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생모 형제, 호적에 올려달라”

월남한 장남, 부친 유언 받들어 … 후처 가족과 상속 마찰

지역내일 2000-10-05 (수정 2000-10-05 오전 7:39:39)
범현주 기자hjbeom@naeil.com
남북간 교류와 협력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아버지와 함께 월남한 장남이 남한에서
아버지와 결혼한 새 어머니와의 가족관계를 부인하고, 북에 있는 생모와 형제들을 호적에
올려달라는 소송을 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손 모(60·서울 서초구)씨는 4일 “친어머니 장 모(83·황해도 연안군)씨와 형제 3명을 호
적에 올려달라”며 취적허가 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손씨는 또 월남후 아버지와 결혼
한 이 모(78)씨간의 혼인무효소송과 이씨를 상대로 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소송도 함께
냈다.
재판과정에서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북쪽 가족이 실재 존재하는 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
하다. 재판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정력을 미치고 있
는 북한당국에 직접 사법부가 확인요청을 할 것인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손씨는 소장에서 “아버지가 한국전쟁중 월남한 뒤 56년 남한에서 새로 만난 이씨와 마치
39년에 결혼한 것처럼 허위신고를 하고 북에 있는 형제는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북에 있는
가족들로 인해 연좌제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또한 “90년 북에 있
는 가족의 생사가 확인됐다. 후처와 그 자식은 이미 아버지 재산 일부를 자신들의 소유로
바꾼 상태이다. 아버지는 남은 재산의 절반은 이북에 있는 가족에게 물려주고 나머지는 장
학사업으로 사회에 환원되기를 소원했다”며 소송 동기를 말했다.
손씨 아버지(올 6월 사망)는 월남후 수입 밀가루 판매업과 군납을 하면서 100억원대의 재
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아버지는 이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소송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는 “이전에도 사망신고를 했던 동생이 북에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남에 있는 형이 호적정정 신청을 한 경우는 있었지만 남쪽의 가족관계를
부인하면서 북의 가족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호적에 북
쪽 가족이 올라가면 상속권이 인정된다. 이미 북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소송 위임장까지 받
아둔 만큼 앞으로 상속권을 근거로 남쪽 가족들을 상대로 재산반환소송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측에서는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장남이 독차지하기 위해 북한 가족 핑계
를 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아버지와 이씨는 88년부터 별거상태였고 손씨 아버지는 장남인 손씨의 집에서 살
았다. 98년 아버지가 치매와 파킨슨증후군으로 심하게 병을 앓자 가족간에 재산상속 분쟁이
계속돼 양쪽 식구가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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