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수장학회의 주식반환청구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신문에서는 ‘반환청구 기각, 강압은 인정’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강압에 의하여 주식을 넘겼다는 사실이 인정되는데 왜 반환청구는 기각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1심 법원은 중앙정보부 부산지부장이 김씨에게 접근해 "군이 목숨 걸고 혁명을 했으니 국민 재산은 우리 것"이라고 겁을 주었고, 중앙정보부 직원이 "살고 싶으면 재산을 헌납하라"고 강요하였으며, 군 검찰이 일본에서 귀국한 김씨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기부승낙서에 날인하자 공소를 취소한 점을 근거로 강압에 의해 증여한 것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을 뿐 당연 무효는 아니다. 취소할 수 있는 증여는 10년 내에 취소해야 하는데 증여가 이뤄진 지 10년이 지났다면 취소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강박에 의한 증여가 무효라면 취소에 관한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강박의 정도가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여야 하는데 그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으므로 당연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상대에게 해악이 미칠 수 있음을 알려 공포를 느끼게 하는 정도의 강박은 의사표시의 취소 사유가 될 뿐이라는 취지였다.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주장은 실제로 많이 주장된다. 공사업자가 민원제기, 공사현장 시위, 소송제기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금융비용이 늘자 불가피하게 주민들에게 복리시설을 설치해 주겠다고 작성한 확약서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지만 법원에서는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취소의 제척기간이 10년이지만 국가의 강압에 의하여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기간에는 취소를 할 수 없었다고 보아 10년의 기산시점을 달리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1980년 계엄당국의 강박에 의한 증여계약은 1981년 1월 21일 위 비상계엄이 해제되어 헌정질서가 회복됨으로써 강박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보아 그 이후 10년의 제척기간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총칼을 들이대고 재산을 빼앗았다면 이는 강도행위이다. 형법에는 폭행, 협박으로 타인의 물건을 강취한 경우에는 강도죄로 처벌하고 있다. 강도가 빼앗은 물건은 소유권이 넘어갈 수 없다. 단순히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은 칼을 들고 협박한 강도에게 부동산의 권리를 넘긴 경우와 다르다고 본 것인데, 협박의 강도를 어떻게 구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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