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율고) 모집 결과 지난해에 이어 미달 사태가 벌어졌고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던 동양고는 사상 처음으로 자율고 지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평균 경쟁률도 1.26대 1을 기록해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지역 5개 자율고 역시 올해에는 지원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낮아지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에 차분한 분위기
강남지역 자율고 신입생들의 지난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언수외 2등급 이내 비율이 거의 상위권 외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율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있다는 사실이 새삼 입증되기도 했다. 또한 대치동 학원가의 예비고1 설명회에서도 어김없이 자율고의 장점이 부각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단 자율고에 지원을 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경쟁률이 2대 1을 넘기지 못했고 현대고 남학생 모집의 경우 3명이 미달되기도 했다. 지난 12월 1일~2일 현대고 남학생 추가모집에는 외고나 과학고, 국제고 등 전기모집에 불합격한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각 학교의 경쟁률은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까지 포함해서 세화고 1.66대 1, 세화여고 1.68대 1, 중동고 1.68대 1, 현대고 1.26대 1, 휘문고 1.88대 1이었다. 물론 올해부터 다자녀가정자녀전형 선발 인원을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 모집 정원의 30퍼센트 이내로 제한해 미달이 된 영향도 있었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쟁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위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율고의 장점만 믿고 지원한 학생들은 합격을 하고서도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 불안해하기도 했다.
지난해 2.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중동고는 삼성그룹이 학교법인 중동학원의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전기모집 학교 수 증가로 우수 학생 분산돼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면학 분위기가 잘 형성되고, 입시 위주의 집중 학습시스템이 운영되는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강남 자율고 지원 경쟁률이 높지 않았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자율고 지원 자격이 되는 중학교 내신 석차 상위 50퍼센트 이내인 학생 수에서 중복 지원할 수 없는 과학고, 외고, 국제고, 하나고, 전국단위 자사고 등에 지원한 학생들 수를 제외하면 결국 예상 경쟁률은 2.5대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자율고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지원을 하지 않는 가정의 자녀들까지 제외하면 경쟁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는 “외고가 강세를 보이던 시절에 비해 자율고 지원에 대한 열망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국제고나 과학고, 외고, 자율고 등 전기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학교 수가 많아졌기 때문에 2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넘길 수 없는 구조다”라며 “세화고나 중동고 등 내년에 자율고 모집 학생들로 전체 학년이 채워지는 학교들 위주로 높은 입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지원 경쟁률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신에 대한 부담 크게 느낄 수밖에 없어
강남지역 중3 학부모들 중에는 자율고에 지원하지 않고 소신껏 일반고를 선택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대치동 인근의 중3 여학생들은 남녀공학인 현대고와 세화여고에 지원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 가까이에 있는 숙명여고나 경기여고, 진선여고, 은광여고 등 일반 명문여고를 대부분 선택했다.
자율고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만큼 내신 경쟁이 치열해 상위권을 유지할 자신이 없을 경우 선뜻 지원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자율고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서 내신 문제로 전학을 가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서초동에 사는 중3 학부모 박모(45)씨는 “강남 고교에서는 안 그래도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운 실정인데 자율고에서는 아예 높은 등급을 바랄 수가 없을 것 같아 지원을 하지 않았다. 서울대가 수시모집 비율을 확대하고 물수능으로 수능의 변별력이 약해진다면 내신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인 자율고가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학부모들이 자율고 지원을 망설이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였다. 자율고가 고교서열화를 유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가 자율적인 교과과정도 사실상 입시 위주로 운영되는 등 고교 다양화 정책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을 제외한 일반전형의 경쟁률이나 지원한 학생들의 내신 수준이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학교들이 대부분이므로 3년간 자율고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놓치기 아쉬웠던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소신껏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휘문고 신동원 교사는 “지난해에 비해 내신 15퍼센트 이내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을 했다. 이는 서울대 수시 확대 등 여러 가지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강남 자율고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상위권 학생들은 그대로 지원을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라고 분석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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