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극심한 일반고 서열화, 배정 결과가 두렵다!

지역내일 2011-12-26

이제 올해 고등학교 입시도 마무리되고 일반고 배정만 남겨두고 있다. 특목고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 강남지역 5개 자율고에 지원했다가 추첨에서 탈락한 1400여명의 학생들, 그리고 소신껏 일반고를 선택한 학생들 모두 내년 2월 3일에 있을 배정 결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강남지역 명문고 5곳이 자율고로 전환되면서 나머지 일반고의 서열화가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강남지역 자율고 지원 경쟁률은 2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생각보다 낮은 경쟁률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내심 합격을 기대했을 정도다. 하지만 추첨 결과 탈락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성적순도 아니고 단지 운이 나빠서 원하는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됐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전교 1, 2등도 탈락했다는 말이 들리니 자율고 측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을 놓쳤다는 사실에 애석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자율고 추첨에 탈락한 학생들은 상한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고교선택제 단계별 지원에 대한 고민에 부딪쳤다. 이미 자율고의 장점을 보고 선택했던 터라 계속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지원해야 그나마 명문 일반고에 배정받을 수 있을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답이 없었다. 심지어 과학중점학교의 과학중점과정에 지원해도 추첨에 의해 배정을 받으니 하늘만 알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수밖에.
주변 엄마들의 동향도 파악해보고 선배 엄마들로부터 각 학교에 대한 정보도 취합해서 기껏 1단계와 2단계 1, 2지망 학교를 골라 지원했더니 올해는 유행처럼 모두 같은 학교를 선택했다는 말이 들린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1지망으로 지원한 학교의 경우 자율고보다 10배 이상 높은 경쟁률이 예상돼 엄마들 사이에서 고교선택제 1지망 학교에 배정되면 그야말로 대단한 학 운을 잡은 셈이니 밥을 사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지역 자율고의 경우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은 전혀 없이 자율적인 교과과정으로 입시 위주의 커리큘럼을 편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지역 자율고들도 누가 더 입시에서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주요과목 학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자율고 학생들에 비해 왠지 입시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1, 2지망으로 선택한 학교에라도 배정을 받아야 할 텐데 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가 고교선택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았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학교에 배정되면 아이들이 고교생활 시작부터 억울한 마음을 갖고 출발하게 될까 염려스럽다.
멀쩡하게 집 앞에 있는 자율고와 인기 학교를 놔두고 수업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나쁘다고 소문이 난 학교에, 그것도 단지 추첨 운이 없어서 다니게 된다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어느 학교에 다니더라도 너 하기에 달렸다”라는 말로 위로하기에는 고교간의 서열화가 너무 극심해진 상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초 일반고 교사 3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6.1퍼센트가 일반고의 교육 경쟁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한 현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 입학생의 성적 수준이 낮아졌다고 답한 경우가 81.8퍼센트였다는 결과가 요즘 일반고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선발권도 없는 자율고 정책으로 인해 일반고가 3부 리그로 전락한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고교 다양화 정책도 좋지만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다녀야 하는 일반고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자율고가 2년째 미달 사태를 빚었고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동양고는 자율고 지정이 취소돼 내년부터 일반고로 다시 전환되는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서울시내에 있는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고교선택제도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교선택제가 도입 된지 3년 만에 폐지되고 또 다른 지원 방식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3년 만에 폐지될 정책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정확한 추첨 배정 방식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복잡하게 지원을 하고, 전혀 엉뚱한 학교에 배정을 받기도 했던 학생들은 단지 추첨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자조하며 넘겨야 할까.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정책에서 더 이상 정당한 실력이 아닌 운에 의해 진학의 명암이 갈리는 일은 없어야 된다. 진학 목표를 정한 후 노력해서 성취하거나,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파악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게 해야 하는 것이 교육을 맡은 어른들이 할 일이다. 한창 예민한 청소년기 아이들이 추첨 운에 따라 자신의 진학 방향이 결정되고 그에 의해 상처를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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