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유형별 고1 학부모 간담회>

강남 고1 학부모들이 말하는 "내 아이 학교는…"

일반고·외고·자율고 학부모들의 학교 만족도

지역내일 2011-07-25

"외고가 예전의 외고가 아니라며? 남자아인데 외고가 좋을까, 자율고가 좋을까?", "자율고 내신경쟁 살벌하다며. 그냥 일반고 보내는 게 입시에 유리하지 않을까?", "자율고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어떤 학교 지원해야해?" 요즘 중3 학부모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지난 2년간 특목고 입학전형의 변화, 자율고 확대, 고교 선택제 시행 등으로 학부모들은 고입부터 어떤 학교를 지원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또한 중3 학부모들에게는 현재진행형인 고민거리다.
그렇다면 고심 끝에 지원해서 들어간 자녀의 학교는 어떨까. 고교 입학 후 한 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강남에 거주하는 일반고·외고·자율고 고1 학부모 7명을 대치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봤다. 한 학기 동안 각기 다른 학교를 보내며 느꼈던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소감을 들어보자.


<간담회에 참석한 고1 학부모-가명>
* 일반고 : K고(남) 최지은씨(43세), D고(남) 김미숙씨(45세), S여고(여) 조혜정씨(44세)
* 외고 : D외고(남) 이혜진씨(46세), D외고(여) 김정희씨(44세)
* 자율고 : J고(남) 박현주씨(42세), H고(남) 최소영씨(46세)


Q. 자녀가 현재의 학교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혜진씨(D외고) : 아들이 이과 성향의 아이라 외고 진학이 좀 걱정은 되었지만 워낙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고, 학교 분위기도 좋은 것 같아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최소영씨(H고) : 대치동으로 이사 올 때부터 진학을 희망했던 학교인데 자율고로 바뀌어 생각이 복잡했었습니다. 지원했다가 떨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아이 성적이 상위권이 아니어서 진학 후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고민은 되었지만 그래도 상위50퍼센트 이내의 학생들을 선발하니 학업분위기가 좋을 것 같고 집에서도 가까워서 지원했습니다.


최지은씨(K고) : 자율고를 지원했고 추첨 현장에도 갔었는데 어쩜 우리아이 번호만 쏙 빠져 있는지 너무 속상해서 울고 싶었어요. 현재 다니는 학교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 중에 선택해서 지원했습니다.


김미숙씨(D고) :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로 자율고를 지원했지만 추첨에서 아쉽게 떨어져, 집에서 가까운 남학교를 선택해 지원했습니다.


Q.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박현주씨(J고) : 남학교인데도 학교 전체 분위기가 여고 같아요. 욕하는 아이들이 없고 간혹 말을 거칠게 하는 아이가 있으면 그 말에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있어요. 우리 아이는 차분한 편인데도 남자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인지 지금 고등학교의 분위기가 여학교 같다고 하네요. 또, 워낙 ''촌지 없는 학교''로 알려져 있듯이 음료수 한 병도 학교에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마음도 편하고 깨끗한 이미지도 마음에 들어요.


최소영씨(H고) : J고와 달리 H고는 여학교 같은 분위기는 아니에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 반별로 축구 유니폼을 맞춰 반별 대항을 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교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요. 또, 학교에서 강제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김정희씨(D외고) : 과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요. 일어과와 스페인어과는 인원이 적어서 그런지 단합이 잘되고, 영어과의 경우는 국제반 아이들이 많이 섞여 있어 분위기가 좀 개방적이에요.


조혜정씨(S여고) : 학부모가 학교일로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이 편해요. 가령 아이가 학급회장이 돼 학급 아이들에게 한 턱 내면 그날로 회장은 그만둬야 해요. 또,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니까 규율이 세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규칙을 지키는 것 같아요.


최지은씨(K고) : 우리 아이의 경우는 다녔던 중학교에 비해서 현재 학업 분위기는 좋지 않아요. 과학중점반은 학업분위기가 좋은데 일반반의 경우는 벌써 몇 명이 물의를 일으켜 강전(강제전학)되기도 했어요. 시험 감독을 갔었는데 시험 30분 전인데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보고 조금 실망했어요.


