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희망을 쏴라 (2)안일한 30~50대] 집 사랴, 교육비 대랴 … 노후준비는 ‘꿈’

지역내일 2012-01-18 (수정 2012-01-18 오후 4:31:30)
50대까지 등록금에 시달려 자기계발·건강관리 뒷전
정부에 양육 의료비 요구 … 일자리 지원도 주문

60세 이상의 고령층에 진입한 사람들은 은퇴가 '현실'이지만 30~50대는 '공포'다. 주위에서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은퇴자금으로 30억원이 필요하다느니, 허드렛일도 구하기 어렵다느니, 자식들 눈치를 봐야 한다느니, 들리는 얘기가 정말 사실이라면 나이 먹는 게 두려워진다.

'미리 준비하면 된다'는 금융기관이나 은퇴전문가들의 다그침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30대부터 유아원, 유치원, 학원, 과외 등 기본 사교육뿐만 아니라 유학, 연수 등 특별 사교육비까지 대기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대학등록금, 취업이 어려워 추가로 들어가는 대학원 등록금도 만만치 않다. 들어갈 데는 점점 늘어나는데 나올 데는 없다. 집 사느라 꾼 부채와 원금을 갚으려면 '여유자금으로 재테크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머나먼 나라의 일이 돼 버리기 십상이다.

안 그래도 직장이 불안한데 자기계발한다며 직장일에 소홀히 한다고 찍히거나 별도로 시간을 내서 '제 2의 직업'을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은 점점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고 건강검진을 받고 난 이후에나 '반짝 관리'에 들어갈 뿐이다. 젊어서는 '젊다'고 관리를 안 하고 나이 들어서는 관리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여유자금으로 노후 준비? "안돼" = 노후자금을 준비할 30~50대에게 "여유자금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면 험악한 답이 뒤따라온다. "그럴 돈이 어딨느냐"다.

집과 사교육비다.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30대와 40대는 각각 72.5%, 79.8%였다. 50대도 79.7%에 달했다. 30~40대는 사교육비가, 50대와 60세 이상은 대학등록금을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항상 돈에 쪼들려 살고 있다.

소득만족도에서 30대는 40.6%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40대와 50대는 47.9%, 50.1%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가정을 꾸려가는 데 소득이 부족하다는 대답도 30대 가구주가 46.4%, 40대와 50대 가구주가 각각 49.9%, 46.1%였다.

지난 1년간 "소득이 늘었다"는 답변과 "줄었다"는 답변이 30대는 각각 33.4%, 18.2%로 소득이 증가한 가구가 더 많은 반면 40대와 50대는 21.8%대 24.6%, 14.5%대 32.3%로 역전현상을 보였다. 부채는 증가했다는 가구가 30대 35.4%, 40대 34.8%, 50대 28.6%로 줄어든 가구(13.9%, 12.8%, 11.8%)보다 많았다.

연금에 매달리는 노후준비 = '노후의 공포'를 수없이 들어온 30대부터 노후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대는 66.5%만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데 반해 30대는 88.9%, 40대와 50대는 86.3%, 83.1%의 준비율을 보였다. 60세이상의 52.0%보다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주된 준비방법은 연금에 그쳤다. 사적 공적연금까지 합하면 70~80%가 연금에 매달리고 있었다. 12~14%는 예금과 적금으로 준비하고 있었으며 부동산운용은 2~5%, 퇴직금은 2%대였다.

뒤로 밀려있는 건강, '제2 직장' = 건강은 뒷전이다. 담배와 음주 비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담배를 피지 않는 비율은 2006년 72.7%, 2008년 73.7%, 2010년에는 75.3%로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30대의 30.2%는 흡연자였으며 40대와 50대도 28.1%, 23.9%로 적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비율도 2006년 26.8%, 2008년 31.4%, 2010년 31.6%로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음주비율이 더 많았다. 30대는 78.4%가 술을 마셨고 40대와 50대의 음주인구도 75.8%, 65.6%였다.

불안한 일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제2의 직장을 준비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전체 취업자의 40.1%에 달했다. 20대는 62.2%였으며 30대는 65.0%, 40대와 50대는 각각 62.7%, 56.2%였다. 60세이상은 45.3%였다.

불만족, 불안, 결핍 등은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을 키운다. 자살에 대한 충격을 느껴본 30대는 7.7%에 달했다. 40대와 50대도 8.6%, 8.2%였다. 주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30대는 37.4%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죽고 싶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와 50대의 50.4%, 52.7%도 같은 이유로 '죽음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의료·양육·일자리 좀 도와주세요 = 부담스런 교육비와 의료비, '제 2의 일자리' 부족현상은 곧바로 '정부의 몫'으로 돌려진다.

"향후 늘려야 할 공공시설"로 10대는 공원이나 유원지(19.6%)를, 20대는 국공립 어린이집(17.6%)을 가장 많이 짚었다. 60세 이상은 의료보건시설(34.6%)보다 사회복지시설(38.3%)을 지목했다.

본격적으로 양육에 들어가는 30대 중에선 국공립어린이집(29.1%)을 원하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았고 부모부양 부담을 지게 되는 40대와 50대는 보건의료시설(26.2%, 32.0%)을 사회복지시설(21.4%, 24.5%)과 함께 정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향후 늘려야 할 복지서비스"를 묻자 10대와 20대는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서비스(39.3%, 34.7%)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취약계층 일자리지원서비스(20.9%, 20.2%)가 뒤를 이었다.

30대는 아동양육 지원 및 돌봄서비스(35.3%)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40대와 50대는 60대와 함께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지원서비스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40대는 20.3%, 50대는 21.8%에 달했다. 복지예산 요구가 높아지고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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