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없어지면서 만사가 귀찮다’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졌다’ ‘잠을 설치는 날이 많고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등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최근 5년간의 우울증 진료현황을 보면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06년 1만7404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9763명으로 13.5%가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9%로 남성의 31%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에서는 40대가 21.5%로 가장 높고 50대가 19.3%, 60대 17.7%, 70대 이상 15.9% 순이다. 안양시 정신보건센터 조명선 상임팀장은 “남성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 발생빈도가 낮지만 우울증을 적극 치료하는 대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밀리고, 가정에선 외면
여성 우울증은 보통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 되지만 중년 남성은 사회와 가정에서 설자리가 좁아지는 등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한 집안의 가장이자 한창 일할 나이인 중년 남성들이 이미 해고 됐거나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깊은 좌절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아내와 자식 앞에서 힘겨운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일. 중년의 사회적 책임감과 가장으로서의 고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참아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울증의 원인이 되며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중년 남성의 우울증은 아동기 또는 청년기의 우울증과 그 행동이나 증상이 다른 것이 특징. 아동기의 우울증은 등교 거부나 공격적 행동과 비행으로, 청년기의 우울증은 무기력 무감각 약물남용 등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중년 남성의 우울증은 불안감과 초조감으로 방안을 서성거리거나 머리를 쥐어뜯고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모든 잘못을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산 등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한다. 암 등 불치병에 걸려 어떤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고 믿어 버리는 건강염려증, 상실감, 공허감, 건망증 등이 나타나고 불면증과 두통 어깨결림 현기증 빈뇨 등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적극적인 사고로 대처해야
우울증을 앓는 중년 남성들은 적극적인 사고로 대처해야 한다. 조 팀장은 “우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어떤 종류 건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갖는 것이 좋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호회를 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기적이고 적당한 운동은 체력향상 뿐 아니라 기분전환에도 좋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술과 카페인 등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한편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말고 알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감정을 짓눌러왔던 심리적 부담감을 덜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하는데도 일상생활이 나날이 위축되면서 우울감이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조 팀장은 “심한 우울증의 경우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며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볼 것”을 당부했다.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정신보건센터 대표전화 1577-0199, 안양시정신보건센터 031-469-2989, 군포시정신보건센터 031-461-1771, 의왕시정신보건센터 031-458-0682, 과천시정신보건센터 02-504-4440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인터뷰-안양시정신보건센터 조명선 상임팀장
2주 이상 우울감 계속되면 전문의 도움 받아야
우울증의 주요증상은 슬프거나 공허한 기분, 일상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의 저하, 체중감소나 체중증가 등이며 부수적인 증상으로 식욕감퇴나 식욕증가, 불면이나 과다수면, 피로나 활력상실, 무가치감,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상담 받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과에서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증상입니다. 경미한 증상의 경우 정신보건센터 등 전문가와의 전화상담만으로 증세가 호전될 수 있어요.
특히 적극적인 취미활동 등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모임이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욕이 생기게 되지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면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고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Tip 중년남성 우울증 대처법
-취미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사회적 관계가 아닌 사람과의 동호회 등에 참여한다.
-체력향상과 기분전환을 위해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나 모임은 참여하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칭찬하는 말을 자주 한다.
-가족들은 가급적 무언가를 해달라는 요구를 자제한다.
-자녀들은 가능한 한 아버지의 짐을 덜도록 노력한다.
-일상생활이 힘들 때 전문의 상담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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