Q. 특목고 입학전형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뀌었고, 고교 선택제도 2년째인데 학생들의 구성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조혜정씨(S여고), 김미숙씨(D고) : 강남의 몇몇 일반고는 고교선택제의 수혜학교인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특목고나 자율고로 진학했기 때문에 일반고에서는 내신이 수월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요. 우수한 학생들이 너무 많아 성적은 중학교 때와 비교해 크게 오르지 않아요. 아무래도 고교 선택제를 실시하면서 우수한 아이들이 특정 학교로 많이 몰린 것 같아요.


최소영씨(H고) : 인근지역의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한 학급만 보더라도 강남·서초·송파 지역의 20여개 중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1~2명씩 모여 있습니다.


박현주씨(J고) : H고와 마찬가지로 인근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요. 대부분 성실한 아이들이라 암기과목을 정말 잘해요. 결국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별력이 큰 수학이나 영어 과목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혜진씨(D외고) : 중학교 영어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다보니 강남지역의 학생들이 많이 줄었어요. 아무래도 내신관리가 유리했던 강북 학생들이 많고 지역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Q. 학교 교육과정, 수업방식, 학사운영에 대해 만족스러운가요?
김정희씨(D외고) : 전반적으로 아이는 학교 수업방식을 좋아하고 학교 활동을 재미있어 합니다. 해야 할 것이 많아 힘들어하면서도 아침에 깨우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혜진씨(D외고) : 중학교와는 달리 수준에 맞춰 심화수업이 이뤄져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과제(발표준비 등)와 수행평가가 많아 눈을 감고 다닐 정도로 힘들어해요. 교과편성에서 1학년 때 체육이 아예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조혜정씨(S여고) : 이과 중심의 커리큘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과학과목은 1학년 때 융합과학을 배우지 않고 학기별로 생명과학과 물리를 배우는데 사실 문과 학생들에게 물리는 좀 어렵잖아요.


최소영씨(H고) : H고도 마찬가지예요. 1학년부터 문·이과로 나누었는데, 과학은 1학년 때 물·화·생·지를 다 배워요. 문과 학생들에게 좀 버겁죠. 반면, 이과 학생들에겐 입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반대로 한 학기에 교과별로 필독서 2권씩 총 12권을 읽고 수행평가나 정기고사에 반영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학기 중에 힘들긴 하지만 문과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학교 행사 등의 일정을 정할 때 교사보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정하는 것 같아요. 시험이 끝나는 날 대학 설명회를 개최한다든가, 학급별 체험여행은 시험이 끝나고 2~3일내로 다녀온다든가, 공부하는데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죠.


박현주씨(J고) : 교과서도 사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교과서를 선택하고, 학교 시험도 사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출제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요. 중학교 때까지는 ''머리보다 노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우월한 유전자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 좋은 아이가 노력까지 해야 좋은 성적이 나와요.


김미숙씨(D고), 최지은씨(K고) : ''집중이수제''로 아이들이 공부하기 힘들어 해요. 시수가 많으니 진도도 빠르고 시험범위도 많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학기 중에 따라가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국사를 주 5회 수업하면 시험 때 암기해야할 분량이 너무 많아져요. 사전 지식이 부족하면 시험 때 너무 고생하죠.


Q. 우리 아이 학교만의 특별한 점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박현주씨(J고) : 상위권 아이들 중심으로 문과 2반, 이과 2반을 프런티어 반으로 구분합니다. 한번 정해지면 1년간 지속되며 2학년으로 올라갈 때 다시 편성돼요. 교과나 교사들은 다른 반과 동일하지만 우수한 아이들이 많아 공부하는 분위기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반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또, ''아버지의 밤''이라고 해서 아버지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가 있어요. 보통 아버지들은 자녀의 입시실패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학교에서 어려운 입시현실을 아버지들에게 이야기해줌으로써 아버지들의 이해를 돕는 것 같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최지은씨(K고) : 생활관에서 반별로 2박3일간 머물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성예언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너무 좋았어요. 부모를 초청해 식사도 대접하고 모자토론의 시간도 갖는데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Q. 방과 후 활동이나 야간 자율학습의 실시 방법이나 만족도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이혜진씨(D외고) : 야간 자율학습으로 학원에 다닐 시간이 부족해 자기 스스로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서 좋은 것 같습니다. 거의 전원이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데 순찰을 하는 선생님이 계시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자율학습 시간만큼은 아이들 모두 휴대폰도 걷는다고 하네요.


