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사춘기

빨라지는 사춘기 그 징후와 대책

준비 없이 맞이하는 조기(早期) 사춘기, 아이도 힘들다

지역내일 2012-05-21

사춘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으레 ‘질풍노도의 시기’를 떠올리게 된다.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르는 그 시기의 생각과 행동 때문에 붙여진 수식어인 듯하다. 그런데 최근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사춘기에 대한 걱정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남자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숙한 여학생들은 중학생이 되기 이전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당황스러운 조기 사춘기,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증상과 그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 지 알아보았다.


사춘기 범인은 호르몬, 그리고 뇌 

지금까지 사춘기의 원인은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왔다. 단순히 발육이 좋아져 호르몬 분비가 과다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과도한 학습, 성적 부진, 가정불화, 애착부족 등으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호르몬 이상이 생겨 사춘기가 앞당겨진다고 한다. 우리 몸은 생존과 관련해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빨리 성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분비가 자극되어 사춘기가 앞당겨 진다는 것이다.
최근 계속 발표되는 논문들에 따르면 사춘기 때는 호르몬 외에도 뇌의 활동이 그 전과는 매우 달라진다고 한다. 먼저 10대의 뇌는 뉴런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한다. 뉴런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할수록 가지가 무성해져 다른 뉴런들과 활발하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시기에 오락이나 야한 동영상 등 너무 자극적인 감각이 뇌로 입력되어선 안 된다. 뇌는 그 기억을 소중히 여겨 즐거움을 얻는 쪽으로 뇌를 발달시킨다. 10대의 뇌가 무엇을 쾌감으로 느끼는가에 따라 어른의 뇌가 어떻게 완성될지 결정된다고 한다.


뇌와 사춘기 증상들 

10대의 뇌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다. 전두엽이 새롭게 발달하기 시작했으니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력은 부족하고,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채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또 10대의 뇌는 정서를 담당하는 부분인 변연계의 반응이 과민해져서 상대의 불쾌한 말이나 행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사춘기 아이들의 뇌는 어른의 뇌로 자라야 무례함을 벗고 사회적으로 성숙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인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기도 하고,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다른 친구들은 왜 저렇게 멋있게 보이는지 의식하게 된다. 연예인을 쫓는 것도 이런 증상 중의 하나다.
아직 성숙이 덜된 뇌 때문에 아이들은 타인이 건네는 메시지를 어른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오해를 하고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보인다. 일상적인 어른들의 말에도 아이들은 늘 자극을 받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부모나 선생님은 그런 아이에게 버릇없이 군다고 화를 낸다. 그런 어른들의 반응을 아이들은 더 나쁘게 해석한다. 계속해서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조기 성숙이 불러온 조기 사춘기 

아이의 키가 빨리 빨리 크기를 바라던 엄마들이 요즘은 아이가 조금만 커도 성조숙증을 염려한다. 키와 함께 신체의 다른 부분들이 함께 성숙할 줄 몰랐던 탓이다. 성장이 빠른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경우에는 3,4학년만 되어도 젖멍울이 잡히거나 초경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는 변성기를 겪거나 몽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키만 쑥 컸지 한없이 어린 표정의 아이들인데 2차 성징의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너무 일찍 생리를 시작한 여학생의 경우 처리법을 몰라 엄마가 쉬는 시간마다 학교로 찾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성장은 이렇게 빨라지고 있는데 부모들의 관심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어리고 천진한 표정의 아이를 보면서 내 아이의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춘기가 빨라지는 만큼 부모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아이의 ‘신체와 뇌의 변화’는 아이의 ‘행동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와는 다른 요즘 아이들의 사춘기 

누군 사춘기 안 겪어봤나 하면서 아이의 다양한 반응들을 무시하는 것은 부모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과도한 신체발달로 사춘기를 경험한 적은 없지 않은가. 특히 요즘의 아이들은 과도한 학습 또는 유해 매체들로 인해 뇌의 특정 부위가 과하게 발달했거나 더디게 발달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2차 성징은 나타났지만 사고는 어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겪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친구나 부모의 이해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빨리 시작되는 아이의 사춘기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혼자 구할 수 있는 정보도 별로 없다. 친구들은 겪지 않는 것을 혼자만 겪는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감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말수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의 역할 

조기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혼란스럽고 힘들다. 기댈 곳은 결국 부모뿐이다. 부모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 10대 자녀들의 뇌가 바람직한 성인의 뇌로 성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보다 일찍 생리를 시작하면 친구와 생리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도 없다. 어쩌나 남자 아이들이 알게 돼 놀림이라도 당하게 되면 우울증 증상까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엄마도 이미 겪었던 일이고, 앞으로 친구들도 차례로 같은 경험을 할 것이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관련된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부모와의 대화가 단절되어 있으면 참 힘들어진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에게 꼭 필요한 것은 수용적인 양육태도다.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며 관심을 갖되 지나친 간섭이나 방해는 하지 않아야 한다. 사춘기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자책을 하거나 양육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또한 아이에게 긍정적인 쾌감을 많이 선사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긍정적인 쾌감을 쫓아 자신의 뇌를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도록 기초를 잡아주어야 한다.
스트레스로 힘들 때 남자 아이는 혼자 있기를 원하지만 여자 아이는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 사춘기 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부모는 아이와 제2의 애착관계를 맺을 수 있다. 엄마는 사춘기 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격려자’가 되어야만 한다.


사춘기 딸을 둔 아빠의 역할 

대체로 어린 딸들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춘기가 시작되면 아이는 아빠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이때 아빠의 역할은 딸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리면서 그냥 버티는 거다. 말을 거는 것이 어려우면 쪽지를 남기거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메모를 전송하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딸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다정한 아빠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딸이 뭔가에 화가 났고 그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빠들은 딸이 특별한 이유 없이 화가 난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실수를 저지른다. 그저 딸이 기댈 수 있는 바위가 되어주면 된다. 사춘기의 딸들은 부모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자유를 원한다. 자신의 요구가 거절당하면 갖가지 이유로 협박하거나 토라진다. 또 ‘아빠 싫어’라고 말하면서 원하는 대로 해주면 다시 아빠를 좋아할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상심한 척 연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계를 분명히 정하고 지키는’ 원칙을 갖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여도 함께 과정을 지켜보고 신뢰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모보다 또래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보낸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부모는 의미 있는 존재다. 그 부모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음을 믿어준다면 아이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사춘기의 터널을 조금 더 수월하게 지나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빨라지는 사춘기』,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

도움말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장

 정현숙 원광아동상담센터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 여학생 사춘기 징후들 ************* 

- 2차 성징이 보인다.
- 얼굴, 헤어스타일 등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다.
- 감정 기복이 심하고 짜증을 잘 낸다.
- 평소 부모와 하던 스킨십을 거부한다.
- 부모나 선생님 말보다 친구 말을 더 따른다.
- 가족이나 친지 모임에 따라나서지 않는다.
- 거짓말, 유행어, 비속어 등을 자주 쓴다.
- 엄마, 언니 등과 자신을 비교하며 따라하려고 한다.
- 자기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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