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중학교 3년, 천천히 가면서 내실 다질 기회로

지역내일 2012-03-12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다가도 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엄마들이 많다. 그 교복을 입는 순간부터 아이나 엄마가 감당해내야 할 부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행평가, 서술형평가, 절대평가, 집중이수제 등 말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한데 과연 아이가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만 하다. 사춘기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와 함께 중학교 3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중학생 학부모가 된 엄마들은 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다양한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하고 반면에 엄마들 사이에 떠도는 말들에 휘둘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엄마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말들이다. 흔히 “중학교 1학년 1학기 첫 중간고사 성적이 고등학교까지 6년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첫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성취감을 맛본 아이들은 대부분 더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중학교 첫 중간고사는 비교적 시험범위도 적고 난이도도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성적이 6년간 간다는 보장은 없다.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 나오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야 한다. 이제 막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 아이에게 한 번의 시험 결과를 놓고 질책하기보다 부족한 점을 파악해 보완해주는 것이 엄마의 몫이다.


중1 첫 중간고사 기간이 되면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한꺼번에 많은 과목의 시험 준비를 하느라 아이들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엄마나 아빠가 암기과목 공부 요령을 알려주는 정도로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엄마가 불안한 마음에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준비해볼 틈도 주지 않고 주요과목마다 학원이나 과외 스케줄을 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당장의 시험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적이 나올지 몰라도 결국 비싼 비용을 들여서 아이의 주도적인 학습 기회를 막는 셈이 된다. 그렇게 해놓고도 엄마들은 “왜 우리 아이는 스스로 공부할 줄을 모를까”라며 늘 안타까워한다.

내신 성적으로 특목고에 진학할 경우가 아니라면 중학생 시절에 아이 스스로 시험공부 계획을 세워 실천해볼 기회를 줘야 한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고 어이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시험에 다시 도전해보고 아이 스스로 공부법을 터득해 나간다면 그것보다 더 값진 게 없지 않을까. 중학생 시절이 아니면 그런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 성장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중학교 3년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입을 향한 마지막 순간까지 주도적으로 학습해나갈 힘을 기를 시기다. 물론 그런 아이를 담담하게 지켜보기 위해서 엄마는 그야말로 도를 닦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아이를 교육시킬 때 엄마의 소신이 중요하다지만 사실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남들이 다 하는 대로 쫓아가는 것은 쉽지만 나만의 방식대로 묵묵히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주도적인 학습 기회를 꺾는 지나친 사교육은 지양해야겠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도 제때 채워주지 않고 넘기는 식으로 엄마의 소신이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도 문제일 수 있다. 어차피 교육 1번지 강남에 사는 이상 공교육과 더불어 사교육의 장점을 어느 정도까지는 적절하게 활용하는 요령도 있어야 한다.

엄마의 정보력이 동원돼야 할 때에는 정확하게 파악해 아이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수시로 변하는 교육정책에도 관심을 갖고 내 아이에게 맞는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이미 특목고 입시에서도 자기주도학습전형과 입학사정관전형이 실시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중학교 3년 기간 내내 아이를 이론적인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는 엄마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정작 제대로 된 꿈을 가질 기회도 없이 고등학생이 되고 또 다시 아무런 꿈도 갖지 못한 채 대입을 치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공부로 상위권이 될 수 없는 아이를 계속 몰아붙여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지게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보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와 관련된 활동을 찾아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줌으로써 꿈을 점차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역할이다. 그래야 그 꿈이 자연스럽게 진학과 진로로 연계돼 성공적인 입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고등학생들이 중학생을 만나면 무서워서 피해간다고 할 만큼 사춘기 중학생은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두려운 존재로 여겨진다. 하물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부모와의 갈등이 더없이 심해질 수 있는 시기다. 중학생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부모와 자녀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받아 마음을 닫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서로 원망하는 마음만 계속 쌓이다보면 아이는 의지할 곳이 없어 힘든 고교생활을 해내기가 어렵게 된다. 

그렇게 착하고 순종적이었던 내 아들이, 내 딸이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도 참고 견뎌야 한다. 사사건건 말대꾸를 하거나 심지어 엄마 말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더라도, 뻔히 들킬 거짓말을 일삼아도, 엄마에게 복수한답시고 시험을 망쳐도….

아이와의 갈등으로 인해 힘이 들 때에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종교의 힘을 빌려서라도 엄마가 마음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엄마의 아들과 딸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중학생 자녀와의 관계형성, 공부를 잘하도록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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