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생애체험센터 체험기

80세 노인 되어보니, 자리 양보 해야겠어요

온몸으로 배우는 공부, 봉사인증은 덤

지역내일 2011-07-25

노인생애체험복을 입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무릎억제대와 팔억제대를 착용하자 관절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조끼를 입자 허리가 굽어지고 특수 안경을 쓰자 시야가 확 좁아졌다. 팔 다리에 모래주머니까지 착용하자 아이고~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다들 몸이 80세 노인으로 바뀌었다. 초등학생들도, 이들과 함께 온 어머니들도, 의과대학생들도 예외가 없었다.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노인생애체험센터에서의 일이다.
2006년 10월에 문을 연 체험센터는 월 평균 400여명이 찾아온다. 참가자들은 가상체험을 통해 노인의 심신 상태와 일상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자신의 노후 대비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여름방학, 단 두 시간 투자로 값진 공부를 해 보자. 학생은 봉사인증 점수도 받을 수 있다. 리포터가 체험센터를 다녀왔다.


신기 힘든 신발, 보이지 않는 글씨
체험을 예약한 시간은 오전 10시, 참가자들은 아침부터 쏟아지는 장맛비를 뚫고 센터로 모였다. 고려대 의대생 6명, 월곡 초등학생 3명,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 2명 그리고 리포터까지 모두 11명이었다. 안내와 교육을 맡을 체험 강사가 참가자들을 맞았다. 체험코스는 교육 및 준비 공간, 공공생활 체험 공간, 개인생활 체험 공간 및 보행 생활 체험 공간으로 되어 있다. 5분 정도의 간단한 교육과 설문조사를 마친 뒤 체험복을 받았다. 착용하고 나면 바로 80세 노인의 몸이 된다는 게 강사의 설명이다.
체험자들은 가정집처럼 꾸며진 체험실로 들어갔다. 첫 체험은 현관에서 신발 갈아 신기. 노인이 되고 보니 바닥에 앉아서 신발을 신고 벗는 게 쉽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불편이었다. 등과 팔, 다리, 손가락의 관절들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신발장 옆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해결하니 그나마 허리에는 힘이 덜 들었다. 특수 안경 탓에 시야가 흐려 신발 끈 풀기도 어려웠다. 강사는 노인들에게 편한 실버슈즈를 보여주었다. 벨크로(일명 찍찍이)가 붙어있고 손으로 들기 편하게 뒤꿈치에 고리가 달려 있었다.
주방으로 갈 때는 시야가 좁아 걷기조차 힘들었다. 세탁기 버튼 옆의 글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허리를 굽혀 빨래를 꺼내려니 허리가 뻐근했다. 일반세탁기보다는 옆에 뚜껑이 있는 드럼세탁기가 사용이 편했다. 정수기 옆에 놓인 얇은 일회용 종이컵은 장갑을 낀 손으로는 꺼내기가 어려웠다. 물을 마시려고 종이컵을 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붙이려 스위치를 돌리자 손목이 아팠다. 가스레인지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내리는 일, 수납장에서 그릇을 꺼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냉장고에 넣어둔 1.8리터들이 물병은 꺼내고 넣는 일조차 만만찮았다. 500미리리터면 적당할 것 같았다. 냉장제품의 유통기한은 글자가 작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식탁에는 실버용품을 진열해두었다. 꺾인 숟가락은 팔을 구부리기 힘든 사람을 위해 고안된 제품으로 숟가락이 입근처만 와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수전증 있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묵직한 숟가락, 앞부분을 깎아내 목을 뒤로 많이 젖히지 않고도 물을 마실 수 있게 만든 컵, 음식을 흘리지 않게 홈이 깊게 파인 접시가 인상적이었다. 


온돌보다 편한 침대
거실에서는 온돌과 침대를 번갈아 써봤다. 방바닥에 앉은 체험자들은 제대로 일어나지를 못했다. 강사가 일어나라고 하자 너도나도 "힘들어요, 못 일어나겠어요" 라고 하소연을 했다. 강사는 몸을 옆으로 돌려서 일어나라고 말했다. 노인에게는 온돌이 편한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침대가 훨씬 편했다. 젊은이들에겐 아무 문제가 없는 일상이 노인에겐 힘겹기만 했다. 단지 집안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음은 옷장체험이었다. 셔츠에 팔을 끼우기가 힘들었다. 어른들이 헐렁한 옷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손가락이 무디어 단추 끼우기도 쉽지 않았다. 똑딱이 단추가 좀 더 편했다.
목욕탕 타일은 미끄럼 방지 코팅이 되어 있었다. 난간을 잡지 않고는 계단을 올라갈 수 없었다. 손잡이 없이 계단의 중앙으로 내려오자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몹시 힘들었다. 계단이 잘 안보이고 높이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전철역에서 노인들이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르내리는 건 어딘가에 의지를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강사의 설명이 이해가 됐다. 휠체어는 작동법도 어렵고 바퀴를 굴리는 것도 힘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부분들이 노인에게는 힘들고 불편하고 위험했다.


힘드셨을 어머니 생각에 눈물 글썽
체험을 마친 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이지원군은 "놀러오는 기분으로 왔는데 되게 힘드네요. 안경 쓰고 움직이니까 어지러웠어요. 방바닥에 앉았다 일어날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평소 노인을 공경하자는 말에 남들 따라서 예의를 갖추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불편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월곡초 4학년 이지혁군은 "80대 어른 돼 보니 불편했어요. 안경 쓰니까 엄청 흐려서 물건 찾기도 힘들고 글씨 쓰기도 힘들더라고요. 체험하고 나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생활하시는 게 존경스러웠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학교 4학년 박준하군은 "도와드린 적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아프시고 어떻게 하면 힘드시다는 것을 아니까 맞춰서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한테도 센터에 와보라고 권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월곡동 사는 주부 김민재(46)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데 이렇게까지 불편하신 줄 몰랐어요. 평소 저를 돕는다고 집안일을 하셨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체험실 한쪽에 붙어있는 체험자들의 소감문도 비슷했다. "보람 있는 활동이었다. 나의 노후가 걱정된다." "국가와 사회와 가정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할 것 같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자." "너무도 불편했다. 친정아버님이 보고 싶다." "실버용품과 각종 인테리어들이 노인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인구가 가장 빨리 늘고 있는 나라다. 현재 중고교생의 학부모가 노인이 되는 2030년에는 인구 4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유태 격언에 ''노인은 자신이 두 번 다시 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젊은이는 자신이 늙는다는 것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노인생애체험이 필요한 이유다.
체험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노인복지기관이나 병원 종사자, 노인분야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는 물론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려는 중장년층도 가능하다. 초중고생의 경우 체험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인증해준다. 인증시간은 체험 진행시간과 동일하게 2시간이다. 봉사활동확인증 발급 신청은 체험 신청할 때 미리 해야 한다. 간편한 복장으로 참여하는 게 편하다. 체험복에 있는 벨크로로 인해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긴 옷을 입고 오는 것이 좋다.
운영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 12시, 오후 2시~ 4시까지다. 신청은 일주일 전에 전화, 팩스 또는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


<노인생애체험센터>
문의 : (02)712-6400, 6556
홈페이지 http://www.aging-simulation.or.kr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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