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현재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역내일 2012-04-27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올해 봄 이사철은 여느 해와 달리 조용히 지나갔다. 지난해 전세 가격이 3월까지 4.3%가 상승한 것에 비해 올해는 1.1% 상승에 그쳤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진행과정 때의 전세가격 상승률과 비슷하다. 당시 전세가격은 1.1% 상승했다. 그렇다고 올해 봄 이사철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올해 추가 가격 상승률은 낮았지만 계약기간 2년이 지나 또 다시 이사를 하거나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2년 전 전세가격과 20%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규모를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 재발로 인해 국내 거시경제 침체가 심화되면서 전세 갱신을 위해서 전세대출을 받기보다는 주거 하향이동을 선택한 가구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부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전국 기준으로 주택매매 가격이 6.9%나 상승했다. 서울 수도권은 연간 기준으로 보합에 머물렀으나, 지방은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확대되었고, 올해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진행 양상은 지난해와 다르다. 올해에는 가격 상승률이 크게 둔화된 상태에서의 양극화이다. 부동산 시장은 거시경제의 바다 위에 뜬 배와 같다. 바다가 격랑에 휘말리면 배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주거 하향이동 선택한 가구 늘어

올해 1분기의 국내 경기 실질성장률이 2.8%에 그쳤다.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주택 거래량이 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파트 입주물량도 17만7000여가구에 불과했다. 2008년 이후 아파트 신규분양이 난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거시경제 침체에 따른 소득 증가율 둔화, 금리의 점진적인 상승으로 주택 구매능력도 크게 감소했다. 공급 부족 속에 수요도 크게 감소하면서 '축소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점차 만성질환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주택시장 국면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묘하게 여름 비수기에 접어들면 등장하는 거품붕괴론이 올해도 가계부채 증가, 베이비붐세대 은퇴, 거시경제 침체, 재건축·재재발 정책 변경과 맞물려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그렇지만 전국 기준 주택 실질가격 순환은 이미 2010년 10월에 저점을 통과했다. 지금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재발에 따른 경제침체로 일시적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양극화와 고령화 동시에 고려해야

우리나라 주택가격 변동은 특징 중 하나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공급탄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한번 가격이 상승하면 높게, 그리고 오래 간다. 즉,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분양과 시공, 입주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상승시기가 오래 간다.

지방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분양물량이 크게 증가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그동안 다양한 부작용과 많은 비용을 치렀지만 이미 대규모 택지가 준비되어 있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오르더라도 과거보다는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대규모 공급 정책보다는 소득 양극화, 1인가구 증가, 고령화 등 수요의 다양화에 맞출 수 있는 미시정책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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