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관공서 휴게실은 옛말

지역내일 2012-03-28
책읽고 장보며 업무처리 기다리는 쉼터로
서울 자치구마다 북카페·찻집 개설해 인기

'상품명 해두름 흑마늘, 흑마늘 홍삼진액. 가격 3만5000원, 6만9000원. 구입처 OOO.' 서울 금천구청 1층 휴게실(로비)에 친환경 농산물 전시장이 들어섰다. 경남 남해군 흑마늘을 비롯해 전남 고흥군 유자, 강원도 횡성군 한우 등 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지자체 특산품 상설전시장이다. 구는 각 품목 안내 설명서와 함께 생산자 정보를 비치, 주민들이 전시품을 보고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구입하도록 했다.

위압적인 행정기관 대명사격인 구청 로비와 휴게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서울 자치구들이 구청을 찾는 주민들이 민원업무 처리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거나 장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 인기를 끌고 있다. 금천구는 농산물 전시장에 앞서 지난달 말 재활용품 교환매장인 녹색가게를 역시 휴게실 한켠에 열었다. 상설 교환매장과 주말 벼룩시장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은평구 '파발로 전시판매장'에서는 전남 진도와 경남 함양 등 8개 도시 특산물은 물론 외국 자매도시인 호주 캔터베리의 꿀과 양초까지 만날 수 있다. 지역 내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섬유제품과 주방기구 등산복 등도 함께 판매한다. 마포는 자매도시 특산물 전시관에 전남 신안과 경북 예천, 충남 청양산 특산물 11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인근 영등포구 '나눔가게'는 인천 강화에 있는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한 콩나물과 유정란 쌀빵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지역 내 장애인과 쪽방거주민을 고용하는 한편 수익금을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한다.

주민과 공무원들이 짬을 내 이용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도 인기. 강동구는 올 초 민원여권과 공간 일부를 북카페에 할애했다. 직원들 필독도서와 인기·신간도서 유아·아동도서 세 분야로 구분, 서가를 꾸몄다. 특히 직원들은 2009년 이후 필독서로 지정된 책을 주민들과 공유하겠다며 기증했다. 구 관계자는 "책을 매개로 주민과 만나는 또 하나의 소통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대문구에는 '책과 쉼'이란 북카페가 있다. 신문게시대 대신 서가를 놓고 직원들이 기증한 문학서적 인문사회 예술 분야 책 500여권을 비치했다. 양천구 역시 직원들이 기증한 80여권을 포함해 모두 280여권을 비치한 북카페를 개설, 주민들이 민원 처리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도록 했다. 동대문은 독서사랑방에 30여종 6961권을 꽂아두고 현장 이용과 함께 1인당 3권까지 대출도 가능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찻집도 있다. 특히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환원, 눈길을 끄는 공간이다. 은평구는 일방적 전시행정 산물이란 비판을 받던 행정홍보관을 '은마루 나눔카페'로 개조했다. 구는 "65세 이상 노인 3명이 근무,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서대문구 '하이천사'는 구에서 인증한 우수 사회적기업에서 운영, 바리스타 교육을 마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지역 장애청년들을 채용했다. 서초구청 커피전문점도 사회복지시설과 연계, 일정 교육을 거친 바리스타를 고용할 방침이다.

자녀를 동반한 주민을 위한 공간도 있다. 35㎡ 규모인 마포구 실내놀이터에는 미끄럼틀과 장난감이 구비돼있어 어린이 20명이 한꺼번에 뛰놀 수 있다. 용산구와 노원구는 저출산시대에 맞춰 안락의자와 아기침대 등을 구비한 모유수유실을 조성했다.

구청 휴게실은 작은전시관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노원구와 도봉구는 유명 작가 초대전부터 지역 주민이나 예술인들이 무료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성동구는 각종 전시회와 함께 나눔장터를 수시로 연다. 성북구는 아예 1층에 114.8㎡ 문화홀을 조성, 공연 등 문화행사와 전시회 등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딱딱한 관공서 분위기는 옛말이 됐다"며 "자연스러운 휴식공간을 제공, 주민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도 "주민들이 구청을 단순히 민원업무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 구청 이미지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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