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일식 ''토로노''

골목 깊은 곳에서 만난, 맛있는 일본

지역내일 2011-07-12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을까 싶은 골목에 ''토로노''가 있다. 일 년을 지나치면서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집이다. 그런데 이 집, 웬만하면 자리가 없다. 멋모르고 들어갔다간 음식 늦는다고 투덜거릴만하다. 여느 음식점과 다른 모습은 손님들의 차림새다. 티셔츠, 반바지에 슬리퍼 끌고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들의 발길을 끄는 이 집의 매력은 뭘까.


입소문 타고 오픈 반 년 만에 자리 잡아
대치 4동은 빌라촌이다. 골목마다 고만고만한 3,4층짜리 빌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사이에 퓨전일식집 토로노 다이닝 이자카야가 자리를 잡았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8년을 살다가 개업 한 달 전인 2009년 11월에 귀국한 토로노 사장은 개업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길가에 음식점을 내고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비어있던 이 자리를 알게 됐다. 가격이 싸고 권리금도 없었다. 빌라 1층을 음식점으로 개조해 12월에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 토로노는 토론토의 원어 발음이다.
식사 때면 토로노는 40평 남짓한 공간이 손님으로 붐빈다. 광고지 한 번 안 돌렸는데도 알음알음으로 사람들이 찾아온다. 한 번 온 손님이 단골이 돼 다른 손님을 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낮 시간대에는 가방을 둘러멘 학생과 중년여성이 많다. 대부분 엄마와 자녀라고 보면 된다. 홀 안쪽에 있는 2개의 룸은 학습정보를 주고받는 학부모들 차지다. 눈에 들어오는 간판들 중 8할이 학원인 동네다보니 학원고객이 밥 손님인건 당연한 일. 저녁시간이 되면 술 한 잔을 찾는 남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하루 평균 7~80명의 손님이 토로노 음식을 즐긴다.


수족관을 만들지 않은 이유
토로노에서 처음 스시(1만원)를 먹었을 때의 느낌은 ''이거 괜찮은데''였다. 대로변의 그럴듯한 인테리어를 보고 들어갔다가, 주문한 스시를 먹으며 느꼈던 실망감과는 반대였다. 적당한 온기가 있는 밥에 잘 숙성된 생선이 어울린 맛은 주방장이 눈앞에서 직접 쥐어주는 고급 일식집 못지않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넣으면 주방에서는 그 때부터 초밥을 비빈다. 이 집 초밥이 부드럽고 촉촉한 이유다. 주방장인 사장은 스시에서 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밥알이 식어 딱딱하거나 향이 희미한 초밥은 대개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에 그날 소비할 양을 예상해 미리 비벼놓은 것이기 십상이다. 스시를 내기 전에도 손님들의 식탁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손님들이 다른 음식을 먹는 속도를 봐가며 적정 온도의 스시를 내기 위해서다. 사장은 초밥이 가장 맛있을 때는 사람 체온과 같은 온도일 때라고 말한다.
스시나 사시미(3만원)에 쓰는 생선은 숙성된 것을 쓴다. 살아있는 생선을 즉석에서 잡는 한국식과는 다른 일본식이다. 이 집에 수족관이 없는 이유다. 새벽장에서 사온 싱싱한 생선을 미리 회를 떠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오후에 손님상에 나갈 즈음에는 사후경직이 풀려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진다. 생선을 잘 아는 사람들은 숙성시킨 회를 찾는다고 한다.
나가사끼 짬뽕(9000원·주간:7000원)은 육수가 진하다. 갖가지 재료로 100퍼센트 직접 우려냈다. 시판 스프를 끓여 육수로 쓰는 집들도 있다. 시간이 걸리지 않고 재료값이 싸기 때문이다. 사장은 음식기행을 하며 그렇게 엉터리 육수로 만든 짬뽕을 먹어봤다. 그 후, 내 입에도 맞지 않는 음식을 손님에게 팔지는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단다. 면과 채소를 볶아 소스를 뿌리고 가스오부시를 듬뿍 얹은 볶음 우동(8000원·주간:5000원)도 인기메뉴다.
메로 된장구이(1만 5000원)는 술안주로 적당하다. 된장에 숙성시킨 메로를 쓴다. 일반 식당들이 내는 메로는 대개 퍽퍽하다. 몸통으로 요리를 하기 때문인데, 토로노에서 쓰는 메로는 머리와 몸통 사이의 목덜미 부분이다. 목덜미 살은 부드럽고 쫄깃쫄깃하지만 양이 적고 값이 만만찮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단다. 볶은 숙주를 깔고 그 위에 치킨과 구운 채소를 올려 데리야끼 소스를 뿌려준 그릴드 치킨 데리야끼(1만 2000원·주간:8000원)와 바삭하게 튀긴 히레까스(8000원·주간:5000원) 등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천연재료에서 우러난 깊은 맛
이 집은 조미료를 모두 사장이 직접 만든다. 고객층인 주부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다.  화학조미료를 쓰면 잠깐 만에 해결될 맛을 천연조미료를 만들기 위해 3~40분, 어떤 것은 10시간 이상 재료를 끓인다. ?
"천연재료 만들어서 요리하는 데 손님이 맛없다고 했으면 나도 화학조미료나 시판소스 썼을 거다. 장사를 해야 되니까…. 손님 열 사람이 오면 그들의 입맛을 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 중에서 여섯, 일곱 명만 만족시켜도 나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열에 일곱이 음식 맛을 칭찬해주니 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고 밀고 나간다."
주방 앞에 ''토로노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음식 맛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장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지는 이제 6년. 캐나다에 살 때 일본 요리의 매력에 빠져 친분이 있던 식당에서 일을 도우며 하나, 둘씩 배웠다. 힘들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 요리다. 젊어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군대에서는 취사병을 했다. 가족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이 즐겁고, 친구들과 캠핑가면 요리담당을 자청했다니 이 일은 그의 천직인지도 모르겠다.


위  치:강남구 대치동 930번지
  대치사거리와 은마사거리 중간쯤에 있는 GS주유소를 끼고 우회전해서 골목길로  100미터 직진, 왼쪽 빌라 건물 1층.
영업시간 :월~토, 아침 11시 30분~밤 12시(브레이크 타임:오후 4시~5시 30분), 일요일은 휴무
주 차:토로노가 있는 건물(리치캐슬) 1층 주차장
문  의:(02)553-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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