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여름방학 귀국 유학생, SAT 공부만이 최선인가

지역내일 2011-06-07

올해도 변함없이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귀국할 유학생들을 위한 ''SAT 및 국내외 대학 글로벌 지원'' 특집기사를 4월 초부터 4주간 연재했다. 그 외에도 매주 SAT나 유학 컨설팅 업체 광고기사 취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SAT'', ''유학'' 관련 기사를 쓰느라 봄날을 다 보냈다.


뿐만 아니라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부터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 아이와 함께 귀국해 SAT 수업을 듣게 할 해외 주재원 부모들까지, SAT 학원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매년 4월과 5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풍경들이다.


미국대학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시 미국대학에 진학할 유학생들을 위한 여름방학 SAT 특강 모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유학생 학부모들은 숨이 가쁠 수밖에.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미국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은 각 학년마다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여름방학 기간을 온통 SAT하고만 씨름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대부분 6월 초부터 시작되는 특강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회가 4월 초부터 시작되고, 부모들 사이에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강사들의 수업은 당연히 조기에 마감된다.


자녀가 유학 초기일 때에는 엄마들이 "요즘 어느 SAT 학원이 잘해요?"라는 단순한 질문을 뒤늦게 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학년이 좀 올라가면 유학생들끼리 현지에서 학원이나 강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자신이 들을 수업을 미리 결정한 후 부모에게 등록만 부탁하는 식으로 발전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들은 "우리 애가 이런 학원에 등록을 해달라는데 괜찮은 학원인가"라는 문의를 해온다. 하지만 그 시기마저 지나고 나면 어느새 엄마들도 SAT 학원 선택에 있어서의 고수(?)가 돼 초보 유학생 엄마들에게 조언까지 해주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자녀가 귀국하기도 전에 SAT 학원 등록부터 해놓고 기다리는 형편이니 유학생들은 귀국과 동시에 유학생활의 고단함은커녕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풀 새도 없이 또 다른 질주를 시작해야 한다.




''노는 꼴'' 못 보는 엄마들, 다시 잔소리 시작돼


대부분의 해외 유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귀국하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들이 많다. 엄마들도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자녀가 좋아하는 밑반찬이나 요리를 미리 준비해두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자녀의 유학생활이 길어질수록 공항은 부모 자신에겐 출국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자녀를 맞이하고 보내는 공간으로 익숙해진다. 어쨌든 입국장의 문이 열리고 당당하게 카트를 끌고 나오는 아이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넘친다. 집에 도착하면 아이의 짐 가방에서 터져 나오는 옷가지들로 어수선해지지만 왠지 집안이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좋은 상황은 여기까지만이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떠나 있다가 귀국한 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스마트폰에 빠져 엄마와 대화할 생각도 안하고, 알아서 공부를 좀 하면 좋으련만 학원만 갔다 오면 컴퓨터 앞에 앉기가 바쁘다.


이때부터 ''노는 꼴''을 못 보는 전형적인 이 땅의 엄마 모습으로 돌아가 잔소리가 시작된다. 다시 떠나보내고 나면 후회할 게 뻔한, 독한 말들을 쏟아내고 만다.


이런 엄마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일까, 올해 인터뷰한 SAT 학원들 사이에 지난해와는 다른 변화가 있다면 바로 ''학생 관리''에 대한 강조이다.


소규모 학원일수록 수업이 끝난 후에도 남아서 과제를 하고 가게 하거나, 아예 시험과 당일 수업에 대한 복습까지 완전히 마무리하고 보내는 식이다. 학원에서 하루치 공부를 모두 끝내고 나머지 시간에는 엄마 눈치 볼 필요 없이 당당하게 친구도 만나고 쉬기도 하라는 거다.




유학생 자녀와의 정서적인 소통부터


유학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유학생들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어려움들에 대해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 유학원 담당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취재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이 바로 ''부모들이 일단 유학을 보내고 나면 나는 힘들게 유학비를 대고 있으니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은 모두 네가 할 탓''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빠듯하게 유학을 보낸 부모들일수록 이런 마음이 강하다고 한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귀국해서 비싼 SAT 학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의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깊이 이해하기를 어찌 바라겠는가. 아이가 유학을 간절히 원해서라기보다 부모가 결정해서 보낸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미국 명문대 진학을 위한 SAT 고득점도 중요하지만 어린 나이에 낯선 땅에서 부딪치는 온갖 문제들을 혼자 해결하느라 긴장 속에서 살다온 아이를 집에서나마 마음 편히 쉬게 해줄 필요도 있지 않을까. 부모의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와의 정서적인 소통을 통해 유학생활에서 스트레스는 없었는지,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는 원활한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자. 방학이 끝나고 다시 유학생활을 감당해낼 만큼 에너지를 재충전해서 출국하는 아이를 엄마도 웃으며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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