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초등 2학년까지는 ''문학영재''라 생각한다. 이때까지 아이는 창의력 있고 발랄한 글을 거침없이 길게 써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던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부터 슬슬 글쓰기를 싫어하다가 5학년, 6학년이 되면 한 문장도 쓰기를 싫어하고 글씨체마저 엉망이 된다. 서술형, 논술형 시험문제는 늘어난다던데 점점 아이의 글쓰기는 뒷걸음질을 친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환경들
글쓰기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일단 생각이 고이지 않아서이다. 매일 머리에 집어넣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요즘 아이들은 생각이 고일 틈이 없다. 수동적으로 계속 받아들이기만 하는 TV, 인터넷 등은 물론 지식 습득의 과정조차도 받아들이기 구조인 경우가 많아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만큼 고이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없다. 또 가볍고 표피적인 감각과 어휘가 넘실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함축적이고 깊이 있는 어휘를 배울 기회가 적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정해주는 주제에 따라 글을 써야 하고 혹은 읽는 책마다 독서록을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게 된다.
글은 말하기와는 분명히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표정과 의성어, 반복 등의 힘을 빌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자신 속에 있는 생각과 느낌을 타인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야 하고 어법에 맞는 문장을 써야 하며 논리적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통글을 완성하려면 기승전결의 논리적 구조를 견인하는 완성된 뼈대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글을 잘 쓰는 아이가 되는 가장 중요한 지름길은 ''많이 읽는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는 당연히 어휘가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문법에 맞는 주술구조를 가진 문장을 구사한다. 더불어 느낌과 배경지식도 풍부해진다. 그러나 모든 학부모들의 바람인 ''다독''은 쉽지 않다. 또 책 읽기를 좋아하는 데도 쓰기는 영 자신 없어하고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엔 책 읽기를 글쓰기와 지나치게 연관짓는 환경 속에 있지 않았나 의심해보아야 한다. ''많이 써 보아야 글쓰기가 는다''는 논리가 있지만 초등학생인 경우 지나치게 생각을 글로 옮길 것을 강요당하는 경우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다. 저학년인 경우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게 하고 고치기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서 글쓰기의 기쁨을 알게 해야 한다.
올바른 문장과 개요 짜기
학년이 올라가면 아이가 쓴 글을 같이 고치거나 또는 스스로 고치게 하면서 아이의 생각과 글로 표현된 것의 차이를 스스로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어법을 그대로 글로 옮기기 때문에 의미는 어렴풋하게 표현하지만 잘못된 문장으로 객관적으로는 의미가 불분명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이가 쓰고 싶었던 의미를 말하게 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고쳐준 다음 다시 읽게 하여 그 차이를 분명하게 알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하나 고학년의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글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논설문이든 독후감이든 쓰고 싶은 내용의 개요를 전체적으로 그린 후에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개요를 짜지 않고 쓰는 글엔 아이의 사고구조가 날것 그대로 반영된다. 처음 시작은 항상 크고 거창한 문제제기를 했다가 결말이 흐지부지되는 경우, 글의 시작은 주제에 대해 찬성입장이었다가 글의 끝에서는 반대의견으로 귀결되는 경우, 또는 글의 논제 자체가 서론에서 결론으로 가면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글의 주제를 받으면 꼭 잠깐 시간을 갖고 전체적인 얼개의 개요를 메모한 후 쓰는 글쓰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즐거운 글쓰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글을 잘 쓰게 되려면 책읽기처럼 글쓰기도 즐거워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 ''아 이것이 정녕 내가 쓴 글이란 말인가?'' 하며 말과는 다른 경지의 기쁨을 맛보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한마디 어휘를 찾기 위한 끙끙거림, 조사 하나를 바꾸어 달라지는 글의 묘미, 그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생각이 고이도록 기다리고 같이 얘기하고 힘들여 쓴 글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독려하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을 키우는 독서 생각의 좌표
성낙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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