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로 처음 정신과에 입원하면 알코올 해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줄 안다. 그래서 비용을 아끼겠다거나 또는 주위에 알려질까 봐,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마찬가지이다. 교직을 비롯한 공직자나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알코올 문제라고 하면, 자신의 직무 능력도 덩달아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신체 질환 때문에 인생이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드물다. 그러나 알코올의존의 경우 인생살이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생겨, 금단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바로 제대로 살아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회복하자면 장기적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서구에서는 수개월 이상 수년에 걸쳐 입소하여 재활을 도모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금단 증상이 최악의 신체적 후유증을 치료하는 것에 비하여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나, 본격적인 회복은 재활로부터 시작한다. 사실 그 앞 단계까지의 치료는 바로 이 본질적인 회복을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퍽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마치고 나면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알게 된다.
잘 구조화되어 체계가 확립된 시설이라야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된다. 그러면 밖에서 결코 얻지 못하고 배울 수 없는 것을 경험한다. 무엇보다 알코올과 떨어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대로 먹는 것만으로도 갈망은 줄어든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운동으로 후줄근하고 초라한 외모가 맑고 밝고 단단해진다. 술을 끊고 나서 갈 데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해 줄 가족도 없는 경우, 이를 대체하여 믿고 의지할 만한 동료가 있다. 떨어져 지내보아야 잘못된 대상과의 잘못된 관계를 바로 보고 벗어날 수 있다.
교육과 집단치료에 참석하며 자신과 중독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왜 그토록 취해서 살았는가를 깨닫고, 자신의 과거가 왜 자가 치료적인 과음으로 이어졌는지를 이해한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옆에는 항상 더 심각한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안다, 술 없이 맑게 사는 사람들과 어떻게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이렇듯 장기간의 입소 재활 프로그램은 혼자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 이것이 회복의 가장 공고한 기초가 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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