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인터뷰 / 서울개일초등학교 학교보안관 김정옥씨

경찰로 32년 봉사 "아이들 안전 맡겨주세요"

지역내일 2011-08-29

19일 오후 1시 개포동 서울개일초등학교(교장 김기운) 운동장은 비어있었다. 방학 중이라서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이 한적한 학교를 둘러보는 이가 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꽃담황토색 제복을 갖춰 입었다. 이 학교 보안관 김정옥씨다. 3월부터 서울시내 547개 국공립초등학교에 배치된 1,094명의 보안관 중 한 명이다. 아이들은 방학이지만 보안관 일에는 방학이 없었다.


현장 누비던 태권도 유단자
학교보안관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김정옥보안관은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다.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도 잘하지 못한다, 행여 인터뷰 중에 말실수로 동료 보안관들에게 누라도 끼치면 어쩌냐"고 걱정을 했다.
만나보니 지나친 겸손이었다. 그는 간결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했다. 인상도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태권도 유단자에 권총과 수갑, 3단봉을 몸에 지닌 채 32년간 거리를 누빈 경찰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2008년 9월부터 지금까지 서울개일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는 ''배움터 지킴이''였다. 3년여를 근무한 뒤 올해 3월에 학교보안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교장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일을 계속하게 됐다. 교무실에서 만난 교무부장도 그를 높이 평가한다. "늘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해요. 눈 오는 날이면 일찍 나와 통학로를 쓸고 학교 구석구석 청소도 다 하세요. 안 해도 되는 궂은일까지 도맡아 하시는 분입니다."


방문증 발급하자 외부인 출입 줄어
학교보안관의 정규 일과는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된다. 그는 한 시간 일찍 출근해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고 청소를 한다. 7시 30분부터는 교문을 지킨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외부인과 오가는 차량을 통제한다. 그는 차량출입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간에는 출입을 막기 때문입니다." 업무로 출입하는 차량은 방문증을 주고 해당부서에 인터폰으로 방문 사실을 알린다. 방문일지를 기록하고 방문증을 발급하자 외부인의 출입도 많이 줄었다.
등교가 끝나는 9시가 되면 3개의 교문 중 등교 때만 이용하는 동문을 잠근 뒤에 학교를 순찰한다. 화장실이나 계단, 인적이 적은 곳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행여 외부인이 들어오지는 않았는지 아이들 사이에 충돌은 없는지 알아본다. 하지만 학교가 넓다보니 보안관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위험하거나 후미진 교내의 여러 장소에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아이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벨을 누르면 보안관 무전기로 즉시 연락이 옵니다. 바로 위치를 파악해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지요."
경찰의 도움도 즉각 받을 수 있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가 112신고센터 위치정보시스템에 입력돼 있어 버튼만 누르면 순찰차가 즉시 현장에 출동한다.
정오부터 3시까지는 하교 지도를 한다. 정오에 출근한 동료 보안관과 함께 교문에서 아이들을 보살핀다. 오후반 근무는 2시30분에 시작하지만 학교에서는 효율성을 감안해 시간을 조정했다. 보안관들의 근무를 한 달 정도 지켜 본 교장은 하교시간인 정오부터 3시까지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하도록 오후반 근무시간을 앞당겼다. 대신 학교 일이 모두 끝나는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하교 때 정문, 후문 다 보살피기가 어려웠는데 둘이 나눠서 일을 하니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규수업이 끝난 3시 이후에도 방과 후 수업과 보육실은 계속 운영한다. 아이들이 남아 있는 시간에는 주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방학이 되어도 보안관들이 평소처럼 근무하는 이유다.


"개학이 기다려져요. 아이들 볼 수 있잖아요"
그가 근무하는 4년 동안 학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지도하신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고는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는 가슴을 졸일 때가 많다. 신호등이 바뀌기 직전 후다닥 뛰어 건너가는 아이들 때문이다. 안전하게 기다렸다 건너가라고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더 걱정인 건 바뀐 신호를 무시하고 빠르게 통과하는 자동차들이다. 운전자들이 주의를 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학교보안관은 요즘 퇴직자들에게 인기직업이다. 그에게 보안관으로서 필요한 게 뭔지 물어봤다.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체력이 있어야 해요. 안정된 가정도 중요하죠. 가정이 안정돼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지 않겠어요." 가장 필요한 건 봉사정신이란다. 그는 보수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다면 불만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면 퇴근길이 즐겁다.
그는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친해졌다. 함께 어울리다보니 때로는 자신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든다고 한다.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숲에서 맑은 공기를 쐬는 기분이지요"
방학이 끝나 아이들이 재잘대며 들어설 교문을 보는 그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난다.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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