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맞은 엄마들의 고군분투 풍경

무더위와 함께 시작된 아이들과의 전쟁!

세끼 밥 챙기랴 학습 관리하랴, 엄마들 스트레스 지수 급상승 중

지역내일 2011-08-08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아이들의 방학도 시작됐다. 엄마들은 한 달 남짓한 이 기간 동안 모든 모임도 접은 채 아이들 뒷바라지에 돌입했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는 일부터 시작해 그 밖의 생활 관리나 학습 관리까지,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기에 바쁘다. 물론 세끼 식사와 간식 챙기기도 빼놓을 수없는 스트레스다.
이쯤 되면 점심 급식에다 오후까지 아이들을 맡아주는 학교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무더위 속에서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엄마들의 얘기를 모아보았다.



운동에 빠진 아들과 실랑이 하느라 난리

매일 아침 7시 40분쯤 아이를 깨우기 시작한다.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 아이 때문에 10분가량 집안이 시끄러울 정도로 한바탕 난리를 친다. "이럴 거면 아침 운동하지마"라는 나의 짜증 섞인 최종 경고가 나간 후에야 아이는 부스스 일어난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후 계속되고 있는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오전에는 영어학원 집중반, 오후에는 수학학원 선행반 수업을 듣는 것이 지금까지 매번 반복돼온 아들의 방학 계획표였다. 그런데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이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 혼자서 공부를 해보겠노라고 선언을 했다. 마침 나도 더운 날씨에 하루 종일 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방학을 보내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 한 번쯤 스스로 공부할 기회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허락을 하고 말았다.
한데 막상 아들이 세운 계획표를 보니 학교 방학 특강 프로그램인 연식야구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친구들과 야구를 실컷해보고 싶다는데 말릴 수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오후에는 영어, 수학 공부에 집중하겠다고 하니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관심 분야에 맞는 책도 원 없이 읽겠다며 장편소설(전 6권)을 포함해 열권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른 아침 시간이라도 장마 끝에 본격적으로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강한 게 문제였다. 첫날부터 얼굴은 물론 옷 밖으로 노출된 모든 신체부위가 벌겋게 익어버린 것이다. 물론 오후에는 공부나 독서는커녕 지쳐서 잠들기 바빴고.
그래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가더니 4일째 되던 날 드디어 온몸이 화끈거리고 피부에 발진까지 생겼다. 냉찜질로 열을 식히고 약을 발라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꼴을 보고 있으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화를 내며 잔소리를 쏟아냈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땡볕에서 운동을 할 수가 있니.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봐라 벌써 뭐가돼도 됐지."
그런데 아들은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다음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시합을 하기로 했단다. 그것도 한낮에. 그 몸으로 또 햇볕에 나가면 지금보다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안 된다는 말에 아들은 "운동을 이렇게 마음껏 해보는 것이 내 꿈이었어요. 긴 옷 입고 나갈테니 걱정마세요"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계획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이러면 누가 뭐라나, 아침부터 운동으로 기운을 다 빼고 나니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할라치면 어느새 졸음만 쏟아지지. 그러면 덩달아 나의 잔소리도 쏟아진다. "이거 봐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당장 야구 그만둬!" 안 그래도 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이렇게 아들과 운동 때문에 실랑이 하면서 보내고 있다.


