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산업의 선구자'' ''국산 컴퓨터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용태(80) 전 삼보컴퓨터 회장.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PC를 생산을 했으며, 데이콤의 초대사장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컴퓨터 통신과 인터넷을 시작했고, 두루넷을 세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브로드 밴드 인터넷을 실현해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은퇴 후, 인성교육 전도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가정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열 명의 손자손녀에게 할아버지로서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들려주면서 인성교육을 하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700여개 학교에서 학부모 9만 여명에게 인성교육에 관한 강연을 했다.
어린이 인성교육은 가정과 사회,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이라고 말하는 이 회장. 그는 여생을 인성교육이 국민운동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의 손자 손녀부터 후손까지
그가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것은 2005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부터다. 어느 날, 한 달 만에 손자가 찾아왔다. "그동안 공부 잘했니?" "네" "공부 말고 또 뭐 하는 게 있어?" "농구요" "그래, 농구는 얼마나 잘하니?" "우리 학년 선수에요" 이처럼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는 잘 이어지지 못했다. 마침내 대화가 불편한 지, 아이는 슬그머니 일어나 다른 방에 가서 컴퓨터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가정교육을 통해 손자 손녀에게 자신이 평생 쌓은 경험을 나눠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가정교육을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아이들이 할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려면 흥미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으며,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달에 한 시간을 인성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한 이 회장 집안의 가정교육의 결과는 놀라웠다. 그래서 이 회장은 이 방법을 자신의 손자손녀뿐만 아니라 온 나라에 전파하기로 결심했다.
인성교육 강의는 박약회가 발판이 됐다. 박약회는 이 회장이 1987년 몇몇 지인들과 안동 도산서원의 기숙사인 박약재에 모여 퇴계 선생의 사상과 행실을 배워, 도덕국가를 재현하기 위해 만든 국민운동단체로 현재 4천 여 명의 회원이 있다. 이렇게 처음 인성교육을 시작한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국에 걸쳐 수만 명의 학부모, 교사, 직장인에게 강연을 했으며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젊었을 때 일이 너무 바빠서 내 자식들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했다"며 "내 손자 손녀는 물론이고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전국 초 중 고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큰 곰)는 책을 펴내기로 했다.
한 달에 한 시간, 아이가 달라져
이 회장이 강조하는 인성교육의 방법은 매우 구체적이다. 가정에서 한 달에 한 시간씩 인성교육의 시간을 정하고, 6단계에 걸쳐 교육을 실시하는 ''1-1-6 단계''가 그것이다. 1단계는 아이들이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읽는다. 2단계는 그 내용을 온 가족이 반복해 읽고 요약해보며 정확하게 외운다. 3단계는 그 이야기에서 배울 교훈을 확인한다. 4단계는 그 교훈과 관련된 각자의 경험이나 의견을 나눈다. 이때 부모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자녀에게 전할 수 있다. 5단계는 교훈과 관련해 가족 모두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정한다. 6단계는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또한 이 회장은 인성교육은 곧 인생교육이며, 결국은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목표를 정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남(남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 나(나를 스스로 경영), 일(일을 합리적으로 처리)이라는 3대 목표를 정할 수 있게 가르친다. 그리고 이것과 함께 효도를 주요 덕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 인간상''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성교육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부모가 한 달에 한 시간만 투자하면 아이가 달라지고 또 가정도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한다.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방법을 동시에 제시해
이 회장은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매우 확실하며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할 때 인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부드럽게 풀어나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며 또 꼭 실천해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그의 강연을 들었던 한 학부모는 "보통 인성교육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다른 강의와 달리 이 회장님은 방법에 초점을 두고 차근차근 알려 준다"면서 "방법이 어렵지 않아 시도해 볼만하다"고 말한다.
딸이 숙명여고에 다니는 이정선(45)씨는 딸의 입학식에 참석했다가 숙명여중고 재단 이사장인 이 회장을 알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이 회장님의 경력에 대해 소개하셨을 때도 참 대단한 분이구나하고 내심 놀랐는데, 직접 그 분이 인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듣고 나니 무척 감동적이었고 또 원로로서 후손을 걱정하는 교육의지가 무척 존경스러웠다"고 말한다.
이용태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참다운 선진국이 되려면 도덕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하며 그 방법이 바로 인성교육이라고 재차 강조한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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