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는 것과 영어시험을 잘 보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불행하게도 많은 학부모들이 이두가지의 다른 능력을 하나로 여기는 것 같다. 아니면 영어를 잘하기보다 영어시험 잘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내 경험을 하나 소개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KoAm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주된 바램은 그저 영어를 잘 하는 것 이었다. 그 때 나는 좀 더 욕심을 내자고 이야기했다. 영어로 생각하고 꿈꾸며 또 영어로 논리를 펼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우리아이들이 미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여 영어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10개월 후 돌아온 아이들의 영어능력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 부모들의 마음은 훨씬 더 뿌듯한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돌아오자마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의 손에 이끌리어 학원을 찾았다. Level Test(영어평가시험)을 보러 간 것이다. 듣기와 말하기는 완벽한데 읽기와 쓰기가 좀 약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읽기와 쓰기를 학원에서 좀 더 공부하자는 제의를 받아 들였다. 그런데 몇 주 후 아이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의 지친 모습에서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가는 경향을 보게 되었다. 이유를 알아본즉, 아이들의 영어능력이 너무 향상되었기 때문에 영어평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따라서 높은 반으로 편성이 되어 높은 학년의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공부하다보니 그 내용이 그들의 정신세계로 이해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5학년인 한 학생의 교재를 보니 “American Criminal Justice System (미국형법체계)”, “Indy 500 (미국의 자동차 경주)”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아마 TOEFL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TOEFL은 비영어권 대학생 또는 예비대학생을 대상으로 미국의 대학교 환경에서 다루게 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다. TOEFL을 미리 준비한다고 어린 학생으로 하여금 정신연령에 맞지 않는 어휘와 내용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일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문의 (02)576-0852 한미교육연맹 박 재현 이사장 www.koamed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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