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에도 한류 바람 불까

지역내일 2012-04-10
권구순 서울사이버대 교수 교양학부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R. Nisbett)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 상이한 자연환경과 사회구조, 사상, 교육 등으로 인해 다른 사고와 지각방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요즘 한류의 양상을 보면, 이견이 있을 만하다.

필자가 2007년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주 재건 관련 업무로 주도(州都)인 아르빌에 체재할 때 이미 한국 드라마들이 꽤 인기를 끌어 현지에서 출생한 자녀에게 주인공 이름을 작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적이 있는데 이제 이 물결이 유럽과 미주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드라마와 영화, K-pop으로 시작된 한류가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어 교육 부문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사이버대학이 주축이 되어 아세안(ASEAN) 지역의 원격 고등교육 활성화와 역내 대학 간 학점교류를 위한 사이버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정권교체로 관련부처 정책적 변화 있더라도

이 사업은 2009년 6월, 제주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수한 정보통신기술과 교육콘텐츠를 바탕으로 급속히 발전한 한국의 사이버대학 모델을 전수해달라는 아세안 측의 요청에 한국정부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2년이 넘는 현지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1년에 본격 추진되었다.

우선,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후발주자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CLMV)의 참여대학에 이러닝센터 건립을 지원하고 운영인력을 교육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하드웨어적 기반을 조성한 후, 2차적으로 위의 현지 고등교육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이러닝 콘텐츠를 한-CLMV의 전문가들이 공동 제작하여 소프트웨어적 개발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시스템이 안정화가 되면, 아세안 10개 회원국 소속 대학 간 학점교류가 가능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아세안사이버대학이 설립됨으로써 보다 지속가능한 학문교류의 장이 형성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부분의 ODA사업이 그렇듯이 공여국의 열정과 의지만 가지고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2005년 '원조효과성을 위한 파리선언'에서 천명되었듯이 수원국 주도의 개발협력(ownership)의지 제고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사업초기인만큼 위의 4개국 정부와 참여대학은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교과목 선정과 학점교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특히 각국에서 인적, 물적 재원의 투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도 재정투입과 맞물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공여주체인 한국정부도 정권교체로 관련부처의 정책적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일관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공여국과 수원국 양측 모두 상호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학습자 수용성 높은 양질의 콘텐츠 개발해야

마지막으로 수요자 중심의 우수한 콘텐츠의 개발과 이러닝의 품질관리이다. 현재 콘텐츠개발과 학점교류 부문을 맡은 서울사이버대학이 채택한 '사전조사-영역선별-과목선정'의 3단계 수요조사가 최근 완료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지의 네트워크 기반시설의 수준을 감안하여 학습자의 수용성이 높은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일본과 유럽의 공여국들을 중심으로 아세안 내 이러닝 관련 교육원조 사업들이 추진된 바 있지만, 수요자 중심원칙에 충실하지 못해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는 '아세안사이버대학설립사업'의 추진주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좋은 교훈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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