박현주씨(J고) : 70퍼센트 정도의 학생이 교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합니다. 학부모들이 한 반에 한 명씩 감독을 실시합니다.


최소영씨(H고) : 야간 자율학습은 학생의 희망에 의해 자율적으로 실시되며, 교실에서 하지 않고 자율학습실을 이용해요. 자습실은 밤 12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신청자가 많을 경우 성적순으로 우선순위를 부여해요. 자습실 분위기는 아주 좋다고 들었습니다.


Q. 아이를 현재 고등학교에 보내고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김정희씨(D외고) : 수행평가가 많아 아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지켜보는 부모로서 힘들어요. 학교에서는 수행평가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으니 밤새워 준비하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들 욕심은 그렇지 않은가 봐요. 


이혜진씨(D외고) : 학교수업은 선진국화되어 있어 마치 대학생처럼 즐겁게 공부해요. 여러 아이들의 다양한 장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수업이 이뤄지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내신은 한국식이잖아요. 아무래도 아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내신 성적이 부담으로 다가 오겠죠.


박현주씨(J고) : 내신관리가 힘들어 정말 하늘이 점지해야 서울대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소영씨(H고) : 성적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성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갈 수나 있을지 걱정되었어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여태껏 보지 못했던 형편없는 숫자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자퇴시키고 일반고로 전학시킬까도 고민해봤지만 아이가 학교 분위기를 너무 좋아해서 지켜보고 있어요.


조혜정씨(S여고) : 강남에서 아이를 고교에 보내면 어느 부모나 자녀의 입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강남에서 공부 잘 했던 누구의 아이는 Y대를 떨어졌는데, 강북에서 그럭저럭 공부했던 누구의 아이는 Y대에 붙었다"라는 말을 모임에서 전해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Q. 입시제도나 교육정책 관련해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이혜진씨(D외고) : 수시 전형의 경우 형식은 외국의 형식을 가져왔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수시에 필요한 스펙을 공교육에서 준비해주지 않아요. 결국 외부의 사교육에서 준비할 수밖에 없지요. 학교 안에서 준비할 수 없는 것은 전형요소에서 제외시키면 좋겠어요. 수시의 다양한 특별전형에서 외부 스펙을 요구하니 학교생활만 충실히 해서는 원하는 진로의 그림이 안 나옵니다.


박현주씨(J고) : 대입 전형이 다양해지고 입학사정관 전형도 점점 늘어나면서 주변에 스펙을 만들어주는 학원들도 속속 생겨나는 것을 보면 사실 누군가를 위해 쉽게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 주는 듯한 의구심도 들어요.


최지은씨(K고) : 공립학교는 선생님들이 로테이션 근무를 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심지어 학생이 담배를 피워도 무관심한 선생님도 계시다고 들었어요. 고3 입시관리도 전략적,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겠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할 것 같아요. 또,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요즘 선생님들은 행정업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을 때는 심지어 수업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행정업무 간소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간담회를 마치며
강남의 학부모들은 일반고·외고·자율고의 학교 유형에 관계없이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학교의 학업 분위기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데 반해, 치열한 내신 경쟁으로 인한 학생부 교과 성적의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이 늘고 정시모집이 줄어 입시의 문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컸다. 이날 간담회에서 내신의 열세, 입시에 대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좀 더 좋은 학교 분위기에서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폭우 속에서도 간담회에 참석해 좋은 의견 나눠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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