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는 청와대 어린이신문 ‘푸른누리’ 기자단의 3기 발대식이 진행됐다. 전국에서 모인 7천 여 명의 어린이 기자들과 부모가 함께 한 뜻 깊은 자리였다.
발대식은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만 개방된다는 대정원에서 진행됐는데 청와대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의 초청행사였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송석호(문학초 6학년) 군을 만났다.
푸른누리 3기 기자증서를 받다
송석호 군은 지난 2월 푸른누리 기자단 3기로 선발돼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4학년 때 푸른누리가 창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하지만 당시엔 교내외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게 많아 따로 시간내기가 어려웠죠. 아쉬운 대로 독자회원으로 가입해 2년 동안 보기만 했어요.”
그런데 신문을 읽다 보니 부러움과 아쉬움이 한층 커졌다.
“친구들이 취재해서 기사로 올린 걸 보니 그 활약이 대단했어요.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기상청, 병무청, 국세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같은 국가기관은 물론 현대자동차연구소, 포스코 연료전지발전소, 삼성홍보관, LG전자 평택 휴대폰 공장, CJ 진천공장 등 일반인이 가기 어려운 곳을 일일이 다니면서 취재하더군요.
또 김연아, 박지성, 금난새, 앙드레김 같은 유명한 분들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요. 특히, 오바마 대통령 환영식이나 한중일 정상회담 같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도 초대돼 동행취재 하는 친구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하지만 공부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 6학년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오랜 동안 고민하고 망설였다.
“이번에도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초등학생 시절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싶었고요. 그래도 한구석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 할아버지를 만나고 당당하게 기자증서까지 받고 나니 하길 잘 했다 싶었죠.”
아덴만 작전의 청해부대원을 인터뷰하다
석호 군은 지난 5월 30일 청와대를 방문했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좋은 성과를 낸 청해부대 대원들의 환영식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올 초 뉴스에서 삼호해운 소속의 ‘삼호 주얼리호’가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사건을 크게 다뤘었던 거 기억나시죠? 붙잡혔던 선원들을 구출한 부대가 바로 청해부대에요. 부대원들을 만나 직접 인터뷰 했죠.”
실제로 청해부대는 능숙한 구출작전으로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하고, 소말리아 해적 5명을 생포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처음엔 뉴스에서만 보던 군인아저씨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레기만 했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보니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었고,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용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어요. 또 그분들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쓴다는 게 영광스럽기도 했구요.”
한편 석호 군은 지난 8월 15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을 찾아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취재했다. 송영길 시장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경축공연과 야외 체험행사를 둘러봤다. 이외에도 인천 남구 학산문화원에서 활동하는 실버극단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녹색동아리 그린키퍼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작문능력보다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
흔히 어린이 기자로 활동하려면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호 군은 작문능력보다 책임감과 성실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편집부에서 새로운 취재 아이템을 비정기적으로 공지하거든요. 꼭 하고 싶은 동행취재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틀에 한번 정도 사이트에 접속해야 해요. 또 다른 친구들이 올린 기사도 읽어봐야 하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야 하고요.
무엇보다 기자단으로 활동하려면 매달 두 건 이상 기사를 올려야 해요.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고, 취재원을 찾고, 인터뷰를 하고, 기사로 작성하고, 편집까지 직접 해야 해요. 게다가 동행취재는 취재 후 바로 마감해야 할 만큼 일정도 촉박한 편이구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석호 군은 매달 꾸준히 기사를 올려 메인화면에 선정되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활동 우수기자로 선발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안목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막연히 알던 것도 취재를 통해 훨씬 명확하게 알게 됐구요. 어린이 기자단 활동은 제게 많은 걸 깨닫게 도와준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에요.”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푸른누리 기자단은?
지난 2008년 11월 출범한 푸른누리 기자단은 글쓰기를 잘하고 호기심 많은 4~6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까지는 별도의 시험 없이 학교장 추천과 지역적인 안배를 고려해 선발했다. 해당 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동안 활동하며, 희망자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푸른누리는 청와대에서 발간하는 인터넷 웹진으로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에 발행된다. 어린이 기자들이 직접 쓴 기사만으로 지면을 구성한다. 현장탐방, 지역탐방 및 인터뷰 외에도 어린이기자들의 자율적 취재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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