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소유 차량의 소유에 관한 정보가 공무상 기밀누설죄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게 되어 있다.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법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된 것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는 취지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를 지키고 이로 인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유사휘발유 제조 현장 부근에서 경찰의 잠복근무에 이용되던 차량의 차적 조회를 부탁받은 구청 공무원이 차량이 경찰청 소속이라는 얘기를 해 준 것이 문제되었다. 구청 공무원은 체납차량 영치 및 공매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적 조회를 할 수 있었다. 차적 조회를 통해 경찰청 소속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알려주자 유사휘발유 제조업자는 바로 현장에서 도주하였다.
경찰청 소속 차량은 잠복수사 등 비밀을 요하는 업무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고, 잠복수사에 이용되는 차량의 경우 경찰청 소속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경찰은 이로 인해 수사업무의 방해를 받게 되자 구청 공무원을 조사하여 직무상 기밀누설죄로 기소하였다.
항소심까지는 실제 경찰의 수사업무가 방해되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차량의 등록원부에 나타나 소유자는 기밀누설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누구든지 열람이 가능한 부동산등기 사항과는 달리 자동차는 소유자의 성명까지 기재된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자동차등록원부의 열람이나 그 등본 또는 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자동차 소유자에 관한 것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누설되더라도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볼 수 없으며 비록 소유자가 외부에 드러나지 말아야 할 사실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다.
법무법인 대륙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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