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동서지간

그냥 무시하자니 내 속만 까맣게 탄다!

틀에 맞추다 보면 갈등 불가피…지혜와 기술 필요

지역내일 2011-05-25

결혼으로 인해 맺어지는 인간관계 중 동서지간은 피할 수 없는 사이다. 좋든, 싫든 간에 평생 함께 해야 하는데 그 관계가 편치 않다면 매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시댁의 풍습이나 문화에 적응을 하기도 힘든데 그 관계까지 어긋나 버리면 시댁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특히 윗사람에게 순종하고 따르는 것을 미덕으로 하는 우리나라 문화와 정서를 고려해 볼 때 동서들의 사이는 미묘한 갈등이 생기기 쉬운 관계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에서 가족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새중앙상담센터 장혜희 실장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옛 전통을 지키며 그 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서들에게는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 차 있는 동서, 어떻게 불러야 할까
사례1> 저는 며느리 넷 중에 셋째인데 막내동서가 저보다 3살 많답니다. 문제는 막내 동서가 결혼하자마자 제게 말을 놓는 거예요. 시어머님이 나이도 많은 막내동서가 윗동서에게 말을 놓는 게 좀 그러셨는지 한마디 하셨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막내동서가 호칭을 부르지 않고 ‘저기요’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결책> 두 동서가 함께 모여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게 좋다.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서로의 입장은 어떤지 얘기하고 단시일 내에 받아들여 시행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아랫동서에게 시댁식구들 앞에서 만이라도 ‘형님’으로 예우해 주도록 부탁한다.
 이렇게 동서지간에 서열과 나이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상호 존대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안의 문화에 따라 형제간에 호칭을 제외하고 반말을 하거나 ‘언니, ∼했는가?’와 같은 반올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반올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호칭만 형님이고 말은 반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만약 반말이나 반올림이 불편하다면 남편과 시동생 그리고 아랫동서와 만나서 호칭 정리도 하고 상호 존대를 하도록 한다.


명절 때, 일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사례2> 저희 형님은 시댁에 올 때 자기 편한 시간에 와요. 아이가 아프다는 핑계, 일이 많다는 핑계로 제사, 명절날이 되면 일이 마무리 될 무렵 온답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더라고요. 아랫동서라면 이해하겠는데 저보다 나이 많은 형님이 그러니 정말 마주하기 싫어요. 시어머니는 형님보다 제가 편하다고 저한테만 모든 일을 맡기는데 그런 부분도 이해할 수 없고요. 그렇다고 안보고 지낼 수도 없고 답답해요.
해결책>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평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아서 미꾸라지처럼 집안 일을 피해 가는 며느리가 미움을 많이 받게 된다. 사소한 일이지만 억울한 감정이 생기면 불편해지고 형제간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넓은 마음으로 형님을 품는다면 가장 쉬운 해결책이 되겠지만 너그럽게 베풀 수 없다면 벌금제를 제안해보자. 지각하면 만원, 결석하면 2∼3만원 이렇게 정해놓으면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고생은 하겠지만 조금이나마 보상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못 오는 사람도 덜 미안하고 혼자서 일을 더 하는 사람도 마냥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분명한 이유나 핑계로 그런 일이 계속 된다면 형님과 진지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해 충분히 의사전달을 한다. 그래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한번쯤은 형님과의 맞짱뜨기(power game)도 필요하다.


끝없는 신경전에 이젠 지친다
사례3> 가족 모임이 있으면 당연히 상의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제 아랫동서는 연락도 안 하고 모든 일을 처리해요. 한 번은 아버님 칠순을 맞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동서에게 물어봤죠. 얘기 끝에 결국 현금으로 드리자고 합의했어요. 그런데 미리 식당 예약해 놓고 선물까지 준비해 놨더라구요. 거기까지는 뭐,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려니 이해하겠는데 다 끝나고 나서 함께 식대비를 내자고 하는 겁니다. 아니, 생색은 혼자 다 내놓고 뭐 하는 건지 정말 화가 나요.
해결책> 상당히 화가 날만한 상황이다. 앞으로 칠순 행사와 같이 집안의 문제는 동서간에 협의를 하고 남편과 시동생과도 충분히 의견을 나누는 게 좋다. 형제간 상호 협의를 했기 때문에 아랫동서가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기 어려울 듯 싶다.
 또한 시댁식구와 가족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사실여부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뭔가 역할을 잘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럽고 당황스럽다는 진솔한 표현을 함으로써 차후 시댁식구들로부터의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현명하다.


TIP 새중앙상담센터 장혜희 실장이 전하는 동서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
1. 동서간에 서로 성장해온 환경과 다름에 대해 인정하며 존중해 준다.
2. 동서지간에는 그 가족에 대한 행사와 해야 할 일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 계획을 세운다.
3. 부모들을 존중하며 섬기되 경쟁적이 아니면서도 자발적이고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4. 사실, 시댁과의 관계는 자발성보다는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과 통제 속에 있기에 상대 동서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5. 불가피한 갈등이 생겼을 때는 한번쯤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
6. 가족이라는 당위성보다 원래 타인이라는 명제 하에 개인적인 삶에 대해 적절한 경계선과 친밀감을 유지한다. 
7. 가장 중요한 것은 시부모나 시댁 가족에게 지나친 기대나 의존성을 갖기보다는 자신만의 생활의 중요성을 부여한다.
도움말 새중앙상담센터 장혜희 실장,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 MnF 김덕일 소장, 안양YWCA상담소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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