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 건축가 김태만

한강 위에 띄운 유리꽃, 서울의 러브마크 됐으면…

지역내일 2011-07-14 (수정 2011-07-19 오후 6:34:56)

지난 5월 21일, 반포대교 남단에 세빛둥둥섬이라는 새로운 명소가 탄생했다. 물 위에 띄운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섬, 세계 최초의 수상 컨벤션 시설이다. 독특한 디자인과 환상적인 야경을 자랑한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이는 논현동에 있는 해안건축의 디자인대표 김태만씨다.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그의 건축 철학을 들어봤다. 

 "이야기를 담는 생활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의 설계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이 프로젝트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르네상스가 처음 시작된 도시 플로렌스의 어원에서 꽃을 가져와 그것을 주제로 설계를 했다. 삭막한 한강에 문화와 예술의 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세 개의 인공섬은 각각 꽃씨, 꽃봉오리, 활짝 핀 꽃송이를 나타낸다. 꽃이 점점 피어나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김태만 대표는 "애정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러브마크,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했다. 독특하고 조형적인 건축물이지만 디자인만으로 사랑을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활용하면서 추억을 담고 자기 얘기를 담는 건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축비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 그는 비용보다는 건축물의 성격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A급의 공사비가 들어가는 건물이 있고 아파트 정도의 단가가 들어가는 건물이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좋은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세빛둥둥섬보다 훨씬 더 많은 단위사업비가 들어갔다. 그렇지만 그것이 갖는 경제적·문화적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문화유산이 될 만한 건물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투자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모든 건축물을 값 싸게 만들면 남을 문화유산이 있겠는가. 대신 합의를 통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축은 삶의 공간 만드는 종합예술이죠"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다. 미술이나 산업디자인 또는 건축 중에서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미술 쪽으로 갈 학생들은 실기 교육을 받았는데 그럴 필요성까진 못 느꼈다. 공부를 계속하면서 예술적인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건축을 선택했다.  

그는 "커버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은 게 건축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건축가로서 작품을 디자인하고 예술적인 성취를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그 쪽으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삶의 공간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가 있단다.
건축은 문과와 이과의 여러 분야 즉, 비즈니스, 예술, 공학, 사회학, 역사, 문화 등의 다양한 특성을 녹여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종합예술 분야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분야에 소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책임 있고 의미 있는 건축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요즘 시대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나 다빈치 같은 르네상스적인 인간형이 건축가로는 바람직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한국 건축 적극적 지원으로 국제경쟁력 키워야

김 대표는 건축설계디자인 분야에서 창의적인 건축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세빛둥둥섬''을 비롯해 ''2012여수엑스포 국제관''''2010상하이엑스포 한국기업관''''세종시 종합청사''''원지동 서울추모공원''''용산역사''''라페스타''''한류우드''등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건축물을 선보였다. 그가 디자인 대표로 있는 해안건축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AIA뉴욕디자인상을 받았다. 이 상은 미국건축가협회(AIA)가 매년 전 세계의 혁신적인 건축물과 준공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수여하는 상이다. 

국제적인 평가는 건축의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해외진출에 도움을 준다. 그는 "한국 건축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발전해왔다. 국내 건축가들의 전반적인 역량을 보면 우리 문화의 대표자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면서 "문화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그것을 자산으로 삼아 국력을 끌어올리고 경제적인 진출을 도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축가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국제시장에 진출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자국 내의 예술가나 건축가들을 항상 브랜딩화 했다. 의도적으로 그런 전략을 썼다.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다소 미흡했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다. 

건축에 대한 국내의 인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주요 프로젝트는 건축가를 제대로 대접한다. 일하는 과정에서도 건축가들이 충분히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도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건축물들을 문화적인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거기에 관여했던 건축가가 제 역할을 하고 책임도 지고 인정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섬세하고 논리정연 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아직도 손으로 도면을 그린다는 사실이다. 다음 차례에, 그의 연필 끝에서 나올 첨단 디지털 건축물은 무엇일까.

신운영 리포터 suns16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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