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사들이 만든 과학마술동호회

재미있게 과학 가르치려고 마술 배워요

시내 교사동아리 회원 300명 활동 … 수업 집중력 키우고 과학원리 전달

지역내일 2012-01-01

교과서 중심 과학수업을 어떡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들이 모여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술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두 재미있어 하니까. 그래서 탄생한 과학마술교사동호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마술의 세계를 연구한다. 과학과 수학 수업을 더 잘 하기 위해서다.


“마술이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하여 눈속임을 하는 것이라면, 교육마술은 학생들에게 주의집중과 동기유발의 차원을 넘어서 학습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마술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을 교육에 끌어들이는 것”



< 마술 공연 무대가 교실이 되기까지
숭의초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박태현 교사는 과학마술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그는 군 전역을 얼마 앞둔 시절, 우연히 TV에서 마술을 하는 학원 선생님을 본적이 있다. 당시 ‘바로 저거다’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제대 후 박 교사는 바로 마술을 배우러 서울과 인천을 오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고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마술 배우기. 교생 실습을 거쳐 마술이 교과와 연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며 더 큰 꿈을 품었다.
박 교사는 “교직에 나오자마나 교사마술동호회를 만들었어요. 내가 가진 재주를 많은 교사들과 나누며 교육현장에 마술 아이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함께 하는 교사들의 참여열기도 점점 높아 졌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수업에 마술을 시도하자, 혹자는 ‘어떻게 마술이 교육에 쓰일 수 있는가’란 반문도 없지 않았다. 박 교사는 그 어떤 대답보다 직접 마술을 보여주면 즐거워하고 자연스럽게 집중하는 아이들의 커다란 눈동자에서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 마술은 사기가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기술
과학마술로 진행 하는 과학수업은 따분함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는 장점이 있다. 또 수학적 규칙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수학마술은 아이들에게 ‘수학은 재미있고 신기한 과목’이란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마술은 사기다’라고 말해요. 그렇죠. 마술은 사기예요. 하지만 누군가를 속여 희열과 이득을 취하는 사기도 있지만 마술의 묘미는 ‘사람을 사귀는 기술’에 있어요. 그야말로 사기죠.”
박 교사는 수업시간 외에도 짜투리 시간에 작은 공연을 해 보인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웃음 짓고 박수를 보낸다. 학습자가 즐거운 교실이야말로 그 속에서 이뤄지는 교육 효과 또한 가장 크고 확실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신문지에 부은 물이 증발하고 다시 물이 채워지는 마술을 보여주면서 물과 수증기의 순환에 대해 설명해요. 또 고무줄이 순식간에 검지와 중지에서 다른 손가락으로 옮겨가는 고무줄 마술로 탄성원리를 설명하면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에 참가하죠.”
박 교사는 신문지를 북북 찢고 다시 붙이는 마술을 보여준 뒤, 학습목표를 설명하면 집중력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고 말한다. 또 상대가 고른 숫자를 알아맞히는 숫자판 마술은 이진법의 원리를 공부하는 동시에 1대1 상담에서도 학생의 마음을 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과학마술도구 제작하고 교사들과 기법 나눠
“2009년 처음 시작한 동아리는 월 1회 자체 모임을 통해 과학마술을 연구하며 교과서를 분석해오고 있어요. 과학마술을 접목할 수 있는 단원을 추출하기 위해서죠. 또 지도안과 과학마술도구도 개발했어요.”
박 교사가 이끄는 과학마술동호회는 정기적으로 모여 연구와 교재 계발은 물론 과학마술도구까지 직접 제작한다. 또 더 많은 학교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연 1~2회 인천시내 소속 과학 교사들에게 과학 마술에 관한 연수를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여명의 교사들이 과학마술을 배워갔다.
과학마술동호회 회원들이 느끼는 보람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느끼는 과학수업에 대한 흥미도다. 어려운 과학적 원리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고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마술동호회 교사들의 방학은 바쁘다. 겨울에는 교사를 위한 마술캠프를 연다. 또 여름에는 분교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을 펼친다. 그동안 경남, 강원, 경기, 인천 등 각지의 소규모 학교와 분교를 찾아다니면서 분교마술캠프를 열었다.
박 교사는 “더 많은 과학교사들에게 과학마술에 대한 홍보와 교재, 마술도구 제작 등 과학마술 보급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과학마술 캠프 등의 행사도 열어 일반 학생들이 과학마술을 접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미 리포터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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