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픽션’
폭소 연발로 엔도르핀 ‘팍팍’ 터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픽션’은 관람하는 내내 폭소를 유발하며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남녀의 애정 강도가 서로 어긋나면서 나타나는 유치하면서도 섬세한 심리적 파동을 재치 있는 대사와 생생한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환상에 빠진 남자와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여자의 사랑
글이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3류 소설가 주월(하정우)은 창작의 돌파구가 되어줄 아름다운 여인을 갈망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베를린에서 만난 희진(공효진)은 주월에게 그야말로 여신과 같은 존재였다. 첫 눈에 큐피드의 화살이 가슴에 꽂힌 주월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초보자지만 희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돌진한다. 그런 그에게도 여심을 뒤흔드는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유머러스한 글재주와 순박함. 주월의 집요한 구애작전으로 둘은 결국 연인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들의 본격적인 사랑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다. 희진은 결혼 경력이 있는 돌싱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겨드랑이의 수북한 털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자유분방한 여인. 희진에 대한 환상은 깨졌지만 주월은 그 상황을 의연한 척 넘기며 사랑에 몰입한다.
그런데 주월의 인내심은 여기까지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육식 마니아인 희진의 식성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희진이 대학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주로 남자 누드를 찍었다는 소문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별명이 아무나 올라타던 ‘스쿨버스’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그때부터 희진을 바라보는 주월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사건건 트집 잡기와 심드렁한 데이트에 눈치 빠른 희진은 결별을 선언하고 부모가 있는 알래스카로 향한다.
작품 전체에 녹아 있는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
하정우와 공효진이라는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날(生)연기’는 영화 전체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특히 하정우는 2월초에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깡패 두목으로 마초 연기를 선보인데 이어, 한 달도 안 돼 영화 ‘러브픽션’으로 평범하고 찌질한 소심남의 진수를 보여줘 어느 작품이든 소화해내는 명배우임을 입증했다.
돌싱, 겨털녀, 남성편력이라는 희진의 실체에 쿨하지 못한 남자가 쿨한 척하는 어눌함에서 시작해 점점 찌질함의 진수로 발전(?)해가는 선수답지 못한 모습은 배우 하정우이기 때문에 순박한 귀여움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의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드는 그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공효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일품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완벽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버리며 수북한 겨드랑이 털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천연덕스러운 장면에서는 폭소를 금치 못한다.
촌철살인(寸鐵殺人) 대사로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소
영화 속 주인공들의 리얼한 대사와 코믹한 상황은 관객들을 쉴 새 없이 폭소의 바다 속으로 빠뜨린다. 허우적거리고 나오면 이번엔 주월의 심리가 담긴 재치 있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내 사랑, 널 위해서라면 폭발하는 화산 속으로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와 같은 낯간지러운 말과 저질 댄스 3종 세트로 희진의 우울함을 풀어주던 주월은 그녀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내가 몇 번째야?”라는 금기 질문을 던질 만큼 추락한다. 이별 후 ‘겨털’을 그리워하는 주월의 슬픔에서도 폭소는 연발한다.
뜨거운 사랑으로 시작된 연인사이라 하더라도 연애하고 결혼해서 살아가다보면 상대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미묘한 상황은 수도 없이 생겨난다. 그때마다 심리적 갈등으로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기며 성숙된 사랑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하지 않을까.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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