앙숙인 아들과 딸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어
우리 집에는 서로 앙숙 관계인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 중학교 2학년인 딸이다. 딸은 남들 앞에서는 너무나도 예의바른데다가 공부도 잘해 모범생으로 인정받고 있다. 동네 엄마들은 "어쩌면 애가 저렇게 나무랄 데가 없냐"며 부러워한다. 그건 우리 딸의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밖에서 쌓인 딸의 스트레스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폭발한다. 특히 제 동생한테.
그러니 서로 학원가는 시간 외에는 좁은 집안에서 함께 부딪치며 지내야 하는 방학 때에는 오죽하겠는가. 딸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온갖 일로 트집을 잡아 동생을 공격한다. 동생이 제 앞에 서있기만 해도 ''비키라고!''하면서 밀쳐버리고 소파에 앉아서 책이라도 볼라치면 ''다른 데로 가라고!''하면서 사사건건 미워죽겠다는 식이다.
늘 당하기만 하던 아들도 이제 고학년이 됐다고 이런 제 누나의 이유 없는 짜증과 괴롭힘에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누나한테 결국 한 대 얻어맞고 울기만 하면서도 끝까지 대든다. 그럴 때마다 내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내가 못 살아 정말!''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러니 방학 내내 집안이 온통 전쟁터일 수밖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먹성이 좋은 딸과 정반대인 아들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아들은 키만 컸지 또래에 비해 마른 편이다. 입맛이 까다로운데다가 먹는 양도 많지가 않아 늘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애를 쓰게 된다. 반대로 딸은 키도 크고 살도 쪄서 다이어트를 해야 할 판이다.
그런 딸이 방학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하루 종일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먹을거리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러니 두 아이 몫으로 산 간식거리를 혼자 먹어치워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딸에게 "제발 그만 좀 먹어라. 개학하기 전에 교복 치마허리 또 늘려야 되겠네"라며 모진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면 딸은 "알았어. 안 먹으면 되잖아"하면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물론 삼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다시 냉장고 문을 열지만.
반면에 아들을 돌아보면 어떻게 해야 좀 더 많이 먹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만 든다. 아들은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땀을 흠뻑 흘리고 들어 올 때가 많다. 안 그래도 마른 몸이 더 축날까봐 염려가 될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하고 와서도 시원한 물이나 주스 한 잔이면 끝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다투는 두 아이 혼내랴, 먹겠다는 딸 말리면서 안 먹겠다는 아들 억지로 먹이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벌써부터 여름방학이 언제 끝나나 달력만 보게 된다.




바쁘다 바뻐! 방학시간 200퍼센트 활용하기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와 또 방학을 맞이했다. 아이 둘이 방학이라는 말의 뜻은 엄마의 개인 시간이 아예 없다는 얘기고, 식성부터 TV 채널권까지 엄마의 취향은 완전 무시된다는 얘기이다. 또, 친구나 친척은 없었다는 듯 엄마의 사생활이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엄마의 체력과 인내력이 극도로 시험당하는 시기라는 말과 통한다.
뭘 했는지 모르게 지나가버린 숱한 방학들이 떠오르며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번만큼은 아이들에게 휩쓸리지 않으리라. 그래도 뭔가 한 가지는 했다고 위안 삼을 수 있는 방학을 만들리라 다짐 또 다짐 했다. 1학기 성적이 그리 흡족하지 않았던 것도 각오를 다지는데 큰 계기가 되었다. 학력과 체력의 기초를 단단히 잡는 방학을 만들자. 휴가? 그런 건 추석이나 겨울방학으로 미루고, 뭔가 흡족할만한 결과를 남길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자! 그게 엄마인 내 생각이었다.
매일 아침 수영으로 두 아이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했다. 물론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 밥과 국이 있는 아침 식사도 꼭 먹도록 했다. 그리고 수영이 끝날 시간쯤에는 온갖 방학 특강들이 줄줄이 이어지도록 스케줄을 잡았다. 주 5일 가는 영어 특강 수업, 주 2회 가는 악기 수업, 방과 후 수업 등 바쁜 일정 때문에 점심은 오고 가는 차 안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하지만 햄버거나 피자 같은 정크푸드는 사절. 반드시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 사이에 집에 들어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나갔다.
이제 방학이 2주일 정도 지나갔을 뿐인데 아이들보다는 엄마인 내가 지친 느낌이다. 로드 매니저처럼 이쪽으로 저쪽으로 아이를 실어 나르는 것도 힘들고, 매 끼니 다른 식단으로 도시락을 싸야 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전쟁 같은 오전을 보내고 나면 한가하기 그지없는 오후 시간이 아이들과 나를 기다린다. ? ? ?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오후와 밤 시간. 아이들은 책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영화도 보고, 친구 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한다. 스스로 알아서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저 혼자 문집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오히려 혼자 꾸려볼 시간이 뭉텅이로 몇 시간쯤 있으니 오락거리를 찾기보다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그 사이 엄마는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고,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도 하고, 못 읽은 정보지들도 탐색한다.
학기 중보다 더욱 긴장되고 힘든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집 아이들. 하지만 이렇게 치열한 5주의 방학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 맘속에는 다음 방학에 대한 또 다른 계획이 그려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두 아들과 씨름하느라 출발부터 지쳐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는 방학이 공포 그 자체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보약을 지어 먹고 갖가지 상황 대처법을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되고 1주일도 안 돼 기진맥진 상태가 됐다.
올 여름방학이 특히 힘든 것은 두 아들 모두 사춘기를 겪고 있는데다가 벌써 나는 갱년기가 찾아왔는지 기력은 떨어지고 눈은 침침하고 기억도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남편이 도움 될 리 없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의 권위는 이미 실종 상태다. 아들 셋을 키우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늦은 큰 아이는 요즘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자주 문자를 주고받는 여자 친구도 있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여자 친구의 문자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가 그 내용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뭔가 그 친구와 좋지 않은 일이 있는 날에는 그 여파가 나에게도 미친다. 일상적으로 건네는 말에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대한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더 엇나갈까봐 꾹꾹 참고 있다.
방학 직전 방학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큰 아이는 제법 의젓하게 "이제 고등학생이니 학원을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겠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반신반의했지만 모처럼의 결심인데 방해를 할 수도 없어 주간계획표를 세워서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
방학하고 열흘이 지난 지금 나는 ''내 발등을 찍었구나''하는 생각뿐이다. 방학 첫날부터 계획표는 아무 효력이 없었다. 학교도 학원도 안가니 한낮이 되어 일어나 오후에 공부 좀 하다가 밤에는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카페 운영하고, 노래 다운받는 것이 다다.
형이 이러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던 동생도 점점 생활 리듬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둘째는 하루 한 차례씩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며 내 숨통을 트여주는가 싶었다. 그런데 방학 후 2~3일이 지나자 형은 학원 안다니는데 왜 자기만 다니게 하냐고 짜증을 내며, 집에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은 엄마한테 물어보겠다고 조른다. 나를 무슨 전 과목 과외 선생님쯤으로 착각한다.
게다가 이 아이는 하루 종일 먹는 것으로 트집이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에다가 간식이 두 번. 하루 다섯 번씩 두 아들 먹을 것 챙겨주는 것도 힘겨운데, 맛이 없다느니, 정성이 없다느니, 원하는 간식이 아니라느니 타박을 듣고 있자니 울화가 치민다. 건강하게 잘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고 다짐해 보지만 아이들에 치여 내 생활이 사라진 방학이 즐겁지만은 않다. 어서 방학이 끝났으면….



