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의 금융교실] ‘좀도리 문화’와 ‘착한 금융상품’

지역내일 2012-01-04
박철 KB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

일전에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비싸더라도 사회공헌활동이 우수한 기업의 제품에 지갑을 열겠다"고 대답했다. 기왕이면'착한 상품'을 사겠다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대세다. 수요는 공급을 낳는 법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착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예컨대,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결식아동 후원에 사용하는 '착한 아이스크림'도 있고 판매대금 전액을 에이즈펀드에 기부하는 '착한 립스틱'도 있다.

음악 마니아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 더해 남을 돕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다. 한 마디로 착한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도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착한 상품은 금융상품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부보험'이다. 기부보험은 '보험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곳에 기부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매달 조금씩 보험료를 납부해서 훗날 목돈의 보험금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가입자가 보험에 들 때 후원하고자 하는 사회복지기관이나 자선단체를 '수익자'로 지정하면 된다. 보통의 보험이 '가족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기부보험은 '이웃사랑'으로 그 개념을 확장한 셈이다.

은행 예·적금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부

또 착한 금융상품은 은행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요즘 은행들도 예·적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착한 금융상품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상품은 평균잔액, 펀드는 판매수수료의 일부를 떼어내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보통 고객이 기부한 만큼 은행에서도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에 가입하면 평균 잔액의 0.1%를 기부금으로 적립해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한다. 펀드투자금의 일부를 쪼개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나눔 펀드'도 있다. 나눔 펀드는 투자자가 독거노인·결식아동·장애인·다문화가정 등 기부대상을 선택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요즘에는 신용카드를 쓰면서도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일정비율만큼을 기부하는 '기부특화 신용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삼성카드·하나SK카드는 고객이 카드결제 또는 포인트로 기부한 액수만큼 고객과 공동으로 기금을 적립하여 특정 자산단체에 기부한 다음 고객에게 연말정산용 기부영수증을 제공한다.

또 기업은행의 '굿피플 도네이션 카드'와 NH카드의 '러브트리카드'는 카드 이용금액의 일부를 빈곤지역 아동후원 등 고객이 선택한 곳에 고객이름으로 자동으로 기부해 준다. 신한카드에서 내놓은 기부전용카드인 '아름다운 카드' 역시 이용금액의 일부를 기부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재테크와 이웃사랑 동시에 실천

"이걸 받아, 자 이것도! 걱정 마라 꿈을 이룰 거야."일전에 관람한 뮤지컬 '빌리 엘리오트(Billy Elliot)'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다. 광부의 아들인 주인공 빌리가 왕립발레학교의 입학을 위한 오디션을 볼 수 있도록 동료 광부들이 '십시일반'동전을 모아주는 장면 속에 등장한 대사였다. 결국 작은 동전 한 닢들이 모여 빌리는 그토록 소망했던 왕립발레학교 진학의 꿈을 이룬다. 이렇게 우리의 작은 정성이 도움을 받는 누구인가에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항상 마음뿐이라는 것이다. 주머니사정이 뻔하다 보니 막상 나눔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망설이게 되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착한 금융상품에 눈길을 돌려보자. 나와 가족을 위해 종자돈을 모으고 보험에 가입하고 신용카드를 쓰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어려운 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다. 끼니 때마다 좀도리 단지에 식구 수대로 쌀 한 숟가락씩을 덜어내 모아 두었다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썼다. 바로 '좀도리 문화'다. '재테크'와 '이웃사랑'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착한 금융상품이 우리사회를 보다 따뜻하게 데워줄 새로운 형태의 좀도리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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