 역량은 분명히 다르다. 공동주택관리에 필요한 역량은 법, 기술, 회계, 행정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기술만 보더라도 건축,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매우 다양한 업무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모든 고객에게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기업적인 역량이다.

유지관리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정보가 축적돼 가공되면 더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관리회사가 건설사나 시행사와도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우수 인재나 관련 대학 전공자들이 유지관리 분야까지 시야를 넓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새로운 고용창출에 있어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선택을 받도록

주민들이 전문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고 그 결과 사업자들에 대한 인식도 낮거나 나쁜 것은 사업자들이 깊이 반성하고 뼈아프게 생각해야할 대목이다. 주택관리는 1979년에 공동주택관리령이 생긴 것을 계기로 3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관리업도 얼마든지 성장하고 좋은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이라도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선택을 받도록 도전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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