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인터뷰/하이서울뉴스 박칠성 시민리포터

"건설현장에서 힘깨나 썼죠, 이제 펜으로 힘 쓰렵니다"

지역내일 2011-07-25 (수정 2011-07-25 오후 4:55:12)

2009년부터 하이서울뉴스 리포터를 하고 있는 박칠성(68)씨는 청춘을 건설 현장에서 보냈다. 70~80년대 한국에 건설 붐이 일 때였다. 새벽에 출근해 밤이 깊어서야 퇴근했다. 발전소를 짓고 건물을 보수하면서 3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일이 취미였고 일이 인생이었다. 너무 바빠 다른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57세에 직장 생활을 끝냈을 때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가족과의 여행이었다. 멀어졌던 책도 다시 꺼내 읽었다. 마라톤경기에 출전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리포터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만 3년째, 그동안 2년 연속 우수리포터에 뽑혔다. 단골 취재처도 8군데나 생겼다. 그를 만나 노년의 즐거움을 들어봤다.




 단골 출입처에 가면 ''어서 오시라'' 반겨




박칠성 리포터는 인터뷰하던 날 집 근처에 있는 서초구청에 들렀다 왔다. 기획기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 중 기사거리가 될 만한 것을 골라 취재를 나갈 예정이란다. 현장에 나가면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고 관련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취재가 피곤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그런 적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리포터 활동이 건강에 여러 모로 도움을 준단다.




우선 현장취재는 걷는 일이 많아 체력을 키우는데 그만이다. 담당자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3년쯤 하다 보니 예술의 전당, 전쟁기념관, 올림픽공원, 서울문화재단 같은 출입처가 생겼다. 취재를 가면 어서 오시라고 반갑게 맞아준다. 인정받아 기분 좋고 편안하게 취재할 수 있어 즐겁다. 이제는 기사 거리가 있으면 먼저 연락을 해온다. 기사를 쓰느라 자료 읽고 문장 다듬다보면 두뇌회전이 저절로 되니 치매 걱정도 없다. 게다가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고료까지 생기니 용돈 스트레스가 없다. 그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느냐"며 자랑이다.




 건설현장에서 리포터까지




그가 리포터가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그는 서울시민모니터와 서울사랑 디카모니터로 활동하면서 시민리포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 모집광고가 나자 바로 지원해 선발된 것이다. 의욕은 넘쳤지만 처음에는 아이템 발굴이나 기사 작성이 어려웠다. 이게 기사거리가 될까, 이렇게 쓰면 뽑아줄까 고민이 많았다.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감을 키웠다.




하이서울뉴스에 첫 기사가 올라간 건 2009년 8월 6일이다. 제목은 ''9호선 타고 사육신묘 찾아가자''. 기사는 "얼마 전 9호선 개통 첫날 기념 탑승으로 전철을 탄 김에 유심히 안내판을 보면서 점찍어 두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사육신묘가 그곳이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생애 첫 기사는 그에게 기쁨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고궁, 공원 등을 찾아다니면서 문화관광 분야의 기사를 부지런히 발굴했다. 요령이 붙어 보도자료와 인터넷을 참고하니 아이템 발굴도 점차 수월해졌다. 기사작성에 걸리는 시간도 처음에는 사나흘씩 걸리던 것이 이제는 하루나 이틀이면 된다. 빠르면 취재한 당일 밤에 기사를 완성하기도 한다. 올해 6개월간 쓴 기사가 작년 한 해 동안 쓴 기사보다 많다. "거의 베테랑 기자네요?"라고 했더니 그는 "그런 건 아니고 베테랑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란다.




그의 전직이 글쓰기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전력에 입사했다고 한다. "발전소 건설하러 다녔죠. 지방으로 돌면서 현장 관리감독도 하고. 그땐 끗발 깨나 있었는데….  하지만 직업이 적성에 맞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인문사회계통으로 가는 게 더 나을 뻔했어요. 중고교시절에는 책도 많이 읽고 수학여행기나 교내 글짓기로 교지에 글이 실리기도 했거든요."




리포터들 중에는 퇴직한 교수나 교사도 있고 신문사 총무국에 다니면서 기자를 꿈꾸었던 사람도 있다고 한다. 모두들 자기가 쓴 기사가 뉴스로 올라가는 재미에 즐겁게 일한단다. 그동안 그는 지난 6월 28일에 올린 ''장마철 피해, 이렇게 막자!''까지 모두 37건의 기사를 썼다.




 은퇴회식 자리에서 금주 선언




꼿꼿한 허리에 강단 있는 목소리의 박씨는 걷기가 최고의 건강 비법이라고 말한다. "항상 속보로 걸어요. 같이 걸으면 아내가 힘들어해요." 그는 달리기도 잘 한다. 하이서울마라톤이나 철원국제평화마라톤 10킬로미터 종목에 출전하기도 했다. 1시간 30분 안에만 들어오면 마라토너로 인정을 해주는데 그는 57분대에 통과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지체부자유자들에게 도시락을 전해주고 복지관 식당에서 배식서비스를 한다. 식당에 오는 독거노인들의 식사도 거든다.




활기찬 노후를 위해 은퇴 전에 준비한 게 있을까. 은퇴를 위해 그가 준비한 건 술 끊는 일 밖에 없었다고 한다. "회사 다닐 때 술값이 보통 나간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술을 끊기로 했지요. 그것만 안 마셔도 돈이 꽤 절약되겠더라고요." 그는 은퇴 2년 전부터 절주를 해오다가 은퇴회식 자리에서 술을 끊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친구들한테 몸에 병이 있어 술 끊는다고 했지요. 술 권하던 친구들이 요즘은 나를 따라 해요. 그래서 친구 부인들한테 칭찬 듣고 삽니다."




그는 요즘 사진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새로운 도전은 박칠성 리포터에게 삶의 기쁨이다.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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