자기주도학습 도전기

방학하기 며칠 전 나는 초등 5학년인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나했다. 올 방학에는 영어 과외를 끊고 자기주도학습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외로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있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먼저 제안을 했음에도 내심 불안했기에 자기주도학습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강조하며 아들에게 여러 번 ''잘 할 수 있다''는 다짐을 받은 후에야 안심이 됐다. 얼마나 옆에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지 1학년 딸까지 "나도 자기주도학습할래"라며 합류하겠다고 떼를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올 여름방학, 우리 아들과 딸의 자기주도학습 도전기는 순탄하게 시작되는 듯싶었다.


방학과 동시에 아이들이 이렇게 돌변할 줄 누가 알았으랴. 오전 7시 30분 기상시간이 9시, 10시가 되고 영어만큼은 확실히 내 힘으로 해보겠다던 아들의 결심은 작심삼일도 가지 않았다. 엄마가 말하기 전에는 영어책 한번 펼쳐 보지 않고, 건들건들 엄마 눈치를 살피다 컴퓨터 앞에 앉기 일쑤다. 초등 1학년 딸은 어떤가. 30도가 넘는 땡볕에도 인라인을 타러 가자, 수영장 가자 등 방학에는 특별한 곳에 가는 것이라며 공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다.

이렇게 방학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다시 아이들과 계획을 새롭게 조정했다. 이전 계획은 지나치게 엄마 욕심이 앞섰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일주일에 한번 공연이나 영화 보기, 교과서에 나오는 유적지 꼭 가보기, 캠프 참여하기 등 학습에 연연한 자기주도학습보다는 체험을 통한 자기주도학습자가 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시 여름 방학은 공부보다는 체험이 우선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체험''이란 당근을 던지자 훨씬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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