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반상회, 트위터로 세대교체

지역내일 2012-03-09
송파구 "사이버공동체 모범 만든다"
매달 25일 구청장도 즉석답변·현장생중계

"동네 미관을 해치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주세요. #송파반상회" "송파동 가락삼익맨션 재건축 진행상황이 궁급합니다. #송파반상회"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청 대회의실. 박춘희 구청장을 비롯해 국장급 간부들과 주요 과장들이 빙 둘러앉아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트위터 화면에서 '#송파반상회' 말꼬리가 달린 트윗이 속속 올라온다. "어느 분이 답변 주시겠습니까?" 사회자가 질문을 읽어주며 답변자를 찾는다. 담당 국장들이 손을 든 뒤 대답한다.

"야간까지 철저한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만 부족한 곳이 있나 봅니다. 어느 지역인지 확인 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하겠습니다." "안전점검과 정밀 안전전단까지 시행한 후 진행해야 합니다. 7~8년 정도 소요될 듯 한데요 구체적인 절차는 확인 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파구가 반상회 세대교체를 선언, 새로운 시도를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공유하고 마을 주요 사안을 의논하던 반상회가 사실상 사장된 지 오래.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지하기도 한 반상회를 젊은 감각에 맞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운데도 140자 안에서 의사전달을 해야 하는 트위터를 매체로 선택했다. 반상회 날자인 매달 25일 주민들과 구청장을 비롯한 구 간부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로 한 것이다.

지난 27일은 트위터를 통한 반상회 첫날. 거여1동과 삼전동을 비롯해 송파2·방이2·잠실4·문정2동까지 6개 동을 시범 동으로 지정하고 구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했다. 아직은 SNS에 서툰 주민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6개 동 주민들은 주민센터에 모여 대형 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질문을 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20일 사전교육과 반상회 시연도 진행했다. 간부들은 그에 앞서 지난해 말 트위터 활용교육도 받았다.

주민들 궁금증은 다양했다. 공공근로는 언제부터 접수하는지, 자전거주차장을 만들어주면 어떨지 등 단답형부터 주5일제 수업을 하는 초등학생을 위한 대책,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계획 등 전반적인 정책변화에 대한 구청 계획에 관한 질문까지 나왔다. 간부들은 즉석에서 답을 내놨고 불가능할 경우 '해당 부서와 논의한 뒤 반상회가 끝나기 전까지 답하겠다'고 답변계획을 올렸다. 단시간 안에 결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는 부서별로 의견을 모은 뒤 별도로 답을 전하고 트위터로도 답하기로 했다.

숨가쁜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 1시간여, 새로운 형태의 반상회는 마무리됐다. 우려반 기대반으로 시작한 첫 시도에 대해 구에서는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영도 행정국장은 반상회 본래의 의미에 한발짝 다가섰다고 평했다. 기존 오프라인 반상회나 행정에 관심이 먼 젊은 층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누리집 게시판과는 달리 매달 정해진 시간에 구청장과 국장 등에게 신뢰도 높은 답변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반상회 개념을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매달 25일 기존 오프라인 반상회와 함께 트위터 반상회를 병행할 계획이다. 25일이 주말이나 공휴일일 경우 다음날 진행하게 되며 시간은 여러차례 시험을 거친 뒤 주민 참여도가 가장 높은 시간대로 확정할 방침이다. 지옥분(55) 잠실4동 4통장은 "요새는 개인사 공개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반상회 하기가 어려웠다"며 "트위터로 반상회를 하니까 특히 여러 가지 동네 일에 대해서 의견들을 명확히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주민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변화 가능성을 봤다"며 "SNS 반상회가 사이버공동체 모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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