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논술의 꽃은 과목과 과목, 단원과 단원을 결합한 통합논술 문제에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강의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이 ‘통합’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처럼 절망감을 안겨준다. 수리 논술은 공통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지만, 과학논술은 고등학교마다 과학 선택과목이 달라 배우지 않은 과목이 나올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크다.
고등학교에 따라 물리-화학-생물-지학 중 특정 과목만 집중 학습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네 가지 또는 세 가지 선택 과목에서 골고루 출제되는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이 통합논술 형태로 출제되면 관련 과목에 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 당황하는 것이다.
2010학년도 한양대 수시2차 모의 논술고사 문항을 살펴보라. 이 문항을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엔탈피와 엔트로피 그리고 깁스 자유 에너지에 관한 개념을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화학2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은 문제를 보는 순간 절망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어떤 학생들은 자유 에너지란 개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다시 말해, 학생들이 소속 고등학교에서 선택하여 배우지 않는 과학 과목의 개념들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목표대학 선정이다. 보통 학생들이 2~5개 대학에 수시 지원을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3학년이 되어서도 명확한 목표 없이 지내다가 수시 시즌이 되면 성급하게 여러 대학에 원서를 쓴다. 이런 경우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목표 대학을 미리 결정하면 그 학교 논술 유형에 맞춰 과학 개념들을 정리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고려해야 할 점은 최근 논술문제 출제경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각 대학마다 통합 정도나 선호하는 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제시문이나 논제 유형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보통 한 해에 모의논술과 수시1, 2를 합쳐서 3세트의 문항이 공지된다. 따라서 최근 3년 간 공개된 문제만 분석해도 학습 분량이 만만치 않다.
세 번째로는, 교과서의 과학 개념들을 총정리해야 한다. 목표 대학의 최근 논술 출제경향을 파악한 뒤 부족한 선택과목의 개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일부에서는 참고서를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참고서보다도 교과서 정독이 가장 효과적이다. 왜냐 하면 교과서 구성과 내용은 과학 개념을 정리하는 데 유익하기 때문이다. 심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참고서를 이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일단 교과서 개념을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학습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고1에는 수학이나 선택 과목을 기본적으로 학습하지 않기 때문에 기출문제 분석조차 어렵다. 고3 땐 내신(1학기 말까지)과 수능에 전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학 개념 정리는 물론 자연계 논술을 공부할 시간을 할애하기조차 벅차다. 따라서 고2 때 논술을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 이 때를 놓친 학생들은 고2 겨울방학과 고3 여름방학에라도 과학 과목 개념들을 정리해야 한다.
‘고3인데 선택과목 때문에 수시논술이 걱정’이라며 도움말을 요청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건 미리 준비하지 않은 네 탓’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 번의 기회는 있다’며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글=김성철 선생(신우성학 강사) 문의: 02-3452-2210, www.shinwoo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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